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홈>, 오세훈 시장이 더빙해서 안본다!

朱雀 2009. 6. 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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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홈>이 극장 개봉했다. ‘신의 눈’으로 불리는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이 찍고 뤽 베송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고 해 호기심이 동했다. 원래 다큐물을 좋아했던지라 관련정보를 검색하던 도중,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내판 내레이션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간 눈을 의심해서 몇 번 비비고 껌뻑여봤지만 소용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세훈 시장이 했다는 말에서 일단 분개했고, 국내 수입사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국내에서 전문 성우만 해도 최소 몇 십명을 될테고, 유명배우만 해도 꽤 된다. 왜 굳이 오세훈 시장을 선택했을까? 환경운동가도 꽤 될텐데...

작년 <지구> 극장판을 배우 장동건이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살아있는 지구>에서 <엑스파일>의 ‘멀더’로 익숙한 이규화 씨가 진행해서 익숙했는데, 바뀌어서 조금 이상했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들어줄만 했다(참고로 <지구> 극장판은 BBC에서 TV용으로 제작한 <살아있는 지구> 다큐물을 극장용으로 재편집한 것이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라니. 오세훈 시장이 누군가?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경찰이 강제로 서울시장을 강제점거하고 있는데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은 인물이 아니던가? 그리고 얼마나 있었던 용산참사에서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은 인물이다.

오세훈 시장이 변호사로 활약하던 시절에는 나름대로 좋게 봤지만 그가 서울시장에 취임한 이후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의 소속으로 그가 해온 일들을 무사히 봐왔다. 아마 오세훈 시장이 <홈>의 나레이션을 소식을 접하고 관람을 포기한 이가 나 말고도 꽤 될거라 여겨진다.

<홈>은 멕시코버전에선 할리우드의 여배우 셀마 헤이엑이, 영어버전은 글렌 클로즈가 활약했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선 나레이션을 쟁쟁한 대배우들이 맡았는데 왜 우리나라만 굳이 현역 서울시장에게 부탁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국내수입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위세를 빌려 뭔가 다른 것을 노리고 있는 건가?

영화와 정치를 결부시키고 싶지 않지만, <홈>의 더빙을 오세훈 시장이 맡았다는 건 도저히 현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를 받아 모든 나라의 살림과 정치를 일방 통행하는 현시점에선 더더욱 말이다.

예술 영화라고 볼 수 있는 작품에 현재 막강한 공직에 있는 자가 더빙을 맡았다는 건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게다가 그 사람이 국민에게 별다른 사랑을 받지 못하는 현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나는 <홈>이 아무리 지상 최고의 명작이라고 해도 국내판은 절대 보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인터넷을 조금 뒤져보았다. 어렵지 않게 답이 나왔다. 바로 ‘330만㎡ 푸른 숲 만들기’를 목표로 매진하는 오세훈 시장의 노력을 높게 산 모양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원래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쫓겨나는지에 대해선 모를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현재 오세훈 시장이 펼치는 사업들은 대부분 ‘무리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한 한강호안 녹화사업은 무리한 토목공사로 인해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환경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얼마 전 녹지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곳은 아직 살고 있는 주민들과 사후 대책논의가 전혀 안된 걸로 언론에서 보도되었다.

이런 전후사정을 알면 그가 아름다운 지구가 어쩌고...우리의 녹색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도저히 공감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여 나는 <홈>을 극장에서 보지도, 국내판 DVD도 절대 사지 않을 것이다. 맘 같아선 불매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지만, <홈>을 보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하지 않으련다.

환경을 생각한 작품을 보려고 했다가 분노를 느끼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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