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다희와 정웅인의 빛나는 존재감! ‘너의 목소리가 들려’

朱雀 2013. 6. 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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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강하면 어둠도 짙은 법. 이 말은 상대성을 잘 뜻하는 말이다. 드라마에 적용한다면 선한 인물이 돋보이기 위해선 그 대척점에 있는 인물 역시 강해야 한다는 말로도 바꿀 수 있겠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는 그런 의미에서 인상적인 인물을 두 명 들 수 있다. 우선 <너의 목소리가 들>의 여주인공인 장혜성과 대척점에 있는 서도연이다. 서도연은 원래 장혜성의 어머니가 가정부를 하던 집의 주인집 딸내미다.

 

그녀는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그야말로 엄친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중요한 시험때 컨닝을 했고 그걸 장혜성이 본 것에 대해 못내 찜찜해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눈에 폭죽을 맞는 사건이 발생하자, 어린 장혜성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녀는 장혜성과 함께 어린 박수하를 민준국이 죽이려는 현장을 목격하지만, 법정 앞에서 (증언을 앞두고) 결국 도망치고 만다.

 

서도연은 어떤 의미에선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완벽해지고 싶어하나 완벽해질 수 없는 (일반적인) 인간이 얼마나 치졸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녀가 현재 검사라는 대목에 있다. 그녀는 한번 악은 영원한 악이란 말을 표어로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서도연을 연기하는 이다희의 연기는 매우 돋보인다!

 

이다희의 출연분량은 당연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에 이다희는 피고인에게 가차 없이 죄를 묻는 검사로서 활약한다. 고성빈을 처음 심문하는 자리에선 처음엔 부드럽게 대하다가, 틈이 생기자 날카롭게 파고드는 모습에선 연기력 장난아니네?’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국선변호사인 장혜성이 고성빈 사건에서 증언을 바꾸려하자, 위증죄를 들먹이는 모습에선 아니 검사가 어떻게?’라는 분노하게 만든다.

 

장혜성에게 공소취하를 당하고 나서 안 그래도 미운 그녀가 자신에게 바락바락 맞서자 분에 겨워서, 연필을 부러뜨리는 장면은 서도연이 얼마나 장혜성을 싫어하는지 짧은 순간안에 임팩트있게 보여준 장면이라 하겠다.

 

4회에선 더욱 출연분량이 작지만 그 안에서 숨막히는 집안 분위기에서 살아가는 그녀의 처지와 장혜성에게 묘한 라이벌의식을 느끼는 그녀의 의식세계를 훌륭하게 잘 펼쳐냈다.

 

4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누구일까?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이 박수하의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죽였던 민준국 역의 정웅인을 들지 않을까 싶다. 정웅인은 우리에게 코믹연기로 많이 각인되어 있지만, 사실 그는 폭넓은 연기력의 소유자다.

 

1화부터 킬러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풍긴 그는 4화에선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장혜성에게 해꼬지를 하기 위해 틈을 노리는 민준국의 모습을 너무나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스마트폰을 장혜성의 집에 숨겨놓고 어둠속에서 바라보는 그의 눈빛과 분노에 찬 꽉쥔 주먹은 그가 12년 동안 감옥에서 얼마나 복수를 염원해 왔는지 잘 보여주었다.

 

장혜성에게 복수를 다짐했으면서도 6군데나 자원봉사를 하면서 선량한 시민으로 위장하는 그의 모습은 이내 자신의 앞에 나타난 박수하 때문에 갈등하면서 철저하게 계획된 악인의 모습을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냈다. 특히 그가 박수하와 함께 무를 써는 장면에선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이 일어날 정도였다. 물론 박수하역의 이종석 역시 연기가 좋았지만, 상대가 정웅인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긴장감이 넘치진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수하가 자신에게 이름을 속이고 접근했던 사실을 알아내고 패스트푸드점으로 불러내서 아무런 말없이 생각만으로 그를 격동시키는 장면은 너무나 천연덕스러운 그의 얼굴과 더불어서 더욱 인상적으로 들어왔다. 정웅인의 그런 연기는 흡사 싸이코패스적인 엽기살인마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할 지경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주인공이 돋보이기 위해선 그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돋보여야 한다. 그가 악당이미지를 완벽하게 구축하면 구축할수록 주인공은 더욱 빛난다. 그런 의미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 제작진이 선택한 이다희와 정웅인인 완벽한 카드라고 여겨진다.

 

그들은 많은 분량에 출연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정도로 존재감이 너무나 뚜렷하고 빛나는 연기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비록 이보영과 이종석만큼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지 못할 지라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완성도에 그들이 기여하는 바는 주인공들 못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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