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치앙마이 표류기

태국 치앙마이 야시장에서 놀란 이유!

朱雀 2013. 1.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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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TV에서 한 연주자의 여행기를 본 적이 있다. 유럽을 여행중이던 그는 수중에 돈이 떨어져서 여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금을 꺼내서 길거리공연을 펼쳤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근처에서 바이올린으로 길거리 공연을 하는 다른 연주자가 있었다.


서로를 응시한 두 사람 사이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흘렀다. 그런데 이내 두 사람은 서로 웃으면서 함께 연주하기 시작했다. 요즘말로 ‘콜라보’였다. 전혀 다른 두 악기의 합주는 주변을 지나가던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았고, 꽤 괜찮은 수입을 거둔 것으로 기억한다. 


 


며칠 전의 일이다. 나른하고 편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나에게 친구가 제안했다. ‘오늘 저녁엔 야시장 구경하러 가지 않을래?’ 야시장. 여행서를 찾아보면 모두들 하나같이 ‘야시장의 매력’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고 있었다.


비교적 싼값에 맛있는 길거리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그 나라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 그래서 여행중이라면 반드시 야시장을 가라고. 빨간펜으로 긋다못해 별 다섯개를 붙이면서 강조에 강조를 거듭하지 않던가?


막상 가본 야시장은 나에겐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거기서 살모사를 판다던가, 보기에도 끔찍한 거대곤충을 튀겨서 팔아서가 아니었다. 한번 보면 누구나 뒤돌아 보게끔 만드는 마성의 미녀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바로 장소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마트 바로 앞에서 야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야시장의 특성상 파는 물건들은 가격이 싸다. 게다가 야시장에서 파는 물건들은 모두 마트에서 취급하는 제품들이다. 스타벅스 바로 앞에서 아이스티와 커피를 파는 노점이 있고, 씨즐러 바로 앞에서 간단한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늘어선 야시장의 모습은 놀랍다 못해 경이롭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어떻게 이런 풍경이 가능할 수 있지?’ 란 의문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우리 같으면 마트앞에서 자영업자가 마트에서 파는 물건을 가져다 팔면 당장 쫓겨날 것이다.


물론 가끔 마트앞에서 핫도그와 떡볶이를 파는 노점들을 찾아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정말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이곳처럼 아예 ‘야시장’으로 열려질 정도는 아니다. 


 



여기선 야시장답게 슬리퍼부터 옷을 비롯해서 장신구까지 있고, 간식부터 식사까지 취급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런 물건들을 팔면 마트영업에 지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놀랍게도 야시장은 매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열린단다. 일주일에 한번 열린다고 해도 놀라울 지경인데, 매주 3일씩 열린다니! 그야말로 ‘어메이징’ 그 자체였다!


태국어는 당연히 한마디도 못하고 영어도 별로 못하는 내 자신이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었다. 영어만 조금 되어도 관계자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정말 굴뚝같았다.




서두에 썼지만 두 연주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공존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요새 유행어론 ‘상생’이 되시겠다. 만약 두 연주자가 자리 때문에 싸웠다면, 둘다 연주를 못하고 결과적으로 돈을 벌지 못했을 것이다. 속된말로 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 살기 위해서 힘을 합쳤고, 대금과 바이올린의 하모니는 길을 지나가던 이들에게 크나큰 감흥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늘날 우리 상황은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자영업자의 빵가게와 피자가게 그리고 치킨집까지 줄줄이 망하게끔 만드는 상황에서 태국의 이런 공존공생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부럽기 그지 없었다.


물론 필자가 현지사정을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부럽게 다가왔다. 부디 태국이 이런 모습을 오랫동안 간직하기를 바랄 뿐이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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