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진정한 어른의 역할은 무엇일까? ‘수상한 가정부’

朱雀 2013. 10. 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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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눈앞에서 한 아이가 동급생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아마 가능하면 많은 이들은 달려가서 일단 막고 볼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입장에선 한순간은 위기를 모면했을지 몰라도, 다음엔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기에 전혀 해결이 되었다고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제 <수상한 가정부>에선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중 하나인 왕따와 학교폭력 문제를 다뤘다. 은세결의 국제중 진학 상당문제로 학교를 찾은 박복녀는 동급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은세결을 목격하게 된다. 그녀는 그런 모습을 보고도 외면한다.

 

그녀는 왜 은세결의 위기를 보고도 외면했을까? 그녀는 충분히 가해자 학생을 제압하고도 남을 정도의 능력이 있다. 그러나 그녀가 말했듯이 그건 은세결의 문제다. 은세결 스스로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일시적으론 그녀가 막아줄 수 있지만 세결을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가해자를 계속해서 막아줄 수는 없다.

 

많은 왕따 피해자 학생들이 그렇지만, 그들은 선뜻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일단 가해자 학생은 같은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주변에 알렸다가 더욱 처절한 응징이 돌아올까봐 무섭기 때문이다.

 

세결의 경우엔 어머니는 현재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부정조차 없는 심지어 불륜을 저지르고 집을 나가있는 상태다. 한마디로 세결의 집엔 '어른이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형인 은두결은 싸움을 잘 하긴 하지만,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오히려 큰 사고를 칠 수 있다. 현재 은세결에겐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어른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버스카드를 이용해서 간식을 강제로 사게 하고, 결국엔 수학시험지까지 보여달라고 하는 통에, 은세결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끔찍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결국 세결은 고민끝에 복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근데 복녀가 세결을 돕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시험 100점을 맞아야만 아버지가 스마트폰을 사준다는 가해 학생의 말 때문에 처음엔 시험지를 훔쳐달라는 말에 정말로 시험지를 훔쳐주고, 가해학생의 문자에 분노한 세결이 충동적으로 죽여달라고 하자, 정말 아지트로 찾아가서 목을 조르는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

 

그러나 박복녀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가해 학생은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경찰에 알리겠다며 큰소리를 친다. 세결은 고민 끝에 수학시험을 0점 받는 것으로 가해 학생에게 맞서고, 국제중까지 포기하는 그의 결기에 그만 가해학생도 질리고 말면서 사건은 일단락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박복녀의 행동이 돋보이는 것은 철저하게 세결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데 있다. 물론 그녀가 한 일련의 행동들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부탁했다고 시험지를 훔치거나, 가해 학생을 찾아가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전혀 올바르지 못한 행동들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은 아직 어린 세결이 자신의 선택들이 올바르지 못했음을 깨닫고 올바른 길로 향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어른은 흔히 아이의 잘못이나 처지를 보면 충고하거나 직접 나설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어설픈 충고와 행동은 오히려 피해와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복녀의 행동은 여러모로 문제점이 많지만, 세결의 입장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그가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인내와 끈기를 갖고 기다려주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른의 역할은 무엇일까? 인생의 선배로서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약한 이들을 돕고 보호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남을 돕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선 더더욱 말이다.

 

박복녀가 은세결을 돕는 방법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그러나 은세결이 스스로 말할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고, 그가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옆에서 묵묵히 보면서 결국엔 그가 해결책을 찾을때까지 인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어른이 요즘 시대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애초에 왜 학교에서 동급생을 왕따시키거나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일들이 생겨났을까
? 이게 다 어른들이 만든 입시지옥에서 자란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그걸 동급생에게 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

 

세결은 국제중에 엄청나게 집착한다. 그 이유는 순전히 돌아가신 엄마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비록 가해학생의 폭력 때문이긴 했지만) 시험지를 훔치는 부정행위를 통해서 100점을 맞고자 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방법이다. 세결은 그런 자신에게 0점을 맞음으로서 스스로 벌을 내린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수단방법이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이게 말이 쉽지 국제중 진학이 달려있는 중요한 인생의 순간에서 내리기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게다가 아무도 그런 세결의 부정행위를 모르는 상황에선 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수단방법은 가리지 않는 게 큰 흠이 되지 않는 사회다. 크게 성공한 기업가과 정치가는 으례 몇 가지 불법-탈법 행위를 했다고 생각할 정도니 말이다.

 

<수상한 가정부>는 힐링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처럼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에 한 초등학생이 스스로 왕따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어른인 박복녀가 도와주는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어른상에 대해 고민케 했다는 데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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