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대한민국은 정의로운가? ‘상어’

朱雀 2013. 7. 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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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하버드대 교수가 한 철학서가 국내에서 무려 100만부나 팔리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사람들이 책을 사보지 않고, 그나마 팔리는 서적들이 자기계발서와 소위 힐링서를 제외하곤 거의 전무하던 현실에서 큰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렇다! 바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쉽게 풀어냈지만 <정의란 무엇인가?>란 결코 쉬운 책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벤담, 존 밀스, 칸트 등의 철학사상을 훑는 내용은 독자에게 상당한 수준의 교양과 인내(?)를 요구한다.

 

미국에서 10만부 정도 팔린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에선 100만부 이상 팔린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인이 철학을 좋아해서?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하버드대 교수라서? 아마도 정답은 '우리사회가 정의롭지 않다'고 많은 이들이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의롭다면? <정의란 무엇인가>는 결코 지금처럼 밀리언셀러로 한국시장에 우뚝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어제 <상어>에선 오프닝에서 김준과 조상국 회장의 통화내용이 심상치 않은 주제의식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조상국 회장은 천영보란 사람이며, 천영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인민군에 있다가 미군의 스파이가 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 동료들을 팔아넘기고, 결국엔 신분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선대가 머슴살이를 하던 주인댁 조상국 집안을 몰살하고, 조상국이란 가짜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걸 알아낸 사람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전문 킬러를 이용해서 살해했다. 그래놓고 조상국은 뻔뻔하게도 자신의 정체를 밝히려는 김준이 자신의 손녀딸인 조해우를 사랑하고 있자, 자신의 손녀딸을 들어서 그만둬라고 협박한다.

 

조해우가 누구의 혈육인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그뿐이었나? 김준이 그의 정체가 쓰여진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하자, 갑자기 우리 민족은 폐허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룩한 위대한 민족이라며,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거다라고 호언장담한다. 화가 난 김준이 역사가 당신을 심판할 것이다라고 말하자, 오히려 화를 내며 누구도 나를 심판못해라는 식으로 말한다.

 

<상어>를 보던 시청자들에게 조상국 회장이 갑자기 경제발전을 운운하던 장면은 뜬금없이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 현대사가 그러했다. 과거청산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에게 어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우선 경제발전부터 하고 보자라는 식의 논리를 펼쳐왔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미군정에 의해 친일파가 청산되지 못하고, 그대로 모두 재임용되면서 굴절되어 버렸다. 일본군의 앞잡이었던 이들이 고스란히 임용되어 정부의 관료가 되고, 심지어 일본 순사였던 이가 그대로 경찰이 되어 공산주의자를 잡겠다고 멀쩡한 독립운동가를 잡아들여서 고문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안타깝게도 픽션이 아니고 이건 모두 현실이다. 그리고 친일파의 후손들은 오늘날 재계와 정계 그리고 언론사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포진되어서 정말 떵떵거리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우리사회의 모순은 차고 넘친다. -을 관계는 슈퍼갑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불공평하기 짝이 없다. 일반인이라면 위장전입은 엄청난 죄인데, 청문회를 보면 너무나 많은 이들이 저질러서 오히려 소소하게(?) 느껴질 지경이 되어버렸다.

 

논문표절을 한 이들은 일단 아니라고 우기고 보고, 나중에 사실이 밝혀져도 어떻게든 그 순간만 모면하려고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선 탈법과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대다수는 에이 그럴 수 있지라고 암묵하고 편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 기원을 따지자면 아마도 친일파가 우리 역사에서 청산되지 못하고 기득권이 된 순간부터가 아니었을까? 불의한 이들이 득세를 하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은 바보가 되어버린 세상에 <상어>는 돌직구를 던지는 건 아닐까?

 

김준의 후원자인 요시무라 준이치로 회장은 왜 그가 그토록 조상국 회장에게 집착하는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아버지는 조상국 회장과 친한 친구였는데, 조상국 회장이 원래는 천영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밀이 많은 조상국은 친구를 믿을 수가 없어서 끔찍하게도 그를 제거했다.

 

요시무라 준이치로 회장은 아버지가 남긴 비밀문서를 가지고 있지만, 밝힐 수가 없었다. ? 조상국 회장은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그가 만약 당시 문서의 내용을 공개했다면?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하는 것도 부족해서, 조상국 회장에 의해 제거당했을 것이다. 그가 홀홀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야쿠자가 되어, 자이언트 그룹 회장이 된 것은 결국 복수를 하기 위해 스스로의 힘을 키운 것이다.

 

<상어>에서 김준이 복수의 화신이 되어, 조상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살인조차 불사하는 것은 정말로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조상국은 재벌로서 지검장과 신문사를 마음대로 움직일 정도로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상어>에는 정의로운 자들이 등장한다. 강력계 형사 변방진은 어떻게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고, 한이수가 사고로 죽은 줄 알고 한이현을 자신의 딸로 받아들일 정도의 인물이다. 그러나 현실의 그는? 그저 힘없는 일개형사일 뿐이다.

 

조상국 회장의 손녀인 조해우 검사는 어떠한가? 그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자신의 할아버지의 죄와 과거를 파헤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만약 그녀가 성공한다면? 그녀는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하고, 가문은 몰락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조해우는 진실을 찾기 위해 감히 자신이 존경했던 할아버지에 맞서고 있다. 이런 인물은 현실에서 존재하기란 0%에 가깝다. -한마디로 상상속의 인물이다-

 

현실에선 오히려 가문의 비밀이 탄로난까봐 조의선처럼 오히려 아버지 조상국 회장과 딜을 하는 게 더욱 납득이 가는 일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정의로운가? 안타깝게도 필자는 이 질문에 자신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겠다. 어제 <상어>는 불의가 판치는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을 이보다 더 확실할 수 없을정도로 통렬하게 비판해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엔 정의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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