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박시은의 재발견, ‘고쇼’

朱雀 2012. 7.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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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너무나 진부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재발견이다! 어제 <고쇼>를 보면서 재발견이란 단어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고쇼>엔 병만족으로서 엄청난 활약상을 보여준 박시은 때문이었다!

 

달인 김병만은 정말 이미 말하는 것 자체가 정글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집에 있는 것보다 정글에서 생활하는 게 좋다라고 말하는 수준이었다.

 

호기심이 넘쳐서 담당 PD와 카메라 감독까지 쫓아가지 못한다는 주변의 증언은 새삼 그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그러나 달인 김병만이다. 그는 성실하고 너무나 대단한 존재감의 사나이라, 오히려 그것이 당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박시은은 여성이다. 병만족의 다른 이들이 남자라서 나름 견디고, 씻지 못하고 굶주려도 남자니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박시은은 예쁜 여성 연예인이고, 그녀와 정글은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보인다.

 

그러나 우린 <정글의 법칙>에서 세수조차 포기한 그녀의 모습을 이미 본 적이 있다. 박시은은 그때의 느낌처럼 <고쇼> 내내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대목에서만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펼쳐냈다.

 



김병만은 박시은이 출연한다고 했을 때, 그녀의 도도해보이는 첫 인상 때문에 걱정했다고 한다. 아마 그 외에도 여성이 그 험한 정글에서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으리라. 그러나 의외로 그의 눈에 비친 박시은은 바누아트 화산에서 제일 먼저 누울 정도로 쿨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박시은의 증언(?)은 달랐다!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갔지만, 화산에서 아무런 주의 사항 없이 자신을 버리고(?) 가는 제작진을 보면서 멘붕상태가 왔다고 한다.

 

끝없이 화산재가 날리는 그곳에서 그녀는 내가 왜 여기 왔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단다. 흔히 하는 말로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라는 말이 있다.

 

박시은에게 <정글의 법칙>에 출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시은은 약한 여성이기 때문에 남자 출연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짐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방송이 나가면 국민 밉상이 될 수도 있었다. 예능 출연은 어떤 식의 시청자의 반응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상당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말그대로 박시은 역시 모든 것을 걸고 모험을 한 것이다!

 

지금에야 박시은이 호감도가 높아졌기에 훌륭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아마 박시은은 <정글의 법칙> 출연을 앞두고 수없이 장고를 거듭했으리라.

 

멘붕이 온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심지어 박쥐고기를 먹은 그녀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어서 거울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화장을 포기한 그녀의 결단력은 높이 평가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녀가 만약 화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정글의 법칙>은 리얼리티는 떨어졌을 것이리라.


 

여성이 그것도 연예인이 아무리 리얼 프로라고 하지만 민낯을 보여주기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대목이다. 박시은은 그냥 웃으면서 너무 힘들어서라고 답했지만, 그녀의 그런 털털한 매력은 <정글의 법칙>을 더욱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게끔 만들었다.

 

만약 박시은이 자신이 여성이란 이유를 내세워서 뭔가 특권을 얻어내려고 했다면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을 것이다. 비록 우린 <정글의 법칙>을 편안하게 TV로 보고, 그들이 어떤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을지는 그저 상상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유일한 여성 출연자로서 남자들에게 둘러싸여서 그녀가 느꼈을 고통과 불편함을 이루다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 방송에선 차마 할 수 없을 정도로 속에선 분노가 들끓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시은은 그걸 다 예능으로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그건 남자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박시은은 엄청나게 예능감이 좋거나, 뛰어난 개인기를 가진 출연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박시은이 빛나고 아름다워 보인 것은 그녀의 진정성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유일한 여성 출연자로서 혼자서 느꼈을 많은 고민과 불편 그리고 고통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다른 이의 짐이 되지 않고자 노력하면서, 최대한 긍정적인 자세로 모든 일에 임하는 그녀의 모습은 방송을 넘어서서 오늘날 우리들에게 많은 일깨움을 준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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