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대한민국에서 학문은 3D업종이다?!, ‘중용, 인간의 맛’

朱雀 2011. 9. 1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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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필자는 <계백>을 시청하다가, EBS로 채널을 옮겼다! 그런데 아뿔싸! 분명 1040분에 돌렸건만, 무슨 일인지 강의는 이미 진행된 상황이었다. 안타까운 마음도 잠깐! 탁자를 보니 도올 김용옥 교수가 쓴 책들이 쌓여 있었다. 속으로 책선전 하실려고 그러나?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그런데 강의가 조금 진행되니, 도올 김용옥 교수의 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엔 김영사에서 나온 지식인 마을시리즈와 정암 학당에서 나온 플라톤 전집도 있었다.

 

지식인 마을시리즈는 철학 사상가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각각 다른 입장에선 이들의 대비시켜서 소개한 것이고, ‘플라톤 전집은 말 그대로 위대한 서양의 고전인 플라톤의 저서에 대해 저자들이 희랍원전을 찾아서 공부하고 고민해서 엮은 책이다.

 

 

누구보다 맹렬히 공부하고 비판적인 도올은 자신의 책이 아닌, 다른 이의 저서를 그것도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의 책을 자신의 강의시간에 소개했다. 그는 왜 그랬을까?

 

많은 젊은이들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올은 일갈한다. “대한민국은 정신사적으로 들끓고 있다. 거기에선 희랍고전과 고대철학과 과학을 섭렵하면서 성과를 내놓는 젊은 지식인들이 있고, 그들의 수준은 미국-유럽-일본과 비교해서 오히려 나을 정도다라고.

 

도올이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자신이 공부하던 세대와 지금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도올이 대학생일 시절에는 엄혹하기 이를 데 없는 시기였지만, 그들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헤겔의 <정신형상학>을 독파하며 공부했다.

 

그것은 민주화가 짓밟힌 사회에서, 그런 엄혹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던 시대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한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에 대해 비판하고, 전두환 대통령에게 맞서 시위를 벌이던 이들이 사회의 중심이 되었고, 물질적으로 풍요한 삶을 살고 있지만 오늘날의 시대는 정신적으로 피폐하기 이를 데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사회는 유치원 때부터 아이들을 줄세우기를 시키고, 이것은 그대로 초중고를 거쳐 대학 그리고 직장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학문에 대한 고민은 일찌감치 벗어던진 채, 돈과 권력만이 지상최고의 과제가 되어버렸고,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은 말초적인 쾌락과 화려한 것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

 

오늘날 TV방송을 보아도 <나가수>를 비롯해서 <슈퍼스타 K>처럼 서바이벌 프로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건 재미는 있지만 오늘날 우리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왜 그냥 가수는 노래하면 안 되는가? 왜 꼭 가수들을 경연의 장으로 떠밀어서 등수를 매겨야 하는 것일까? 왜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단 한명의 우승자를 뽑기 위해 200만명이 경연에 나서서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가?

 

도올은 역설한다. 동서양을 가리지 말고 고전을 읽고 공부하라고! 그건 이공계도 마찬가지다. 왜? 철학없는 과학이나 기술은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참다운 학문이란 단순히 개인이 업적을 쌓거나 이름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 나를 있게 해준 사회를 더 나아가 인류를 어떻게 하면 더 높은 곳에 위치할 수 있게 할 수 있는지 치열한 고민 끝에 나아가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는 어떠한가? 아이들을 무한경쟁에 내몰면서도 엄청난 공부를 시키면서도 대학생의 머리엔 사실상 별로 남는 게 없는 낭비의 공부를 시키고 있다. 비록 서구열강에 밀려 식민지시대를 겪긴 했지만 조선의 선비들은 43만자의 경전을 외우면서 사회와 시대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겐 그런 치열한 고민이 있는가?

 

물론 이건 사회의 잘못이자, 국가의 잘못이다. 인성이 아닌 그저 경쟁을 위한 경쟁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올은 강의에서 파주 출판 단지에 국립도서관을 세우고, 출판사들을 국가에서 도울 것을 요청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출판사들은 운동권 인사들이 참다운 지식을 전하기 위해 출판사를 세운 경우가 많다. 현재에도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책이 번역되었지?’라고 놀랄 정도로 놀라운 번역서와 기획서들을 만나볼 수 있다.

 

따라서 도올의 말대로 국가예산의 천분의 일이라도 그런 출판사들에게 지원한다면 우리의 정신문화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러나 늘 그렇지만 이상은 높고 현실은 시궁창이다.

 

우리 사회는 <나가수>에 나와서 노래하는 가수들에겐 열광해도, 그 곡을 지은 작곡가와 작사가에 대해선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세계적인 연주자들은 쏟아져 나와도 교향곡을 작곡하는 위대한 작곡가는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도올이 철학가라 그런 탓이겠지만, 그는 창조를 하지 못하는 오늘날의 사회에 대해 매우 비판한다. “그대들은 지식의 소비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지식의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

 

왜 도올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창조를 하는 이들을 세상을 바꾸고 이끌어 간다. 미국이 영생에 가까운세계적인 욕설과 비난을 받고도 세계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세계를 움직이는 위대한 과학자와 철학자, 예술가 등이 줄지어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들은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미국인으로서 미국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피부색이나 종교 등을 이유로 외국인을 차별하고, 내국인조차 출신지와 경제력에 따라 차별을 하고 있다. 이런 나라가 과연 발전할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우리나라는 기초학문을 몹시 무시하는 나라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말로 공부한다고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고 비아냥 거리는 것이 옳은 이야기일 것이다. 지성의 전당이어야할 대학마저 인기가 없다는 이유등으로 철학을 비롯한 기초학문 학과를 폐쇄시켜버리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학자는 공부만 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선 생산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칸트와 헤겔처럼 어려운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몇십년에 걸쳐서 공부해야만 하기 때문에 개인들에겐 너무나 힘들다. 그러나 공부하기 싫다고, 당장 돈이 안 된다고 이런 것들을 버린다면, ‘외국 노동자들에게 청소와 공사 잡역을 시키듯이 외국의 학자들을 들여올 것인가?’라는 도올의 물음엔 참으로 할말을 잃게 된다.

 

사회를 살찌우고, 오늘날 피폐하기 이를 데 없는 대한민국의 정신문화를 살찌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지적한 도올의 사회비판이라 하겠다. 아울러 이런 건전한 비판이 사회 여기저기서 터져나와 논의와 합의를 거쳐 대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근데 이쯤되니 한가지 궁금증이 머리를 맴돈다. '과연 오늘날 대한민국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그것이 무엇이길래 인간이 인간다움을 포기할 정도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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