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떻게 마블의 신세계를 열었는가?

朱雀 2016. 10.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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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는 이전의 마블히어로(정확히는 영화화된)와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그는 마법사이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약물주사를 통해 슈퍼히어로가 되었다. 따라서 그의 능력은 상당히 현실에 근거해있다.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아이언맨’은 과학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최첨단 슈트를 입고 싸우는 모습은 로봇과 갑옷의 중간쯤을 연상시킨다.


물론 비슷하게 북구유럽의 신을 모델로 한 ‘토르’도 있긴 하다. 그러나 오늘날 관객에게 토르의 단독 영화는 다른 어벤져스 멤버에 비해서 인기가 없다. 왜냐하면 너무나 ‘현실’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네딕트 컴버배치란 특급 배우를 ‘닥터 스트레인지’역에 섭외한 것은 마블의 고민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법이란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능력을 쓰는 인물이다. 따라서 여태까지의 마블 히어로중 가장 허구의 인물이다. 물론 토르 역시 그렇긴 하지만, 영화상의 모습을 잘 뜯어보면 토르는 ‘외계인’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마법사인 닥터 스트레인지는 가장 현실과 동떨어진 인물이다. 따라서 영화적으로 어떻게 그려낼지가 몹시나 궁금했다. 영화상에세 닥터 스트레인지는 잘 나가는 외과의사로 등장한다. 그의 명석함과 날카로움은 극초반에 그가 불가능에 가까워보이는 수술을 멋지게 소화해냄으로써 입증해낸다.


또한 자동차사고를 당해 손을 다쳐 다시는 의사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그의 상황은 관객에게 몹시나 안타깝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행은 우리 모두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설정은 현대인이 얼마나 위태로운 행복위에 존재하는지 깨닫게 한다.


따라서 이후 닥터 스트레인지가 자신의 손을 되찾기 위해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은 충분히 설득력을 지닌다. 왜? 그가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손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전의 손을 찾지 못한다.


결국 그는 우연히 반신불수에 가까워진 사내가 완치되게 만들어주었다는 카트만두의 한 장소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에인션트 원이란 신비의 인물을 만난다. 과학과 논리로 무장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에인션트 원에 의해 멀티버스를 경험하게 되고, 자신이 앎이 무척이나 좁은 틀안에 갇혀져 있단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린 ‘기’나 초능력 등에 대해 ‘허황된 것’이라 본다. 영화는 우리가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있는 과학에 대해 묻는다. 과연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일까? 엄청난 크기를 지닌 우주에 대해 우린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주에 비하면 티끌만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간이 과연 오만해질 수 있을까? 닥터 스트레인지는 무척이나 오만불손한 인물이다. 그러나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놀라운 연기력은 그 오만한 캐릭터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천재 외과의사로서 자신만만함과 두손을 다친 이후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손의 신경을 되살리기 위해 무려 7번이나 재수술을 받는 그의 모습은 짧은 시간안에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닥터 스트레인지’에 대해 머릿속에 박히게 만든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사실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한다. 대신 ‘마법’에 대해 신비롭게 생각하는 관객의 이미지를 건드린다. 에인션트 원에 의해 멀티버스를 경험하게 되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모습은 현란한 나머지 ‘3D와 아이맥스로 보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아울러 에인션트 원과 케실리우스의 전투신은 공간이 바뀌는 모습을 통해 ‘마법사들은 저런 식으로 싸우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후 닥터 스트레인지와 케실리우스와의 전투는 우리가 그동안 봐온 격투신과 달리 시공간이 위치를 바뀌고, 게이트가 열리는 등의 모습을 통해 다른 식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장면은 ‘시간’에 대한 서술이다. 정확하게 말해선 ‘시공간’이지만, 편의상 시간이라고 하자. 케실리우스가 다크 디멘션의 힘에 집착하는 것은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그 끝은 죽음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매즈 미켈슨이란 엄청난 대배우가 연열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케실리우스는 그다지 악당으로서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가 애초에 '부하'에 지나지 않는 점도 있지만, 주인공인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다지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 점은 분명히 마블 영화의 한계다. 오늘날 히어로 무비들이 '다크나이트'의 조커 이후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악당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 점은 분명히 문제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2008년작인 '다크나이트'의 조커의 무게감을 반이라도 따라가는 악당의 부재는 히어로 무비가 매우 위태롭다는 반증이다. 왜냐하면 악당이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야 그와 대척점에 있는 주인공이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가 ‘불멸’을 욕심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시황제가 불로초를 찾은 것은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리라. 시간을 자유자재로 다루게 된 닥터 스트레인지가 다크 디멘션을 ‘타임루프’에 가둬서 거래를 하게끔 만드는 대목은 시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관객에게 일깨워준다.


분명히 능력으로만 따지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다크 디멘션의 상대가 되질 못하지만, 악의 근원인 다크 디멘션조차 반복되는 ‘타임루프’ 앞에선 결국 항복하고 말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아가모토의 눈’이 결국 ‘인피니티 스톤’이라고 밝힘으로서 이후 ‘어벤져스 3’에서 궁극의 악당인 타노스가 인피니티 건틀렛에 이 아이템을 장착하게 되리라는 떡밥을 던지게 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영화 자체로 이미 ‘어벤져스 3’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마블 코믹스팬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엄청난 능력을 지닌 악당인 타노스와 대적하기 위해선 여태까지의 어벤져스 멤버로선 안된다는 사실을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따라서 시간조차 자기 마음대로 조작하는 엄청난 마법사인 닥터 스트레인지의 모습은 ‘아! 저 정도면 타노스와 싸울 수 있겠군’이란 생각을 가지게 할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무척 영리한 작품이고,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들이 많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웅의 반복적인 이야기를 영상 효과로 뛰어넘는 대목은 2009년작인 '아바타'를 떠올리게 한다. '아바타'의 이야기 자체는 이미 '늑대와의 춤을' 같은 서부영화에서 많이 써먹은 패턴이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빼어난 3D효과를 보여줌으로서 관객이 마치 '새로운 이야기'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도시가 접히고 나누어지고 멀티버스를 여행하는 등의 압도적인 영상효과를 통해 관객이 '새로운 이야기'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쯤되면 영상효과가 얼마나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깨닫게 만든다. 물론 지나친 영상효과는 독이지만, 적절한 영상효과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그러나 역시 마블 영화의 태생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우선 악당들의 카리스마 혹은 존재감의 부재다. 매즈 미켈슨이란 엄청난 배우가 열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케실리우스는 너무나 단선적인 악당으로 등장한다. 그가 거의 신처럼 여기는 다크 디멘션조차 아직 초짜 마법사인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쩔쩔 매는 모습은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찌보면 서사적으론 새로울 게 없다. 그래서 압도적인 영상효과로 관객에게 어필했다. 현실세계가 접히고 나뉘는 모습은 무척이나 멋있고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세계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친다는 설정 덕분에 나중되면 좀 ‘시시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 영화가 이룩한 찬란한 역사에 성공의 이름을 추가했다. 동시에 마블 영화의 한계점을 동시에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2시간 남짓한 영화로 캐릭터와 이야기를 모두 멋지게 보여준 것은 분명히 훌륭한 대목이자, 마블이 계속해서 성공할 수 밖에 없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누구나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대목은 몇번이나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다. 훌륭한 단독영화이자 마블 영화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꿈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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