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TV비평

백종원은 왜 위대한가? ‘집밥 백선생’

朱雀 2015. 8. 2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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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으로 백종원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나에게 ‘소유진 남편’이나 ‘잘 나가는 프렌차이즈 대표’ 정도였다. 그런 선입견이 깨진 것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서였다! ‘맛있쥬?’라는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는 넉넉하고 부드러운 인상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그는 마치 마법을 부리듯 뚝딱 고급진 요리를 만들어냈고, 많은 이들이 열광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진가를 알기 위해선 ‘마리텔’로는 한계가 있었다. 하여 가장 핫한 이슈를 몰고 다니는 tvN ‘집밥 백선생’을 찾아보면서, 새삼 백종원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었다!








우선 백종원의 위대함은 그럴싸한 음식들을 집에서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있다! 가장 최근 방송한 짜짱면, 짬뽕, 볶음밥을 떠올려보자! 볶음밥을 제외한 짜장면과 짬뽕은 감히 집에 만들어 먹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인스턴트를 사서 조리해 먹는 정도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춘장 두팩에 식용유를 네컵을 부으면서 시작한 그의 짜장면은 이내 누구나 준비할 수 있는 간단한 재료와 중요한 포인트 만으로 배달해서 먹는 그 맛을 집에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두번째로 그는 중요한 비법을 아낌없이 공개한다. 짜장면을 만들때, 춘장을 볶는 게 아니라 튀기는 것이며, 10분에서 15분 정도 약한 불에 하라는 것은 정말 짜장소스의 맛을 좌우하는 키포인트였다. 그뿐인가? 그는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우동면 등이 전분이 묻어있기 때문에, 반드시 물에 샤워하듯이 행궈써야 하고, 씻자마자 곧장 삶으라는 등의 노하우를 공개한다.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이 바로 맛을 좌우한다. 사실 맛집의 비결은 알고보면 별 거 아닌 경우가 많다. 마치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그러나 그 비법 하나를 알아내기 위해 누군가는 몇달 혹은 몇년 동안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쳐야만 했다.



세번째로 그는 시청자의 창의성을 자극한다! 12화에서 돈까스를 만들면서 백종원은 우스터소스를 들고 나왔다. 정통식으로 만들때는 우스터소스를 썼지만, 우스터소스가 없을 경우 대용품을 만드는 방법 역시 알려주었다. 그러나 쉽게 바로 알려주진 않았다.



그는 제자들에게 소스의 맛을 보게 하고 무엇으로 대체하면 좋을지 추리하게끔 유도했다. 신맛, 짠맛, 단맛을 기본으로 각각 식초, 간장, 설탕을 떠올리게 하고, 식초는 아무래도 강하므로 반으로 넣게끔 설명을 해주었다. 돌이켜보면 그는 늘 그런 식이었다.



항상 현지식 혹은 정통식을 알려주면서, 동시에 우리 주방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통해서 비슷한 맛을 낼 수 있게끔 해주었다. 이게 말이 쉽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재료로 최상의 맛을 이끌어내는 것은 오로지 일류 요리사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집밥 백선생’을 보면서 요리가 왜 치매예방에 효과적이고, 창의적인지 깨닫게 되었다. 백종원은 요리를 하면서 끊임없이 제자들에게 묻는다. 여기선 무엇을 넣으면 좋을까? 불맛을 내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요리하는 제자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그건 시청자들에게도 통용될 수 밖에 없는 물음이다.



우린 ‘집밥 백선생’을 보면서 고민하고 추리하게 된다. 그리고 맞던 틀리던 재미를 느낀다. ‘아!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렇게 창의적인 과정을 거치는구나’라고.



네번째로 그는 요리를 하면서 즐거운 분위기로 이끈다. 다른 요리방송은 쉐프가 방송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혹은 너무 진지하게 요리에 임하는 바람에 다소 딱딱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천상 방송인은 백종원은 유려하게 진행한다.







중국음식이 주제인 경우엔 추억의 철가방을 들고 등장하면서 ‘짜장면 시키신 분?’라고 넉살 좋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히 웃음을 유발한다. 아울러 김구라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요리할 때 웃으면서 바라보고, 칭찬을 많이 해주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여유있게 진행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요리는 즐거운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다섯번째로 그의 먹방을 빼놓을 수가 없다! 오늘날 먹방은 방송가는 물론이요, 인터넷의 화두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혹은 제자들이 만든 음식을 맛깔나게 먹는 그의 모습은 새삼 우리에게 ‘먹는 즐거움’을 일깨우게 한다.



오늘날  1인가구는 무려 500만에 달한다고 한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탓에 우린 밖에서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외식엔 한계가 명확하다. 집밥이 늘 그리울 수 밖에 없는 현대인에게 ‘집밥 백선생’은 집에서 누구나 쉽게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엄청난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한국의 식문화의 수준은 그다지 높다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대국이지만, 우리의 문화수준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부분이 많다. 식문화만 해도 ‘맛집’을 소개하는 수준이지, 음식 자체의 고찰과 레시피의 대중화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었었다.



‘집밥 백선생’은 그런 아직 척박한 국내 식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프로라고 감히 평가한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는 현대인에게 어렵지 않게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고급진 레시피를 널리 알리고 있는 그야말로 훌륭한 프로라고 하겠다. 앞으로 백종원과 ‘집밥 백선생’의 행보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 자체가 한국 요리 대중화의 역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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