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전문성과 객관성 없는 사이버 전문가들

朱雀 2011. 1.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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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증권에 대해 일자무식이다! 그런 내가 어디선가 얼핏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내일은 XX 종목이 상한가를 칠겁니다’라고 포스팅을 한다면? 물론 필자에 대해 아는 이들은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모르고 찾아온 이들 가운데는 정말 그 종목을 사는 이도 생길 수 있다. 필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산 이들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정보를 내놓은 필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사기’에 가까운 행위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블로그 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제품 리뷰와 체험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가끔 블로그를 보다보면 ‘어? 이분은 요리 블로거인데 최신 스마트폰을 리뷰하네?’라고 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자신의 블로그엔 누구나 마음대로 컨텐츠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하루에 일정 수준의 방문자가 오는 소위 ‘파워 블로거’라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런 포스팅을 할 리가 없다. -특히나 칭찬위주라면 더더욱-

 

아마 십중팔구 해당 블로거의 전문분야가 아닌 포스팅을 하는 경우는, 체험단이 되었거나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받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점은 분명 그런 '전문성'과 '객관성'이 전혀 결여된 리뷰가 실제로 제품홍보와 구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그 블로거는 비록 IT전문가는 아니지만, ‘블로거’로서 높은 신뢰성 때문에 많은 이들이 구독하고 있다. 따라서 구독자들은 신뢰하고 있기 그가 리뷰할 정도의 제품이라면 긍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요즘은 대기업들도 대대적으로 유명한 블로거들을 섭외해 체험단을 꾸민다. 많은 블로거들은 이런 체험단에 들어가는 것을 대단히 선망하고, 체험단에 뽑힌 이들을 보며 대단히 부러워한다. 필자도 한때는 그런 블로거가 되고 싶었고, 뽑힌 이들을 보며 무척 부러워 했었다.

 

그들은 그 기업의 최신 전자제품을 쓰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다. 그런 리뷰를 보면 대다수가 칭찬 일색이다. 심한 경우엔 불과 어제까지 갤럭시탭의 단점을 지적하던 이가, 이제는 ‘갤럭시탭은 플래시가 돼서 너무 편하고, 아이패드는 안되서 불편하기 짝이 없다’라고 입장을 바꿔버린다. 굳이 댓글로 그런 모순을 지적하고 싶진 않지만, 보는 입장에선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다.

 

<슈피겔>이나 <르몽드>같은 세계적인 언론들이 블로그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린 것은, 기존 언론과 마찬가지로 (아니 훨씬 작은 돈으로) 열렬히 해당 기업의 친위대가 되어버리는 블로거들이 넘쳐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인터넷 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의 ‘리뷰(Review)’는 누가 먼저 시작했을까? 전문 오디오 잡지인 <스테레오 파일>의 창가자인 J.고든 홀트가 그 첫 번째 인걸로 안다. 그는 당시 스펙만 나열되던 오디오 기기를 보고 일반 사람들이 갸우뚱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쉽게 각각의 오디오 제품에 대해 정보를 알려줄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고, 탄생한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의 ‘제품리뷰’가 되었다.

 

오디오의 음질은 그 날의 날씨나 방의 청소상태 심지어 청취자에 기분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다. 하여 오늘날까지 <스테레오 파일>은 리뷰가 요청된 기기가 들어오면 최소 석달 이상은 들어본 다음에 리뷰를 기고한다. 오늘날 <스테레오 파일>은 A-B-C순으로 제품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데, 이는 소비자들에게 제품 구매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반면 오늘날 한국의 블로그는 어떤가? 요리블로거가 (잘 알지도 못하는) 스마트폰이나 TV의 화질에 대해 논한다. IT블로거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종종 TV를 비롯한 영상제품과 하이파이 오디오 제품에 대한 리뷰를 할땐 엄청나게 의심이 간다. 필자의 경우 전문 홈시어터 전문 잡지의 하드웨어 담당기자로 3년간 재직했고, 홈시어터 관련업체에서 2년 정도 업무를 봤었다.

 

덕분에 홈시어터용 프로젝터와 오디오에 대해 조금 아는 편이다. 내가 만난 홈시어터 환자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화질을 보기 위해 몇백만원짜리 케이블을 바꿔보고 수백개의 영화 DVD를 틀어보면서 세세하게 화질을 맞춰보는 정말 ‘이런 돌아이!’라는 소리가 튀어 나올 정도로 마니악한 인간들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궁국의 업그레이드는 집이다!'라고 역설한다. 결국 완벽한 화질과 음질을 약속해주는 것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기리뷰 요청이 들어오면 최소 영화를 백편이상 틀어보고, 오디오는 한달 이상 들어보면서 세세하게 체크할 정도였다.

