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왜 두번 보니 재밌지?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朱雀 2016. 1.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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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가끔 영화를 두번 이상 보게 되는 때가 있다. 바로 친한 친구나 동생이 영화보고 싶다고 할때다. 예전에는 ‘난 봤어’라고하며 매정하게 거절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니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아무리 재밌는 영화라도 두번째 보게 되면 뭔가 김빠지고 심드렁해졌었다.



물론 두번째 보면 첫번째와는 달리 여유가 있으니 지나쳤던 장면들을 찾아내는 재미는 있었지만, 본편 자체의 재미는 확실히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달랐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지만 ‘스타워즈 에피소드 4’의 재구성이나 반복으로 봐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두 번째 보면서 재밌었을까? 우선 낮은 기대가 한몫한 것 같다. 처음 볼땐 아무래도 기대치가 높았다. J.J.에이브럼스의 전작인 ‘스타트렉 : 더 비기닝’, ‘스타트렉 다크니스’을 너무나 재밌게 봤었다. 





그라면 ‘스타워즈’를 새롭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서 스타일리쉬하고 멋진 영화를 보여줄거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결과물은? 아니었다. 첫번째는 비교하는 재미였다. 레이의 등장은 타투인 행성에서 자신에 대해 모르고 지냈던 루크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자신을 돌봐주는 가족이 있는 루크와 달리 애초에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레이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쓸쓸해보였다. 그러나 사막이 무대인 자쿠에서 지낸 탓일까? 그녀는 매우 당당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BB-8를 빼았으려 등장한 두 건달(?)을 단숨에 제압하는 그녀의 모습은 몹시나 인상적이다.



루크와 레이가 대비된다면, 한 솔로와 대비되는 인물은 단연 핀이 아닐까 싶다. 한 솔로는 돈만 밝히는 인물이지만, 루크와 레아 공주를 만나면서 변화해간다. 핀은 출신자체가 스톰트루퍼다. 첫 전투에서 혼돈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은 스톰트루퍼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의 편견과 선입견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검은색 옷에 검은색 투구를 쓰는 등장하는 카일로 렌은 단연 다스 베이더에 비교할 만 하다. 그가 사람은 물론 레이저 광선총에서 발사된 레이저 마저 멈춰버리게 만드는 능력 앞에선 그저 놀라울 뿐. 그러나 그가 레이를 설득하기 위해 최초로 투구를 벗는 장면에선 의외로 순진한(?) 모습이 나름 반전을 주었다.



다스 베이더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따라서 그 어떤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해도 그의 아성에 따라가긴 힘들다. 처음엔 카일로 렌이 그저 다스 베이더를 따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일로 렌은 애초에 완성된 전사가 아니다.



스스로 고백하지만 그는 흔들리고 갈등하는 인물이다. 어찌 보면 슈프림리더인 스노크에 징징대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중2 같은 느낌이 준다. 그가 마지막 검투 전에 자신의 상처를 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는 장면은 특히 그러하다.



두번째는 기존 캐릭터의 재등장의 음미였다. 처음 한 솔로와 츄바카가 등장할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비록 이젠 너무나 많이 나이를 먹었지만 기존에 ‘스타워즈’에서 봤던 그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이젠 공주님이 아니라 장군이 되어버린 레아의 모습도 그렇고 쓰리피오(C-3PO)와 알투디투(R2-D2) 역시 그러했다. 물론 하이라이트는 이젠 마스터의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루크의 등장이었다. 이젠 청년시절의 풋풋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대신 그의 스승 오비완 같은 느낌을 줘서 묘했다.



세번째는 역시 캐릭터의 성장을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레이는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저 사막에서 부서진 우주선의 잔해속에서 부품을 꺼내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BB-8과 핀과 함께 의도치 않은 사건에 빠지면서 자신의 내부에 있던 포스를 깨닫게 되면서 엄청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카일로 렌의 초능력에 맞서서 오히려 그의 마음 속을 읽어내고, 스톰트루퍼에게 명령해서 자신을 풀어주게 만든다. 그뿐인가? 마지막엔 카일로 렌에게 검술로 맞대결해서 굴복시키는 엄청난 모습을 보여준다. 핀은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스톰트루퍼였던 만큼 퍼스트 오더로부터 도망가려고 한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레이가 위험하자 돕기 위해 나서고, 심지어 그녀가 카일로 렌에게 잡혀가자 스타킬러까지 찾아가는 담대함을 보여준다. 동시에 밀레니엄 팔콘에 타서 비행기를 격추하면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등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허풍이 좀 있고 좀 가벼운 인물이지만 순수하고 무엇보다 정이 넘치고 정의감이 있는 그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특히 기절한 레이를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카일로 렌에 맞서는 그의 용기는 분명히 높게 평가할 만 했다.






네 번째는 J.J.에이브럼스 특유의 유머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위기 순간에 남녀주인공이 함께 손을 잡고 도망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럴 경우 저도 모르게 보조를 맞추게 되서 속도가 늦춰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이건 기본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다. 처음엔 왜 레이가 자신의 손을 잡고 도망치는 핀에게 그렇게 손을 놓으라고 외치는 지 이해하질 못했다. 그러나 두번째 보니 지금 적은대로 그런 의미가 숨겨져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카일로 렌이 레이가 탈출한 사실을 알고 ‘경비병’을 찾는 장면도 유머가 넘친다. 상황 자체는 심각한 편이지만, 그 앞을 지나가던 두명의 스톰트루퍼가 즉시 발걸음을 옮겨 다른 곳으로 향하는 모습은 관객이 웃을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다섯번째는 역시 떡밥 장면이다. 현재 각종 영화관련 커뮤니티에선 레이와 핀의 정체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레이의 과거 회상장면에 대해 집중을 다해 볼 수 밖에 없었다. 렌 기사단이 등장하는 장면 역시 그렇다. 올해 12월 개봉예정인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와 관련되어 있다는 네티즌의 추측 때문에 장면 하나 하나를 그냥 무심히 넘길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J.J.에이브럼스가 누구던가? 미드 ‘로스트’의 '떡밥의 제왕'이 아니던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애초에 논리적으로 따지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우주선이 등장하지만, 그것외엔 과학적인 이야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스타워즈’ 시리즈는 판타지 영화다.



따라서 넉넉한 마음으로 그저 즐기는 자세로 영화를 보는 게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를 보는 올바른(?) 감상법이라 여겨진다. 필자가 두번째 보니 재밌었던 이유는 냉정한 관객이 아니라 팬의 입장에서 본 탓이 아닐까 싶다. 팬의 입장에서 보면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매력은 꽤 센 듯 싶다. 재관람할수록 매력적인 영화가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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