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웃음이 아닌 감동을 전한 ‘청춘불패’

朱雀 2009. 11.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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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청춘불패>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본 탓인지, 1-3화까진 온통 단점들만이 보였다. 살인적인 스케줄로 인해 잠이 부족한 걸그룹 멤버들의 민낯을 끝까지 쫓아가서 공개하고, 그것도 부족해 굳이 꾸몄을때와 비교해서 보여주는 장면등은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화려한 도시 여성에게 굳이 몸빼 바지를 입히고 고생스런 일을 시키는 설정에선, 남성 스타들도 부족해서 여성 스타들에게도 힘든 일을 시켜 시청자에게 쾌감을 주는 예능프로로 생각될 정도였다.

그러나 <청춘불패>는 4화부터 변화가 감지되었고, 5화에선 마지막의 내 뒤통수를 내리쳤다. 처음 시작을 할때만 해도 힘든 일을 하는 아이돌들을 위해 유리가 요가를 가르치는 것으로 시작했다.

비둘기 자세와 독수리 자세를 취했는데, 예상대로 기럭지가 짧은 신영이 제대로 자세를 취하지 못하면서 웃음을 유발했다. 5화의 주된 내용은 G7(걸그룹 7명이라 줄여 G7)이 유치리 마을 사람들을 위해 김장 200포기를 담구는 부분이었다.

<청춘불패>는 이전부터 주민들과의 ‘소통’에 나섰지만, 5화처럼 완벽하게 ‘통’한 경우는 일찍이 없었던 듯 싶다. G7이 미스 유치리가 되기 위해 자신들의 재능을 뽐냈다. 나르샤가 갈갈이가 되어 박준형처럼 무를 깎고, 통편녀 효민은 귀마개를 이용해 ‘궁계’로 분해 많은 웃음을 줬다.


G7만이 화면에 잡힌 것은 아니다. 유치리 부녀회원들과 함께 가족오락관 식의 계절이름이 들어가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하나가 되었고, 담은 김장을 단순히 마을사람들과 나눈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직접 멤버들이 각기 패를 나누어 독거노인을 비롯한 불우한 이웃들을 직접 방문해 그들과 정(情)을 나눴다.

웃기도 많이 웃었지만, 마지막 맺음부를 보면서 <청춘불패>에 의미는 충분히 했다고 본다. 아이돌들은 엠씨들과 함께 찾은 노인들에게 김치와 수육을 먹여드리고 안마를 하며 웃음을 전해줬다. 그들은 비록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자주 그런 분들을 찾아가기로 약속했다.

유치리 이장도 말했지만 오늘날 시골엔 젊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갔기에, G7이 일을 돕는 것만으로도 “한달 할 일이 하루만에 끝난다”라고 할 정도로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청춘불패>는 진화했다. <패떴>이 단순히 1박 2일로 어디론가 연예인들끼리 MT를 떠나는 거라면, <청춘불패>는 유치리에 들어가 그곳의 발전을 돕는 형국이 되었다.


아마 <청춘불패> 때문에 유치리에는 앞으로 인근 주민들은 물론이고, 팬들을 비롯한 외지인들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청춘불패>를 통해 독거노인을 비롯한 불우한 우리 이웃들의 삶이 노출되었으므로, 앞으로 이들을 돕겠다는 따뜻한 온정이 모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걸로 족하지 않은가? 비록 아직 웃기기 위해 (소위 방송분량)을 만들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맛있게 먹기’등의 이벤트선 대회가 남발하고, ‘감동’을 주기 위해 ‘일부러 불우한 이웃을 찾았다’라는 지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예능의 성격상 웃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불우한 이웃을 찾아 단순히 물질이 아닌 정을 나누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흐뭇했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건 이유를 떠나서 그 자체로 값어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청춘불패> 때문에 아마 유치리 사람들은 TV에서만 보던 연예인들을 조카처럼 곁에서 함께 정을 나누고,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청춘불패>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남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사는 요즘, 인기절정의 아이돌들이 시골 어르신들을 돕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당신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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