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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오픈했다는 ‘아루히’를 우연히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다. 평상시 자주 가는 상수역 근처라는 이야기에 돈까스라면 환장하는 나는 날을 잡아 지인들과 찾아가 보았다. 평일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찾아간 매장은 예상과 달리 한적한 편이었다.


우린 세명이었기에 별 다른 고민없이 3인세트A(42,000원)를 시켰다. 이곳은 주문하면 그제서야 튀기기 때문에 15분 정도 걸린단다. 수다를 떨며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하나둘 배달되기 시작한다.  처음엔 고시히카리 쌀로 지은 밥과 샐러드, 장국과 돈까스 소스와 피클 등이 기다린 쟁반에 담겨져 일인당 하나씩 제공되었다.

'돈카츠'라고 써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트러플 소금과 와사비는 검은 색 접시에 담겨 하나만 제공되었다. 수란이 띄워진 온천카레는 맛나보였고, 오사카 만제에서 봤던 것처럼 작은 깃발이 꽂혀져서 황동 그물판(?)위에 얹어진 먹음직스러운 자태의 돈까스들은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수란이 띄워진 온천카레. 그런대로 괜찮았다.


등심, 안심, 특등심, 항정살이란 깃발이 꽂혀있어서 내가 먹는 부위가 어딘지 알 수 있는 점이 시각적으로 보기 좋았다. 소금에 찍어서, 와사비를 조금 올려서, 돈까스 소스에 찍어서 먹어봤다. 만제와 비쥬얼이 비슷해서 비슷한 맛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과 달랐다.

등심도 괜찮다!

바삭한 튀김과 부드러운 안심의 조화가 괜찮았다.

이름이 아깝지 않았던 특등심. 강력추천!

개인적으로 항정살은 별로였다.


이곳은 만제와 달리 바삭바삭한 맛을 추구하고 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만제보단 오사카에서 돈까스 맛집으로 유명한 에페와 비슷한 편이었다. 등심은 좀 뻑뻑했고, 안심은 부드러웠다. 특등심은 ‘특’이 들어간 것처럼 상당히 부드러웠는데, 오사카까지 간 우리가 원했던 맛과 비슷했다. 항정살은 예상과 달리 꽤 질겨서 우리에겐 별로였다.


함께 간 지인 한명은 '아! 너무 맛있어. 다음에 또 와야지.'를 연발했다. 필자 역시 아마 오사카에 가서 '만제'와 '에페'에서 먹지 않았다면 비슷한 반응을 보였으리라. '만제'의 스테이크를 떠올릴 만큼 부드럽고 육즙이 흘러내리는 식감이 아니라, '에페'처럼 바삭바삭한 돈까스적인 식감이라서 그했다.


다음번에 간다면 비싸도 특등심이나 특등심에 안심을 더한 단품을 시키게 될 것 같다. ‘아루히’의 돈가스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정돈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돈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웨이팅이 기본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상대적으로 한가한 아루히를 더 추천하고 싶다.


아마 이곳도 입소문이 많이 나고 있는 만큼, 돈까스 마니아라면? 하루 빨리 찾아가서 먹기를 추천한다. 비록 만제의 돈까스를 생각하고 갔다가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서울에서 찾아간 돈까스 맛집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훌륭했다.


이전까지 국내 돈까스 돈까스는 대부분 바삭바삭한 식감에 소스를 먹는 재미로 먹었다. 내가 자주 갔던 ‘정광수의 돈까스가게’와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홍대 사모님돈가스’가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혜화역 ‘정돈’과 상수역의 ‘아루히’는 소스의 맛이 아니라, 돈까스 자체의 맛을 강조한다. 정확히는 ‘고기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금을 내주는 것은 ‘고기맛’에 대한 자신감이 없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오사카의 '만제'와 '에페' 역시 돈까스 소스를 내주긴 하지만, 돈까스 자체의 맛을 최대화했다. 특히 속살이 핑크색인 만제는 우리에겐 문화적인 충격을 줄 수 밖에 없었고, 오사카를 여행하는 이들은 세시간이 넘는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맛볼 정도로 소문난 맛집이 되었다.


일반적인 돈까스와는 달리 비계부분이 큼지막하게 자리한 모습은 우리에겐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살코기와 지방의 만남은? 이전까지 먹어보지 못한 부드러움과 육즙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리고 국내에도 ‘정돈’과 ‘아루히’ 같은 곳들이 기존의 경양식 돈까스의 틀을 깨고, 일본에서 유행하는 최신 트렌드를 국내에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과연 대중이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돈’의 선풍적인 인기를 봤을때는 이곳도 맛집으로 금세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 않을까 싶다.


노파심에 첨언하자면, 필자는 ‘정광수의 돈까스가게’와 ‘홍대 사모님돈가스’도 좋아한다. 기존의 우리가 잘 아는 돈까스의 맛을 개량하거나, 바삭바삭하게 튀겨 소스를 그 위에 얹어 최고의 맛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곳들도 매우 맛있고, 충분히 매력적인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모든 것엔 새로운 트렌드라는 게 있지 않은가? 우리가 굳이 차비와 시간을 들여 맛집을 찾아가는 것은 ‘새로운 맛과 경험’을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아루히’의 도전이 반갑다. 그리고 국내 기존 주류 돈까스에 ‘정돈’과 ‘아루히’의 도전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관련글: [여행기/오사카] - 오사카 1, 2위를 다투는 돈가스 맛집, ‘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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