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정말 막방이었던 ‘야심만만’

朱雀 2009. 9. 29. 06:30
728x90
반응형

2003년에 시작했던 <야심만만>이 9/28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다음주부턴 <강심장>이 방송되는 까닭이었다. 시청하면서 강호동에 대한 나의 믿음을 이제 끝낼 시간이 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1박2일>에서 ‘예능정신’을 외치며 노력하는 그를 보며 진정성을 느꼈고, 유재석과 더불어 MC계를 양분하는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러나...이전부터 그래왔지만 어제 방송을 느낀 것은 ‘정말 막방이구나’하는 생각이었다.


마지막 방송인 탓일까? <야심만만>은 정말 막판까지 밀어붙였다. 시작부터 이훈과 팔씨름을 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짐승’이란 컨셉으로 초청된 이훈과 마르코가 희생양(?)이었다. 강호동은 마르코를 정말 손쉽게 이겼고, 이훈은 이훈대로 이전에 <무릎팍>에 나와 이긴적이 있다고 기세등등했다. 그러나 강호동은 손쉽게 이겼고 ‘힘을 제대로 써본 적이 한번도 없다’며 이훈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다.

물론 안다. 웃기기 위한 소리라는 것을. 그러나 이훈이 밝혔지만 그는 현재 헬스클럽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중파에서 이런 이미지 타격은 그의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내가 왜 처음부터 이런 걸로 흥분을 하냐면 <야심만만>에서 패널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찾아보기 힘든 탓이었다.

장영란이 한 이야기는 정말 대박감이다. 그녀는 첫날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T팬티’이야기까지 꺼냈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지만, 수위가 너무 높지 않았나 싶었다. 굳이 방송에서 할만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방송에서 표현한 것처럼 누구도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첫날밤을 위해 속옷을 준비하고 혹시 남편이 자신에 대한 환상이 깨질까봐 며칠동안 화장도 못 지우고, 새벽에 일어나 화장을 해야만 했던 그녀의 노력은 그저 웃음거리로 전락될 뿐이었다.

물론 안다. 장영란은 그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연예계에서 생존한다는 사실을. 그러나 우리는 그녀의 일생에 단 한번뿐인 신혼여행을 그렇게까지 웃음의 소재로 삼아야할까? 만약 사석이었다면 그런 식의 장난은 조금 짖궂긴 하지만 누구나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방송이다. 한번 공중파를 타면 전국민이 알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뉴스화가 되어 모든 이들이 속속들이 알게 된다. 우리가 내밀한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알아야할 필요성이 있는가? -장영란이 실수라도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편집등을 통해 덜어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굳이 두 부부의 내밀한 이야기를 방송에서 해야하나?

불편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장영란과 가인은 서로의 쌩얼을 알아보기 힘들다며 난상토론(?)을 펼쳤다. 나르샤가 가인의 얼굴이 그리기 편하다는 이야기는 절정이었다. 물론 듣는 입장에선 재밌고 웃기긴 이야기지만, 사석이 아닌 토크쇼에서 말하기엔 좀 심하지 않았나 싶다.


마르코가 클럽에서 싸운 이야기를 한 것도 그렇다. 마르코는 아르헨티나에서 오래 살다온 탓에 아직 우리 문화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런 탓에 많은 오해를 사왔다는 사실을 그의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마르코의 이야기와 몸짓은 그저 웃음거리 소재로 전락할 뿐이었다.

강호동의 절정은 이훈의 말을 (장난스럽지만) 정색으로 받아쳤을 때다. 이훈은 이전에 사석에서 일반인들과 시비가 붙어 싸웠던 이야기를 했고, 그런 탓에 이젠 사랑과 돈과 우정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무조건 돈”이라고 대답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돈이라고. 어찌보면 매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한때 경제적인 어려운 시기를 지냈고, 가정을 돌보아야할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강호동은 “연예인은 꿈으로 먹고 사는 직업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란 식으로 이야기했다. 물론 깐죽거리는 컨셉의 윤종신이 “그럼 출연료를 깍겠느냐?”란 식으로 질문해 바로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며 웃음을 주긴 했지만 시청하는 내내 불편했다.

안다. 이 모든 것이 웃음을 주기 위한 설정이며 장치란 사실을. 그러나 <야심만만>은 지난 방송동안 연예인의 신변잡기 위주의 이야기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애썼다. 같은 엠씨로 강호동이 활약함에도 <무릎팍 도사>와 전혀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어제 방송은 막방이라 시청자의 항의나 방송위의 제재(?)등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정말 막가파로 일관했다.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고, 재밌게 진행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좋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넘어서는 안될 선이란게 있다. <야심만만>은 그동안 그 선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고, 결국 막방에선 넘어선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야심한 시각에 <야심만만>을 시청하는 대중들은 편하게 혹은 즐겁게 아무런 생각없이 방송을 즐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출연 패널이 희화화되고 맥주안주처럼 함부로 희롱당하는 모습은 보는 내내 편하지 않았다. <야심만만>의 마지막 방송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막방이었다! 부디 이승기와 함께 진행하는 <강심장>에선 그런 식의 진행이 아니라 좀더 세련되고 속 깊은 진행을 해주길 바란다.

신변잡기 위주의 파헤치기 방송은 얼마간 인기를 끌지 모르나, 결국은 자승자박으로 강호동과 방송을 옳아맬 것이기 때문이다. 그점을 제작진과 강호동은 잊지 말기를 부탁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