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호떡

朱雀 2010. 10. 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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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누군가 ‘나에게 제일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그리고 그걸 구해줄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호떡’을 말하겠다.

 

물론 지금부터 내가 말할 호떡은 길가다 누구나 사먹을 수 있는 그런 호떡은 아니다(한때는 그랬을 수도 있지만). 이야기는 꽤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아직 내가 태어나기도 전, 미아리 고개엔 두 가지 명물이 존재했다. 바로 점집과 호떡집이었다!

 

내가 듣기론 어머니는 호떡이 1원도 하기 전이라 하셨다. 시집오고 고된 서울살이에 힘들어 하시던, 어머니를 위해 할아버지는 호떡집으로 데려가셨단다. 어머니는 그때 처음으로 호떡을 맛보았다고 한다.

 

요즘 호떡은 기름에 부치거나 ‘중국식 호떡’이라 해서 가스불위에 굽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미아리 호떡은 그것들과 제작방식이 좀 다르다. 우선 미아리 호떡은 ‘화덕’에 구웠다.

 

요즘 10-20대들에게 화덕이란 피자를 굽기 위한 걸로 더 익숙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에선 적어도 화덕이란 호떡을 굽기 위한 것이었다. 가운데엔 연탄불이 타오르고, 주변에 반죽한 호떡을 밀대로 밀어 납작하게 만든 다음, 놓고 일정시간동안 익기를 기다릴 동안은 참으로 즐거웠다.

 

내 기억으론 내가 호떡을 사먹을 당시 가격은 약 50원 정도로 기억한다. 미아리 고개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수십 개에 이르던 호떡집은 단 두 개로 줄어들고 말았다. 그나마도 공사후에 찾아가보니 단 한군데도 남아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호떡의 맛은 피자의 도우처럼 호떡의 껍질은 말랑말랑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꿀(흑설탕)은 적당히 달아야 한다. 물론 여기엔 역시 적당한 온기가 흘러야 한다. 이게 말이 쉽지, 실제 이런 호떡을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길가를 지나가다 호떡을 파는 곳을 만나 먹어보면, 중국식 호떡은 너무 굳어서 딱딱한 게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딱딱하고 아무런 맛없는 호떡을 먹으면서 나는 미아리 호떡을 너무나 눈물나게 그리워했다.

 

당시엔 그 호떡이 얼마나 맛있는 줄 몰랐다. 단돈 100원만 내면 먹을 수 있는 호떡은 말랑말랑하고 달콤했다. 그 맛은 감히 필설로 옮길 수 없다. 물론 당시엔 호떡보다 햄버거를 더 먹고 싶어했다. 아이니컬하게도 지금은 햄버거라면 수제버거까지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어린 시절 맛나게 먹었던 호떡은 어느 곳에서도 팔지 않게 되었다.

 

내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엔 장작으로 불을 땠고, 그 이후엔 연탄불로 화덕을 채웠던 미아리 호떡은 이제 내 기억속에만 존재하게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노원으로 이사를 오고, 우연히 한 길거리 가게에서 호떡을 먹게 되었다.

 

그리곤 잠시 추억에 젖었다. 근본적으로 가스불로 굽는 중국식 호떡은 미아리 호떡과 다르다. 화덕에서 갓 구운 호떡이 부풀어 올랐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납작해질 때까지. 잘못 먹으면 꿀이 흘러 옷을 다 망치던 마치 ‘情’이 흘러넘치는 듯한 미아리 호떡과는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적당히 말랑말랑하면서 적당한 단맛이 느껴지는 호떡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연하지만 난 그 호떡집의 단골이 되었다. 중계동 2001 아울렛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농인부부가 운영하는 호떡집은 내 기억엔 500원부터 시작했었다.

 

그 호떡이 이젠 700원이 되어버렸다. 언젠가 TV에서 풀빵을 처음 만든 이를 만나 물어본 것을 본 적 있다. ‘왜 풀빵을 만드셨습니까?’ ‘가난한 서민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게 없을까하고’. 우린 흔히 ‘가난구제는 나랏님도 못 한다’고 말한다.

 

허나 자신도 넉넉하지 못한 처지에 이웃을 생각해 풀빵을 만든 위대한 이들을 목격하게 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때때론 저런 소박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길거리 음식은 피자와 떡갈비 등이 등장할 정도로 화려하고 다양한 맛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화려한 길거리 음식속에서 내가 어린 시절 먹던 호떡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목이 메어온다. 개발이란 논리하에 배고픈 서민이 먹던 호떡마저 사라져 버리게 만든 우리네 모습은 과연 옳은 것일까? 배고픈 서민이 먹는 호떡이 이제 700원으로 인상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건 올바른 세상일까? 나는 호떡 하나를 놓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본다.


그나마 하나 다행이라면, 그나마 어린 시절 먹던 맛과 비슷한 호떡이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 이 근처에 볼 일이 있다면 한번쯤 먹어볼 것을 권해보고 싶은 맛집이다. 적어도 나에겐 말이다.  

 


다음 베스트 포토로 뽑혔습니다. ^^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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