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맛집소개로 전락한 ‘인간의 조건’!?

朱雀 2013. 8. 25. 07:00
728x90
반응형


어제 인간의 조건을 보면서 많이 실망하고 아쉬웠다. 어제 <인간의 조건>은 휴가를 체험하는 과제의 마지막으로 고향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먹기를 했다. 허영만 화백이 그린 <식객>에도 등장하지만, 인간의 추억은 맛과 함께 기억된다.

 

그렇지만 오늘날 방송에선 맛집소개가 너무나 난무하기 때문에 어떻게 차별화를 시킬지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존의 맛집소개 프로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인간의 조건> 멤버들이 리포터를 대체했다는 정도?

 

박성호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곰장어구이를 먹고, 양상국은 진영갈비를 뜯었으며, 서울이 고향인 정태호는 계란말이 김밥을, 김준현은 광명시에서 칼국수를 먹었다. 그나마 차별화가 된 멤버는 통영의 비진도에서 하모회로 불리는 갯장어회를 먹은 허경환과 어머니가 차려주신 음식을 먹은 김준호 정도였다.

 

몇 번 지적했지만 <인간의 조건>은 먹방으로 분량을 때우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날 먹방은 대세다. 현대인들은 바쁘기 때문에 휴가를 떠나기 어렵다.

 

가장 적은 돈으로 빠른 시간안에 많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소문난 맛집에 가서 먹는 것이 가장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만족감을 주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오늘날 인터넷과 방송에서 맛집이 대세인 것은 그런 현대인의 슬픈(?) 사연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예능에서 먹방과 맛있는 음식을 보여주는 것은 가장 쉽게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방법이다. 그러나 먹방과 맛집소개는 이미 공중파의 다른 프로에서 너무나 많이 하고 있는 소재이다.

 

<인간의 조건>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물 없이 살기, 전기 없이 살기 등의 다양한 체험과제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먹방과 맛집소개 수준의 영상은 그저 방송분량 때우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물론 멤버들로서는 어린 시절 추억을 담아서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지만, 혼자서 이야기하는 것은 차별화가 되질 않는다. 하다못해 친구들과 함께 갔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혼자가서 그저 추억을 이야기하니, 추억보다는 음식이 더욱 기억에 남고, 아마 한밤중에 시청한 이들은 시장기가 돌아서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찾아가는, 그야말로 맛집소개된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다.

 

<인간의 조건>은 그동안 다양한 시도와 체험과제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부디 먹방과 맛집소개 같은 식상한 소재로 스스로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쉬운 길은 누구나 간다. 따라서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프로그램의 수명을 생각했을 때 현명한 방법이라곤 여겨지지 않는다. 부디 제작진들이 좀 더 프로그램을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다. 먹방도 부족해서 맛집소개로 분량을 채운 어제의 <인간의 조건>은 정말 실망 그 자체였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