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사극의 탈은 쓴 서양 신화? ‘아랑사또전’

朱雀 2012. 9. 2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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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사또전을 보면서 내내 걸리는 게 있었다. 그리고 어제서야 필자의 마음에 가시처럼 콕콕 찔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바로 기독교와 그리스로마신화였다!

 

<아랑사또전>에서 홍련은 원래 천상의 선녀였는데, 왠일인지 인간의 삶을 동경했고, 이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현재는 그 어떤 요괴보다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어떤가? 성경에 등장하는 사탄의 이야기와 닮지 않았는가?

 


원귀가 아랑을 보고 '네 몸을 다오'라고 말하거나, 강문영의 몸에 덧씌운(?) 홍련이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 등은 원래 우리쪽 신화에선 없는 이야기다('내 다리 내놔'는 있지만). 영적인 존재가 인간의 몸을 탐하는 이야기는 오히려 서구유럽신화에서 찾아보기 쉽다.


사탄은 원래 대천사였으나, 타락해서 악마의 우두머리가 되어버렸다. 감히 하나님에 맞설 정도로 무시무시한 배포를 지닌 이 악마는 방금 밝혔지만 원래 천상의 존재였다.

 

<아랑사또전>은 분명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사극의 형태를 띄고 있으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분명히 우리에게 익숙한 서구유럽식의 이야기형태를 띄고 있다.

 

홍련의 혼이 씌운 어머니를 결국 자신의 손으로 처단해야 하는 비극적 운명의 은오나 인간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홍련의 뜻에 휘둘려서 도구로서만 살아온 주왈의 모습은, 그리스로마신화 등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의 의지대로 휘둘리는 인간의 모습을 많이 닮지 않았던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아랑을 사랑하는 은오와 주왈의 모습 역시 일반적인 우리쪽 민담이나 전설등에선 볼 수 없는 형태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3각관계'는 기본이긴 하지만, 그 형태 역시 조선시대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아랑이 죽지 않는 몸을 지닌 것도 원래 우리쪽 신화에선 찾아보기 힘든 이야기다. 이런 식의 몸(?)은 오히려 좀비를 비롯해서 서구유럽쪽 신화에서 더욱 찾기 쉬운 형태이다.

 

그뿐인가? 홍련이 추구하는 영생 역시 우리 쪽에선 없는 개념이며, <아랑사또전>의 인간과 저승사자마저 추구하는 것은 결국 구원이란 메시지 등은 역시 서구유럽적인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필자가 <아랑사또전>의 이야기 구조나 메시지 등이 서구유럽적인 것이라 나쁘다라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드라마의 생명력은 재미다. 또한 이야기는 반드시 어때야 한다라는 식의 불문율이 없다.

 

좋은 것이라면 주변에서 받아들여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역시 옳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너무 익숙한 이야기구조를 끌어들인 탓에 굳이 시대배경이 조선시대일 필요가 있나?’라는 점이다.

 

아랑사또전은 잘 알려진 아랑전설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랬겠지만 필자 역시 한국적인 요소를 많이 차용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아랑사또전>은 너무 서구적인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마마보이를 모모동자라고 하는 것은 그저 애교로 넘겼다. 그런데 아랑이 환생이 아니라 죽지 않는 몸을 가지고 다시 세상으로 나오고, 강문영의 정체가 알고 봤더니 타락선녀(?)이고, 은오의 사부가 알고 봤더니 옥황상제라는 식의 설정 등등은 외피만 조금 바꿨지. 그리스로마신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이었다.

 

물론 오늘날은 통합과 융합의 시대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이야기를 섞고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대해 공부하고, 다른 식의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부분은 안타깝다.

 

<>은 일본식 귀신 이야기를 새롭게 현대식으로 재탄생시킨 명작이었다! 귀신 이야기는 벌써 몇 천년째 내려오기 때문에 진부하기 짝이 없는 소재다. 일본 공포소설인 <>은 거기에 전염되는 비디오테이프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서 새로운 것을 탄생시켰다.

 


<링>은 진부한 귀신이야기를 21세기식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역작이다! 물론 겨우 드라마 한편에서 그 정도 완성도를 바라는 것은 터무니 없는 욕심일 것이다. 그러나 <아랑사또전>이란 타이틀을 달았다면, 좀 더 민담을 다른 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되지 않았을까? 사실 이런 식의 소재와 주제를 다른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아랑사또전>은 어떤가? 물론 <아랑사또전>은 태생상 시청률을 끌기 위한 한편의 드라마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작가가 조선시대에 대해 공부하고, 조선시대 민담과 전설등에 대해 조사했다면 훨씬 다른 식의 접근법도 있지 않았을까?

 

등장인물들은 분명히 조선시대 사람들인데, 극중 이야기 전개나 장치들이 너무 기독교신화와 그리스로마신화와 닮아있는 점은 분명히 안타까운 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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