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2009년을 빛낸 최고의 여배우는?

朱雀 2009. 11. 30. 12:46
728x90
반응형

다사다난했던 2009년도 이제 겨우 한달이 남았다. 올해는 유난히 여배우들의 브라운관 복귀가 잦았다. 그리고 거기선 명확한 희비가 갈렸다. 올 한해에 최고의 시간을 가진 여배우들을 내 맘대로 순위를 정해 골라보았다.


1. ‘미실’로 최고의 시간을 보낸 고현정

개인적으로 고현정의 연기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2009년이 ‘고현정의 해’였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주인공은 분명 선덕여왕이거야 하거늘, 어찌된 일인지 무려 50화까지 미실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녀가 하차한 지금, <선덕여왕>의 시청율은 무려 10%나 떨어졌고, 재미가 반감되었다.

고현정이 연기한 미실은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이전까지 사극에 등장한 여성 권력자들이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는 ‘베일속의 인물’이었다면, 그녀는 정계에 앞장서서 권력을 휘둘렀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이용해 남성을 굴복시키고, 뛰어난 머리를 이용해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었으며, 권력을 이용해 아무도 그녀 앞에서 쉬이 입을 놀리지 못하게 만드는 카리스마적 매력을 선보였다.

여성의 매력을 십분 이용한 팜므파탈적인 매력과 절대 권력자로서의 위엄을 동시에 보인 그야말로 새로운 인물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면서 황후가 되고자 하는 열망과 첫 사랑에 대한 애틋함을 가진 이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는 우리 모두를 천년전 신라에 살았다는 ‘미실’에 흠뻑 빠지게 만들었다.

생애 첫 악역을 맡은 고현정은 ‘사극’이란 상당히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선덕여왕>을 무려 40% 시청율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만약 MBC에서 연기대상을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것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2. <해운대>로 천만흥행 여배우로 우뚝 선 하지원

<선덕여왕>의 고현정이 아니였다면, 하지원은 아마 올해를 가장 빛낸 여배우가 되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이 쉽지,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여주인공이 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이건 하늘의 운이 따르지 않고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사실 <해운대>에서 하지원이 보여준 연기는 그동안 보여준 연기 가운데 최고라고 하기 힘들다. 부산 사투리를 쓰며 억센 여성을 연기한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부족하고 아쉽다는 느낌을 내내 지울 수 없었다.

<황진이> <다모> 등으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하지원은 그동안 보여준 작품에선 김명민 못지 않게 ‘하지원’을 없애고 극중 인물이 되어버린 배우였다. 그러나 올해 연기한 <해운대> <내 사랑 내 곁에> 등에선 그 정도까지의 연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그러나 이건 말 그대로 ‘아쉽다’라는 이야기지,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여배우라는 사실에는 필자 역시 동의한다. <해운대>에서 삶에 찌들어 살면서도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억척스런 모습은, 우리 어머니 세대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으며,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장의사로 분한 그녀의 모습에선 삶에 찌든 우리네 여성들의 다른 모습을 연상케 했다. 한마디로 그런 삶을 살아보지 않았을텐데도 마치 정말 그런 삶을 산 것 같은 ‘무게감’이 그녀의 연기를 통해 전해져왔다.

<진실게임>으로 충무로의 기대를 잔뜩 받은 하지원은 <해운대>로 이제 그녀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이자,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만한 여배우란 사실을 만방에 알렸다. 아직 한창 나이의 그녀가 어디까지 더 발전할 지 그저 더욱 기대될 뿐이다.


3. <찬란한 유산>으로 드라마퀸이 된 한효주

무려 47.1%시청율을 기록하며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 착한 드라마 <찬란한 유산>. 고은성역으로 한효주는 일약 브라운관의 신데렐라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한효주에게 <찬란한 유산>은 마지막 기회였다.

2005년 MBC 시트콤 <논스톱 5>에 출연한 그녀는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었고, <투사부일체>에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기대가 되는 신예는 유망주가 되기엔 항상 2%가 부족했다.

<겨울연가> <가을동화> 윤석호 PD의 <봄의 왈츠>에 2006년 출연해 회심의 한방을 노린 한효주는, 그러나 진부한 스토리와 천편일률적인 청순형 캐릭터로 시청자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2009년 한효주는 <찬란한 유산>으로 이전까지의 모든 설움을 털어냈다. 그녀는 이전까지 제기되었던 ‘불안한 연기력’을 <찬유> 한편으로 말끔하게 털어냈다. 부잣집 딸로 해외유학파인 고은성은 부도가 나면서, 자폐증상이 있는 남동생과 자살 직전까지 내몰린다.

그러나 동생을 보고 삶의 의미를 다시 잡은 그녀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간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고은성은 장숙자 회장을 만나 단숨에 인생역전할 기회를 맡지만, 그녀는 결국엔 그런 기회를 마다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개척하려 한다.

한효주는 <찬유>를 통해 21세기형 캔디를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절망하지 않으며, 남자의 도움에 매달리거나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악녀 김미숙에 맞선 착한 한효주의 모습은 아마 2009년 내내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4-5. 하이킥의 그녀들, 신세경과 황정음

현재 20%대의 시청율을 기록하며 순항중인 <하이킥>에는 두 명의 인기절정의 여배우가 두 명 있다. 바로 청순한 글래머 신세경과 떡실신녀 황정음이다. 신세경에게 올 한해는 매우 특별한 해가 될 듯 싶다.

