처음이었다! 토크쇼를 보다가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경우는. 어제 ‘고쇼’에는 씨엔블루의 네 멤버가 모두 출연했다. 참으로 신기했다. 왜냐하면 씨엔블루는 단독으로 나온 기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 <고쇼>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고, 씨엔블루가 얼마 전 오리큰 차트 1위에 입성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엇보다 네 멤버 모두 각자 드라마에 입성해서 좋은 성적을 올린 것도 한몫한 듯 싶다. 그래도 보통 이런 경우에는 비슷한 다른 남자 출연지들의 조합으로 진행하는 것과는 다른 경우라 신선했다.
처음엔 <고쇼>를 보면서 순정만화 같은 네 남자의 외모와 아이돌로서의 삶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 그러나 ‘수컷의 향기’라는 타이틀답게, 연예인보다는 남자로서의 삶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정용화는 자신에 대해 자랑하면서 ‘여대생이 뽑은 대학생 킹카 1위’ ‘오리콘 1위에 오른 곡이 자작곡’이라고 말했다. 외모도 그렇지만 정말 전형적인 교회 오빠 스타일이다! 그런데 고등학생 시절 반에서 17위(?)했다는 이야기는 웃음을 터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강민혁은 180센티가 넘는 훤칠한 키를 자랑하다가, 정용화의 제보로 인해 책을 별로 읽지 않는데도 아는 척(?)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웃음을 줬다. 영화 <도가니>의 원작소설인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었다고 했다가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했고, <고쇼>에서도 공지영 작가의 다른 책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내용이 나오자 말문이 막혀 큰 웃음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강민혁 때문에 벌어진 좋아하는 책 밝히기(?)는 씨엔블루의 다른 면모를 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정용화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남자편을, 종혁은 여자편을, 이정신은 ‘책을 싫어한다’고 말해 큰 웃음을 주었다.
씨엔블루 멤버들이 큰 웃음을 준 장면은 단연 고사성어 퍼레이드 였다. 종현이 ‘감지덕지’를, 정용화가 ‘감개무량’을, 강민혁은 ‘백전백승’을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고현정이 ‘결초보은’을 말하고 윤종신이 갑작스럽게 뜻을 물어보자, 모두들 놀라 물을 마시면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필자는 씨엔블루 멤버들이 ‘모르는 게 많다’거나 ‘책을 읽지 않는다’고 흉보려는 게 아니다. 씨엔블루 나이때의 사람들은 영어에 강하고 고사성어를 비롯한 한자에 약한 세대다. 아마 영어에 대해서 물어봤다면, <고쇼> 멤버들보다 더 많이 알겄이고, 일본어였다면 말도 못 붙일 수준일 것이다.
또한 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계로도 나타나지만 우리나라 성인들은 1년에 책 한권도 읽지 않는게 예사다. 읽기 싫어서가 아니라, 워낙 삶이 바쁘고 힘들다보니 책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씨엔블루는 얼마나 바쁜가? 그들이 짬을 내서 책을 읽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대단한 일이다.
애초에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가? ‘간접체험’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실 오늘날엔 영상 컨텐츠가 발달하고, 인터넷이 워낙 뛰어나서 상당부분 다른 방법으로도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책을 읽는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데 별로 지장은 없다. 필자가 <고쇼>를 보면서 답답했던 것은 사회의 통념인 독서에 대해 씨엔블루 멤버들이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이정신을 제외한 멤버들은 책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못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직 20대의 젊은 청년이 벌써부터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세상을 본다면 그게 대단한 일일게다.
그러나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그 위에 잡혀서 손가락으로 기타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연습했다면, 그런 과정 자체만으로도 그의 인생은 빛난다고 생각한다. 굳이 책을 읽으면서 지적인 모습을 연출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미 그들은 20대인 젊은 나이에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그걸로 돈과 명예를 거머쥐었으니 그 자체로 매우 보람된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쇼>를 보면서 씨엔블루에 대한 호감이 강해졌다. 부산 남자인 정용화와 이종현의 여자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면 ‘자신이 무조건 계산한다’는 모습은, ‘남자는 어때야 한다’라는 우리 사회의 통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여자가 보는 앞에서는 포인트 카드도 못 내민다는 종현의 고백은 웃음과 함께 동감을 일으키는 대목이었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성과 데이트를 하면서 행여 자신이 소심하거나 찌질한 남자로 보일까봐 우린 얼마나 조마조마할까? 이정신이 너무 자신의 매끈한 다리 때문에 콤플렉스가 생겨서, 일부러 중고등학생 시절 두 번이나 다리털을 밀어서 지금은 정글(?)이 되버린 사연. 종현과 말다툼을 하다가 주먹다짐까진 간 사연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놀라웠다.
얼마든지 ‘없었다’라고 할 수 있고, <고쇼> MC들이 감시하는 것도 아니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자들끼리 살다보니 가끔씩 있는 충돌도 소개하는 부분은 새삼 국내 예능이 얼마나 힘든지 절감케 했다. 정용화는 환희와 휘성을 흉내내고, 그것도 부족해서 김상중의 성대모사까지 했다.
이종현은 누가 봐도 아픈 낙법을 하고, 이정신은 돼지씨름을 잘한다고 했다가 같은 멤버인 강민혁과 이종신에게 줄줄이 패배하면서 웃음을 제공했다. 강민혁은 동전뒤집기가 자신 있다고 했다가, 네 개는 잘했는데, 다섯 개는 하나만 놓치고, 여섯 개는 두 개를 놓쳤다. 다행히 9개를 한번에 넘겨서 반전을 이루긴 했지만.
<고쇼>에서 씨엔블루의 네 멤버들은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아가는 고충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부산사나이이기 때문에 사투리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은 새삼 우리 사회가 ‘서울 중심’임을 절감케 했다.
자신을 책 읽는 지식인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열망은 지적허세에 대한 우리 모습을 뒤돌아 보게 했으며, 오늘날의 씨엔블루가 되기까지의 피땀흘리는 노력은 새삼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와 더불어, 남들 눈에는 쉽게 보이지만 무언가를 이룩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연예인들의 삶을 다시금 생각게 했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사회적 통념과 요구하는 게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돌로 살기란 쉽지 않다. 노래만 잘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씨엔블루의 멤버들처럼 연기도 해야하고, 토크쇼에 나와선 빵빵 터져줘야 한다. 또한 ‘독한 토크’가 대세인 요즘에는 위험수위까지 자신에 대해 시청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고쇼>는 씨엔블루 멤버들이 남자로서, 연예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고충과 진솔한 모습을 잘 보여줘야 줬다고 여겨진다. 덕분에 우리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린 우린대로, 연예인은 연예인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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