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감히 명작에 이야기를 더하다! ‘어린왕자’

朱雀 2015. 12. 29. 07:00
728x90
반응형

생 텍쥐페리의 원작 ‘어린왕자’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누구나 어린 시절 부모님의 품에서 혹은 필독서목록으로 만나봤을 것이다. ‘어린왕자’의 애니메이션이 개봉했다는 소식에 별다른 정보없이 극장을 찾았고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게 왠일? 영화에서 원작은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그려진다. 대신 엄마가 그려준 인생계획표대로 살아가던 소녀와 그녀가 명문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이사온 옆집에 사는 괴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더욱 비중있게 그려진다.






알고보니 그 할아버지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어린왕자’에게 그림을 그려진 조종사였다! ‘어린왕자’는 단순히 원작을 그려내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원작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서 더욱 확장해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는 원작팬에 대한 반발을 이끌어낼 수 밖에 없다.



‘어린왕자’는 더 이상 뺄 것도 보탤 것도 없는 완벽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1943년 발표된 이래 70여년이 넘도록 사랑받아온 작품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위대한 고전에 대해 누군가 이야기를 보태면 눈을 부릅뜨고 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어린왕자’는 매우 용감한 시도를 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영화는 소녀가 명문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녀는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했는데, 면접관은 ‘커서 무엇이 될래?’라는 식의 전혀 예상치 못한 물음을 던진다. 당연히 준비했던 질문이 아닌 탓에 소녀는 대답하지 못한다.






이 질문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후 영화를 관통하는 큰 물음이 된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어른들의 세계는 늘 숨막히고 바쁘다. 모두가 똑같이 생긴 집에서 살며, 직장에서 너무나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린 소녀에게조차 숨막힐 정도로 빡빡하게 짜인 시간표를 제시하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 현실에서도 너무나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기에 전혀 낯설지가 않다.



어떤 의미에서 엄마의 그런 모습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오늘날 명문학교를 나와 명문대를 졸업해야만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다. 대다수 자본주의 사회에선 이건 흔한 모습이다. 따라서 엄마의 그런 모습은 오히려 이해가 간다. 그녀는 하나뿐인 딸이 행복하고 넉넉한 인생을 보내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삶은 행복한 것일까? 작품을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주인공 소녀는 ‘결핍’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유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녀의 아빠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있다. 따라서 소녀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직장맘인 엄마가 짊어지고 있을 고민과 삶의 무게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법이다.






따라서 그녀가 딸에게 집착하고 더욱 완벽한 삶을 설계해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뭐든지 지나치면 안되는 법! 소녀가 지적하지만 엄마는 완벽한 계획에 집착한 나머지 딸이 아니라 계획표 자체를 더욱 신경 쓰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생은 뜻한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엔 수많은 사건이 기다리고 있고,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해야할지는 누구도 메뉴얼을 줄 수 없다. 오늘날 창의력이란 단어가 회자되는 것엔 그런 이유가 존재한다. 






따라서 영화가 ‘어린왕자’의 원작 이야기를 간단히 넘어가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과감하게 전개하는 부분은 창의력이 발휘되는 공간이라 할 것이다. 꿈과 희망이 사라진 세상. 어린왕자가 청소부로 전락한 세상은 오늘날 세상에 대해 강렬한 풍자일 것이다!



사장이 돈으로 하늘의 모든 별을 사버린 장면은 오늘날 자본주의 세상에 대한 풍자일 것이다. 과연 그런 세상은 행복할까? 우린 과연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일까?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린왕자’는 애초에 해답을 주는 소설이 아니었고, 영화 역시 해답을 주지 않는다.






관객에게 계속해서 물음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저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바람직한 어른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순수한 어린이고 싶지만, 언젠가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을 잊지 않으면서 인생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까?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CG를 넘나드는 작품의 영상은 아름답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언가를 분석하고 비평하길 좋아하는 관객에게 영화는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상상력으로 작품을 볼 것을 권한다. 제프 브리지스, 레이첼 맥아담스, 마리옹 꼬띠아르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성우로 참여해서 놀라웠다. 106분의 상영시간이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