2008년까지만 해도 신세경은 무명에 가까웠다. 아무도 그녀를 몰랐다. 그러나 <선덕여왕>에서 천명공주 아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눈도장을 찍고, <하이킥>으로 그녀는 확실하게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하이킥>의 신세경은 가슴 아픈 캐릭터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이나 불행을 결코 표현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태백산맥에 숨어 살아 고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한 그녀는 어린 동생 신애를 보살피기 위해 서울에서 현재 가사도우미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뛰어난 외모와 엄청난 두뇌와 발군의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환경이 어려워서 전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없는 인물이다. 아버지와의 재회를 꿈꾸며 동생 신애를 보살피며 착하게 지내는 세경은 <하이킥>에서 유일하게 웃음보다는 감동을 주는 훈훈한 캐릭터다.

이런 세경은 그녀의 글래머한 몸매와 더불어 인상적인 연기 등으로 인해 현재 ‘청순한 글래머’라는 별명을 지닌 채, 올해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황정음도 마찬가지다! <우결>로 자신의 얼굴을 알린 황정음은 <하이킥>으로 올 한해 자신의 이름을 대한민국 곳곳에 알렸다. 세경의 전략이 ‘감동’이라면, 정음의 전략은 ‘웃음’이다. 그녀는 철저하게 망가짐으로써 엄청난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술에 취해 해변가에서 쓰러져 자고, 술집에서 쓰러지고 넘어지고, 자신이 가르치는 준혁이 말을 듣지 않자 ‘황정남’으로 분해 협박하는 장면등은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며 그녀의 인기를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아울러, 그녀의 뛰어난 패션센스는 정음이 입고 나온 패션이 각종 인터넷 뉴스의 토픽이 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결>과 <하이킥>의 인기도 부족해 오는 12월 3일 <일밤>에 투입되는 황정음은 가장 바쁜 여배우이자, 방송계의 블루칩이 될 듯 싶다.


6. <미남이시네요>로 대표작을 만든 박신혜

‘형님, 괜찮습디다’라는 문자메시지로 대한민국을 빵하고 웃긴 박신혜. 그녀는 2003년 이승환 뮤직비디오 <꽃>으로 출연하고, 같은 해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 아역으로 출연해 기대주로 손꼽혔다. 그러나 여태까지 박신혜는 이렇다할 대표작을 만들지 못했었다.

그녀가 참여한 대다수의 작품들이 흥행에서 별 다른 재미를 못봐서 화제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과장된 연기로 일관한 박신혜는 <미남이>를 통해 자신의 대표작을 만들어냈다.

이전까지 박신혜는 정극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였다면, <미남이>에서는 항상 오버된 말투와 행동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줬다. 그녀가 연기한 고미녀는 정말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여자였다. 성형수술이 잘못된 오빠를 대신해 A.N.JELL의 멤버로 합류한 그녀는 ‘남장여자’롤 갖가지 위기에 처한다.

그녀의 정체를 파악한 유헤이 때문에 황태경(장근석)과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면서도, 다른 멤버인 강신우와 제르미의 사랑을 거부하는 모습은 둔녀 캐릭터인 고미남(고미녀)를 다시 보게끔 했다.

특히 그녀가 장근석과 커플 연기를 선보일때는 둔남-둔녀 커플로 한쪽은 무시하고 명령조고, 다른 한쪽은 구박당하면서 따라가는 스타일로 분해 많은 웃음을 줬었다.

비록 <아이리스>에 밀려 10%대의 시청율로 종영되긴 했지만, <미남이>는 다운횟수등으로 인터넷에서 더욱 인기를 얻었기에 앞으로 그 여파가 한동안 지속되리라 여겨진다.


7. <아이리스>에서 주연을 밀어낸 조연 김소연

<아이리스>에서 여주인공인 아닌 조연급으로 김소연이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안타까운 탄성이 절로 나왔다. 93년에 데뷔한 김소연은 올해로 벌써 데뷔 17년차에 이르는 중견 연기자다. 그녀는 2000년엔 <이브의 모든 것>에서 장동건-채림 등과 함께 출연하며 한류의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김태희에 밀려 고작 조연이라니. 안타까웠다. 게다가 5화까지 그녀는 정말 짧게 등장해, ‘이러다가 김소연 단역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라는 조바심이 일 정도였다.

그러나 6화에서 그녀는 자신의 진가를 스스럼 없이 발휘했다. 이병헌을 제거하기 위해 일본에 왔다가 오히려 붙잡혀 포로가 되고, 이병헌의 권유에 못이겨 결국엔 그를 따르는 북한공작원 김선화 연기를 너무나 소름끼치게 해냈다.

사실 <아이리스>는 편집의 문제인지, 대본의 문제인지 배우들이 감정선을 잡기 어려운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제대로 된 이유를 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연기 내공을 지닌 김소연은 불과 몇줄에 불과할 대본의 지문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만들어냈다.

6화에서 그녀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이병헌을 제거하기 위해 필사적인 고투를 하는 모습을 우선 보여줬다. 그리곤 이병헌에게 잡혀 상처입은 야수의 눈빛을 보여주다가, 다음엔 이병헌이 내민 죽사발을 살기 위해 참고 먹으며 우는 연기를 통해 다양한 내면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것도 부족해 유키와 함께 장을 보면서 낯설어 하는 여인의 모습과 이병헌의 팔을 잡으려고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등은 강한 여전사와 사랑에 빠진 여인의 모습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줬다.

6화 한편으로 <아이리스>의 시청자들은 주연인 김태희보다 조연인 김소연을 더욱 지지하는 사뭇 이상한 상황을 연출되고 말았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200%이상 소화해낸 김소연은 올 연말을 빛낼 가장 묵직한 여배우가 아닐까 싶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