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여행을 보는 또다른 묘미, ‘뿌쌍의 모로코이야기’

朱雀 2012. 6.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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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많은 것이 후회되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이 후회되는 것은 여행을 많이 떠나보지 못한 것이다. 그런 탓일까? 여행을 많이 다니는 블로거의 이야기는 늘 나를 설레게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 있게 본 블로그를 뽑으라면 뿌쌍님의 블로그를 꼽고 싶다. 개인적으론 블로그의 특성을 너무나 잘 알기에 개인적인 신상이야기를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솔직담백하게 적어놓은 뿌썅님의 포스팅을 보면서 때론 웃고 때론 눈물짓고 때론 동감하고 때론 놀라면서 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현재 독일에서 지내면서 좌충우돌 독일의 삶을 적고 있는 뿌쌍님이 모로코에서 지냈던 당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뿌쌍의 모로코 이야기>!

 

모로코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그레이스 켈리가 시집간 나라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니면 <카사블랑카>란 영화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근데 책을 보니 그레이스 켈리가 시집간 곳은 모로코가 아니라 유럽에 있는 모나코이며, 영화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에서 찍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가 얼마나 모로코에 대해서 무지한 지 일깨워 주는 이야기라 할 것이다.



 

 

뿌쌍님이 모로코를 여행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소박했다. 바로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 파티에서 먹은 꾸스꾸스때문이었다. 물론 거기엔 친구 발레리가 모로코의 프랑스 대사관에서 일한 우연도 겹쳤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되는 법.

 

어린 시절 지도책 보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소녀는 그렇게 운명적으로 모로코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뿌쌍의 모로코 이야기>를 보면서 감탄하는 것은 요즘 블로그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길어야 한 달도 채 안 되는 일정이 아니라, 1년 즉 우리 식으로 말하면 사계절을 모두 겪고 썼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랑스어를 익힌 그녀는 모로코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이를 녹여서 썼다. 게다가 그녀 특유의 낙천성과 친화력은 보는 내내 읽는 이를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면서 프랑스 부부와 친해지고, 한밤중에 국경을 넘어가고 싶어서 택시기사에게 부탁하고, 땅줴역에서 만난 자비에-메리에 커플과 친해져서 그들의 집으로 초대되어 함께 식사를 나누는 장면들에선 새삼 뿌썅님 특유의 친화력에 감탄하고 말았다!



 

나라면 못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행에서 만난 이들과 쉽게 친해져서 그들을 따라가는 뿌쌍님의 모습은 때론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저러다 봉변 당하는 건 아닌가?’하고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거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의 호의를 감사하고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다른 세상에 눈을 차츰 떠갔다.

 

<뿌쌍의 모로코 이야기>는 그런 면에서 분명 한 여성의 성장담이자, 또한 문화체험기이다! 이 책은 절대 모로코를 장밋빛으로 만들지 않는다. 보행자보다 차가 우선시 되는 문화라든가, 손님의 옷이나 물건을 망가뜨려 놓고도 오히려 당당한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의 위대한 점은 거기에 선악이란 잣대를 가져다대지 않는 것이다. 모로코인들의 삶과 문화를 최대한 본인이 느낀 대로 서술하되, ‘문화적 상대성과 그들 문화에서 기인한 독특함을 풀어내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어떤 의미에선 학자적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였다-


 

따라서 <뿌쌍의 모로코 이야기>은 여행기인 동시에 모로코에 대한 개괄서라 할 수 있다. 다소 장황하게 말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쉽고 재밌게 읽힌다는 점이다. 오늘날 많은 여행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많은 수는 여행지의 정보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그런 도서도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여행이 예전처럼 가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든지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여행서는 <뿌쌍의 모로코 이야기>같은 책이 아닐까 싶다.

 

용감무쌍하게 맨몸으로 모로코의 문화와 삶에 부딪치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때론 자신만의 시각과 통찰력으로 바라보는 <뿌쌍의 모로코 이야기>는 읽는 내내 독자를 시험케 한다.

 

필자처럼 여행을 가보지 못한 이들에겐 유럽과 미국 혹은 동남아처럼 최근 친숙해진 여행지와는 다른 매력을 어필해서 호기심 유발과 더불어 모로코로 여행가고 싶다는 환상을.

 



여행을 좀 다녀본 이들에겐 어떤 식으로 다른 나라와 문화를 바라봐야 하는지 좋은 예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잘난척 하지 않으면서도 모로코에 대해 이토록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것에 그저 감탄사가 나온다.

 

여성 특유의 따뜻함과 수다스러움에 뿌썅님 특유의 관찰력과 행동력이 더해진 <뿌쌍의 모로코 이야기>, 오늘날 정보만이 넘쳐나는 여행서적들 가운데, ‘진정한 여행기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예라고 생각한다. 독일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는 그녀가 또 어떤 삶의 궤적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끝으로 블로그에서 편하게 쓰던 여행담이 책으로 나오면서 너무 정제되지 않은 게 아닐까?’란 걱정을 뿌썅님이 가지시던데, 필자가 보기엔 블로그 특유의 가벼움과 책의 정제성이 잘 혼합된 좋은 사례라고 여겨진다. 그냥 지나쳐가기엔 분명 좋은 여행서라는 말을 꼭 추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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