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수돗물을 마시기 두려운 이유

요새 읽고 있는 랑셴핑의 <자본전쟁>을 보면 무시무시한 대목이 많이 나온다. 그중에서 기가 막힌 부분이 있는데, 수돗물과 식량에 관한 부분이다. 먼저 수돗물에 대해서 소개해보겠다.

 

근래 들어 각 중국 도시는 물값을 인상했다. 2009년과 2010년 동안 전국 35개 도시의 물값이 인상되었고, 하얼빈시의 경우엔 무려 100% 이상 인상되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랑셴핑과 그의 조사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가 외자유치를 위해서 대대적인 활동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프랑스의 베올리아 워터 시스템이 중국의 물시스템을 완벽히 장악한 탓이다.

 

일례로 2009년 입방미터당 0.3위안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란저우시의 경우, 2007년 베올리아사와 계약을 체결할 당시, 물값 인상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란저우시 정부를 법원에 고소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자! 그럼 베올리아사는 무엇을 근거로 물값 인상을 요구하는 것일까? 랑셴핑의 주장에 따르면 베올리아사는 중국의 물공급 시스템을 차지하게 되자마자, 대대적인 회계감사를 통해 ‘현재의 물값이 지나치게 낮다’면서 매년 49%인상을 요구했단다.

 

이에 격분한 중국 네티즌들과 관련 인사들이 관련 정보를 요구했지만, 베올리아사는 이를 거부했다. 그렇다면 베올리아사는 중국의 물공급 시스템을 사고선 무엇을 했을까? 조사해보니 우습게도 바뀐 것이 전혀 없었다. 현재 물공급 시스템은 원래 지방정부들이 만든 그대로였다. 심지어 일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베올리아사가 물공급 시스템을 장악하고 한 것이라곤 최상위 관리인 몇 명을 파견하고, 회계감사를 통해 물값인상의 이유를 만들어낸 것 뿐이었다!

 

게다가 계약서에 따르면 상수도 시설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것을 책임지는 것은 베올리아사가 아니라 각 지방 정부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을까? 랑셴핑이 제대로 말은 못하지만, 이건 순전히 중국이 공산당의 일당독재하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국민이 주인이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1911년 무창봉기를 시작으로 신해혁명이 일어났지만, 손문의 중화민국은 장개석에 의해 국민당 일당독재가 되었고, 1949년 모택동이 이끄는 공산당이 중국을 재통일 하자, 다시 공산당 일당독재로 바뀌고 말았다.

 

따라서 일반 시민이나 네티즌들이 성토를 하는 정도로는 각 지방 정부 관리자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은 마치 청나라 말기 때처럼 부패하고 시대에 어두운 이들이 대다수다. 거기에 더해 학자들은 지방정부들의 기꺼이 충복이 되어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주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이뤄져야 할 공청회를 비롯한 일련의 과정들이 전혀 벌어지지 않고 있다.-우리가 생각하기엔 지극히 당연한 일들이, 중국인들에겐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중국의 이런 상황은 우리 역시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수돗물 역시 외국기업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물은 먹고 싶지 않다고 해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지금보다 가격이 10배 이상 오른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사먹을 수 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는 몹시 안타깝지만, 우리 역시 수돗물을 만약 ‘민영화’한다면 외국자본이 매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럴 경우, 시설은 나빠지고 가격은 지금의 몇 배로 뛰는 일을 겪기 쉽다. 수돗물 뿐일까? 도시가스, 버스, 지하철 등등 오늘날 우리가 ‘공공재’로서 당연히 누려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가격은 폭등하면서 서비스의 질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일들은 만약 민영화가 진행되고, 외국기업이 들어와 각 지방단체와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은 몹시 피곤하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우리 역시 두 눈을 크게 뜨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언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참고 : <자본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