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요리는 과연 쉬운 것일까? ‘집밥 백선생’

朱雀 2015. 8. 2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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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밥 백선생’에선 계란 3개를 가지고 아침, 점심, 저녁은 물론이요, 특제 요리까지 선보이는 엄청난 내공을 선보였다. 재료가 몇개 안되고, 과정도 간단해서 보는 내내 ‘집에서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방송을 보면서 동시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 간단한 요리일까?’하고.



그런 의문이 처음 든 시점은 저녁요리로 달걀찜을 할 때였다. 우리가 흔히 음식점에 가면 서비스로 만날 수 있는 달걀찜은 몇가지 비법을 담고 있었다. 첫째 뚝배기의 80% 정도의 내용물을 넣고, 둘째 잘 휘져어 주다가, 셋째 적당한 시점에 뚜껑을 닫고 기다려야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요리는 불과 시간의 예술이다. 불의 세기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어느 시점까지 조리할 것인가? 가 가장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달걀찜은 그런 면에서 어려웠다. 80% 정도의 내용물을 넣어주라는 데, 이게 말이 쉽지 적당량을 넣기 위해서 시행착오를 거칠 수 밖에 없다.



두번째로 80~90%정도 익을 때까지 휘휘 저어넣는 부분도 그렇다. 백종원의 말에 따르면 식당에 따라선 계란찜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란다. 그 말은 그만큼 계란찜이 중요하며 동시에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되지 않을까?



특별 요리로 오믈렛을 선사할 때도 그랬다. 백종원은 자신도 오믈렛 모양을 잡기 어렵다고 뜬금(?)없이 고백했다. 그러면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양파와 햄, 버섯, 치즈 등을 썰어놓고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정답은 ‘넣을 재료가 너무 많아서’였다.



갑자기 머리를 한대 땡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바둑도 그렇고, 요리도 그렇고 보다보면 왠지 우리네 인생사를 비유는 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어제 오믈렛을 만들때가 그랬다. 요리를 망치는 이유가 ‘욕심’이라니. 오믈렛 모양이 잡힌 맛난 요리를 하기 위해선 정말 한숟가락 두숟가락 정도의 재료만을 넣어야 한단다.



그게 계란 3개가 커버할 수 있는 양이란다. 백종원은 오믈렛의 모양을 잡아주는 비법을 알려주었다. 휘저어주다가 적당하게 익으면, 한쪽을 기울여서 젓가락등으로 밀어넣어준 다음, 접시에 엎어서 내놓는 것이었다! 처음엔 ‘망한 것 같은데’했다가 멋진 모양이 나오는 것을 보고 마치 마술같았다.






그런데 숨겨진 이야기가 더욱 놀라웠다. 예전에 백종원에게 아내인 소유진이 ‘오믈렛 못해요?’라고 돌려서 부탁했는데, 호언장담하고 했다가 (모양을) 망쳐서 망신을 당했단다. 그리고 주방에서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연습끝에 나온 것이 어제 방송에 나온 비법이었다.



‘집밥 백선생’은 고급진 요리를 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는 쿡방송이다. 방송을 보는 이라면 누구나 따라하고 싶어하고, 의외로 쉽게 요리를 할 수 있는 프로다. 그러나 동시에 아무리 쉽게 해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요리에 레시피가 존재하는 이유는 어느 상황에서도 최대한 똑같은 맛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량화해도 한계가 있고, 결국엔 요리사 자신의 경험과 감에 의존해야만 한다. 게다가 백종원 같은 대가 역시 실패를 겪고 한계를 체감할 때도 있다.



‘집밥 백선생’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그 요리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알려주고, 겸손하게 만들어준다는 데 있다. 사람은 쉽게 교만해질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실패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더욱 한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백종원이 오늘날 TV에서 대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엔 우리의 눈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실패와 고민의 시간들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많은 식당들이 ‘맛집’으로 각광을 받는 것 역시 무수한 실패와 치열한 고민과 도전의 시간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단순히 요리법만 아니라, 우리네 인생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집밥 백선생’은 여러모로 훌륭한 방송인 것 같다. 계란 3개로 삼시세끼 뿐만 아니라 깊이 새길 인생의 가르침까지 얻을 수 있는 방송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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