 

반면 요즘 블로거들은 어떤가? 그들은 홈시어터용 TV와 하이파이 오디오에 대해서 얼마나 알까? 그들은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제품에 대해 세세하게 체크했을까? -집에서 몇시간 이나 틀어서 과연 봤을까? 몇장의 DVD를 돌려봤을까?- 집에 제대로 된 ‘기준’이 될 수 있는 제품(혹은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을까?

 

물론 몇천만원이나 하는 제품을 구비하기란 매우 힘들다. 얼마 되지도 않는 댓가를 받기 위해 몇천만원의 제품을 구비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런데 그들의 블로그에 가보면 각종 그라데이션이 어떻고, 색온도가 어떻고, 음장감이 어떻고, 최신 돌비 디지털 포맷 등등의 외계어만 나열하고 있다. -아마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대충 적었을 것이다-

 

좋은 리뷰는 본인이 할수 있는 환경내에서 최선을 다해 체크해보고 솔직하게 적는 거라고 본다. 아무리 전문 리뷰어라도 한들 완벽하게 모든 것을 알수는 없다. 근데 어떤 블로그에 가보면 마치 리뷰한 제품은 너무나 좋은 제품이라 ‘이보다 더 좋은’ 제품은 없어 보인다. 근데 (그 사람은) 새 제품이 나오면 똑같이 열렬하게 찬양하기 바쁘다.

 

꼭 홈시어터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어떤 제품에 대해 리뷰를 할 때, 네티즌이나 방문객들이 그 블로거를 신뢰하게 되는 것은 해당 블로거가 자신이 아는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해 적은 진심을 보여줄 때다. 블로거가 가치를 담보하는 부분은 약간의 ‘전문성’과 ‘객관성’이다. 비록 틀릴 수 있지만,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솔직담백하게 적었을 때, 블로거만의 ‘무기’가 생겨난다. -바로 방문자의 '신뢰'다-

 

그러나 오늘날 대다수 블로거들은 어떤가? 그들은 조금이라도 유명해지면 체험단이나 기자단에 들어가서 특정 제품에 대해 찬양과 찬사를 남발한다. 마치 부흥교회의 신자들이 된 것처럼. 지극히 열렬하게! -‘믿쑵니다’를 ‘최고입니다’로, ‘할렐루야’를 ‘강력 추천합니다’로 바꾸면 완전 똑같다-

 

오늘날 기업들이 체험단이나 기자단에게 리뷰 제품을 나눠주는 모양새를 보자면, 그들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리뷰를 하는 블로거들은 배제하고, 찬사만을 늘어놓아줄 블로거들 위주로 선발하는 게 눈에 띈다.

 

 -베가 스마트폰 발표회때 참여한 필자는 베가 체험단이 되고자 발표회에 대한 포스팅을 썼었다. 필자는 탈락해서 '에이 안되었네'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같이 참석한 IT블로거 니자드님도 안되어서 무척 황당했었던 적이 있다. 필자는 그럴 수 있어도 지명도나 당시의 포스팅 그리고 가장 공정한 리뷰를 써줄 전문가중에 한명인 니자드님이 탈락한 상황은 도저히 이해불가였다-
 

그들에게 블로거란 잡지보다 더욱 소액의 광고비(잡지는 최소 몇백만원 이상이 들어가지만, 블로거 한명당 시제품이나 나눠주면 되는)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광고매체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일부 블로거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최선을 다해 리뷰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절대다수의 블로거들은 ‘댓가’에 눈이 멀어 자신도 모르게 특정 제품의 친위대가 되어 ‘할렐루야! 믿쑵니다’를 외치고 있으니, 무척 답답한 일이다.

 

사이비와 사이버는 한 글자 차이지만, 엄청난 의미차이를 가진다. 당신은 사이버 전문가가 되겠는가? 아니면 사이비 전문가가 되겠는가? 블로그가 한 단계 도약하고 싶다면, 눈앞의 이익이나 탐할 게 아니라 전문성과 객관성을 가진 이들이 많이 나와서 컨텐츠의 질을 높여서 네티즌들의 호응을 열렬히 자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진보한 컨텐츠를 생산해내야 한다. 다른 형태의 '수익'을 창출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업이나 홍보대행사에서 주는 콩고물에만 눈에 불을 켠다면 블로거는 어느 순간 외면을 받고 네티즌의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운명이 될 것이다. 그게 우리의 '종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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