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극 ‘못난이송편’은 제목이 주는 느낌과 달리 무시무시한 드라마다! 왕따를 당한 한 아이의 어머니가 학교로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드라마는 이내 왕따가 일어나는 학교의 추악한 모습과 학교폭력과 자살이란 끔찍한 모습이 연이어져서 나온다.
학교교사인 주희는 자신의 모교에 선생님이 되어 있는데, 그녀는 자신의 맡은 학급에서 일어나 왕따문제를 전혀 몰랐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상황에서도 무기력하게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한다.
<못난이 송편>이 고발하는 현실은 매우 끔찍하다! 오늘날 학급내 왕따와 폭력문제는 심각하다. 반에서 한 아이가 표적이 되어 놀림을 당하고 화장실에 갇히는 등의 폭력을 당하는 데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전 왕따(?)였던 서유민의 증언에 따르면, 그저 누군가 한 아이에서 다른 한 아이로 표적이 바뀔 뿐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김예빈 같은 인물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녀는 ‘왕따시켜!’같은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그저 한 아이와 거리를 두는 것만으로 학급전체가 그 아이를 왕따로 만들 뿐이다.
<못난이 송편>에 눈에 띄는 것은 단순히 현재 벌어지는 학교내 왕따 문제가 아니라, 주희가 이전에 자신의 반에서 학교폭력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보았다는 데 있다.
그 이후로 오아영이란 친구는 정신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소정은 불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못난이 송편>에선 도대체 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까지 보여주지 않았으나, 아마도 오해와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못난이 송편>을 보면서 절망스러운 것은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무엇 때문에 아이들은 괴물이 되는가? 왕따가 나쁘다는 것 정도는 중학생이라도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맞서지 못하는 것은 자신도 ‘왕따’가 될까 두려운 것이다!-우리가 불의에 맞서지 못하는 이유 역시 그렇지 않던가? 그러나 그렇게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사이에 사회는 점점 끔찍한 곳으로 변해간다- 그렇다면 왜 우리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를 왕따로 만들 정도로 괴물이 되었는가?
이건 철저하게 어른들의 잘못이다. 드라마에도 얼핏 비춰지지만, 왕따를 당한 세진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서유민을 전에 왕따 시켰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딸이 왕따를 당했다는 이유로 화를 내고 가해자격인 예빈이 어머니 앞에서 난리를 피울 뿐이다.
대화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예빈이 어머니가 보여주는 자세는 더욱 가관이다. 그녀는 딸의 편을 들어서 ‘그저 싫었다’라는 말을 되뇌이거나, 세진이가 전에 유민이를 왕따시켰다거나 하는 말을 할 뿐이다.
<못난이 송편>이 보여주는 학교의 모습은 끔찍하다! 왕따문제를 들은 교장은 어떻게든 쉬쉬하며 덮을 려고 하고, 세진이가 끝내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는데도 왕따인 서유민을 제외한 누구도 신경쓰지도 않는다.
오늘날 학교는 예전처럼 더 이상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서로 함께 지내는 공동체가 아닌지 오래되었다. 어른들의 줄세우기식 성적나열은 친구들 사이에도 어느새 서열을 메기고 말았다. 이런 모습은 어른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것 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황금만능주의에 결과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예빈이처럼 돈 많고 공부잘하면 모든 이들의 주목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이들은 어른들의 끝없는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같은 학급의 친구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다. 특별히 그 아이가 잘못해서가 아니다. 그저 그런 대상이 필요할 뿐이다.
어른들은 ‘학교내 폭력이 심각하다’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숨쉴수 있는 학교환경을 만들어주려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아이는 일류대로 진학하길 원하는 부모의 이기심과 명문학교가 되는 싶은 선생들의 욕망들이 기묘하게 뒤엉켜서 학교는 점점 끔찍한 지옥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길 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요새 유행어로 ‘형용모순’일 것이다.
<못난이 송편>은 오늘날 학교현실에 대해 그야말로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우리가 드라마를 통해 보는 현실도 상당부분 순화된 것이리라.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만나는 김주희역의 김정화의 연기는 안정적이고, 여행가이드 한소정역의 장지은과 오아영의 경수진은 그야말로 인상적이다!
아울러 김예빈역의 주다영과 세진역의 조정은 그리고 서유민역의 김보라 역시 놀라울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밤에 2부작으로 끝나는 <못난이 송편>이 과연 어떤 식의 결말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끝없는 폭력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으니, 어떤 식으로 끝맺을지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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