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억지의 극치, '선덕여왕' 7화

朱雀 2009. 6. 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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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시작하는 7화. 우연과 억지 전개의 남발로 극의 긴장감과 재미는 실종되었다. 만일 7화처럼 안이하게 계속 진행시킨다면 <선덕여왕>의 운명은 위에 캡처한 이미지처럼 될것이다.

6화 마지막 장면. 벼랑에 떨어진 덕만을 구하기 위해 천명은 밧줄을 던지진다. 둘다 죽을 위험에 처하자 덕만은 자신을 위해 희생한 엄마를 떠올리곤 이내 밧줄을 놓는다.

물속에 빠진 그녀. 숱한 죽을 고비를 추억(?)처럼 떠올린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엄마가 보이고 덕만은 살았다. 제대로 보니 천명이다. 알고 보니 천명이 구한 거란다. 우씨! 지금 장난하냐?

지난주 <선덕여왕> 방영분에서 도적에게 쫓기고 뜬금없이 죽을 고비를 숱하게 맞이하는 덕만과 천명을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7화는 도저히 첫 장면부터 용서가 안 된다.

드라마틱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은 백번 양보해서 이해한다고 치자. 그럼 최소한 천명이 물에 들어와 구하는 장면이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는가? 차라리 천명이 마침 지나가던 나그네(?)한테 부탁해서 구했다면 믿겠다. 구한 과정도 없이 덮어놓고 천명이 덕만을 구했다고 하면(그것도 구중궁궐에서 곱게 자란 공주님께서 낭떠러지에서 용감하게 다이빙한 다음, 발군의 수영솜씨로 자신과 비슷한 무게의 아이를 구했다고 하면), 도대체 누굴 보고 믿으란 말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문노를 만나야한다는 덕만의 말에 천명은 자신이 어디 있는지 밝히고 함께 간다( 그 장면에서 덕만을 남자로 착각한 천명이 자신이 공주라는 신분도 잊고 얼싸안은 장면은 넘어가주련다). 근데 하필이면 그때 보종이 자신의 수하를 이끌고 여래사를 습격했다. 딱 살육전이 끝나니 맞춰서 덕만과 천명이 나타나고, 포위를 당하지만 덕만의 기지 발휘로 두 사람은 도망친다. 잘 도망치다가 재수 없이 발각돼 죽을 고비(?)를 맞지만, 이번엔 지나가던 천명의 호위 군사(?)들이 나타나 구해준다.

근데 또! 하필 낭떠러지에 천명은 보종이 쏜 화살을 맞고 떨어지고, 보종과 덕만도 재수 없이 떨어진다. 도대체 ‘선덕여왕’의 작가는 뭐하는 사람인가? 우연도 한 두번이지 이렇게 남발하면 도무지 긴장감을 느낄 수 없지 않은가? 억지설정덕분에 그동안 가진 애정마저 바닥날 지경이다.

지난번 5화 때 사막에서 칠숙에게 잡힐 뻔한 덕만이 갑자기 몰아닥친 모래폭풍 때문에 살아나는 장면도 그렇고, 이번에 죽을 고비에 처한 덕만과 천명이 살아나는 장면도 그렇고. 작가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장치의 신)’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무슨 무협지도 아니고 이렇듯 기연과 우연의 사건으로 점철 시킨단 말인가? 뒤로 가면 더욱 가관이다.

천명은 냇가를 지나던 김유신과 일행에게 구조되고, 보종과 함께 다른 쪽 냇가로 떠내려간 덕만은 문노의 행방을 알기 위해 그를 살려내려 애쓴다. 아! 정말 짜증 지대로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자를 살리는 이유는 어느 정도 이해되지만, 이후 덕만이 시장에서 의원에게 사정을 하거나, 죽방 일행과 우연히 재회해 도움을 받는 장면 등은 너무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워 공감은 커녕 콧바람이 나올 지경이다.

김유신이 오해를 해 천명공주를 도둑으로 대하지만, 우린 이후 김유신이 자초지종을 알고 쩔쩔맬 것을 안다. 그리고 상황은 딱 그렇게 간다. 그 장면에서 여태까지 분위기와는 달리 폭소를 유발한다. 천명공주의 신분을 안 뒤 어쩔 줄 모르는 어린 김유신의 표정은 볼만 했지만, 도대체 그 장면에서 웃음을 유발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이번 6화는 천명공주와 김유신의 드라마틱한 만남과 덕만이 이후 미실과 대적하게 될 운명임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억지 설정을 너무 남발했다. 덕분에 그동안에 쌓아온 <선덕여왕>에 대한 호의는 깨끗하게 날아갈 지경이다.

덕만역의 ‘남지연’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은 최선을 다하지만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과 전개에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인 보종이 위기에 처하자 당황하는 고현정의 연기는 심히 어색했다. 천명공주는 진평왕에게 미실궁주가 당황했다는데, 그 말을 듣기 전까진 당황했는지조차 몰랐다.

8화 예고에선 이요원이 낭도로 나오던데, 과연 오늘 화에 나올지 다음 주에 나올지 기대된다. <선덕여왕>의 제작진에게 말한다! <선덕여왕>은 무협소설이 아니다. 기연과 우연으로 점철된 전개는 시청자들의 짜증만 불어일으킬 따름이다. 물론 최대한 드라마틱하게 전개하기 위해선 그런 다소 억지스런 설정도 때때로 필요하겠지만, 뭐든지 적당한 수준에서 써야 하는 법이다. 6화처럼 억지설정을 봐줄 수 있는 감동적인 에피소드도 전혀 없이, 줄줄이 말도 안 되는 사건(갑자기 나타난 도적들이 화살을 쏘아대고, 주인공 일행은 죽을 고비에서 간신히 몇 번이고 살아나는)만 늘어놓는다면, <선덕여왕>은 앞으로 시청자들이 외면하게 될 것이다. 시청자들의 인내심은 생각보다 그다지 깊지 못하다. 시험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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