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10년차 아이돌이 팔 것은 추억과 사랑뿐인가?

朱雀 2010. 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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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강심장>에선 간미연의 충격적인 러브스토리가 방송되었다. 베이비복스로 활동하며 인기절정이었던 간미연은 당시 탑 남자아이돌과 연애를 했었다고 한다.

사귄지 3개월 만에 (상대편의) 어머니가 전화해 ‘아직 어리고 할 일 많으니 만나지 말라’고 하며 부탁해, 마음을 접으려고 하니 남자친구가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며 한강으로 돌진하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만났다고 한다.

허나 과도한 애정은 과도한 집착을 부르기 쉬운 법. 언젠가부터 남자친구는 간미연의 주위의 모든 남자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결국 거듭되는 남친의 간섭에 결국 ‘헤어지자’고 통보했단다. 그리고 전화를 계속 받지 않았는데, 어느날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쳐다보니 남친이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와 똑똑거렸다는 거다.

놀란 간미연이 내려가자, 남친은 뒤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이유인즉, 화가나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마’라고 했더니 뒤에서 나타난 것이란다. 그의 유머스런 행동은 간미연을 웃게 만들었고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결국 또다시 과도한 집착을 보여 결국은 헤어지고 말았다라는 이야기였다.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사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강심장>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연예인의 사생활 폭로를 통해 상당 부분의 시청률을 담보해가고 있다. 즉, 이젠 스포츠지기자들이 나서지 않아도, 아니 오히려 기자들이 TV 프로그램을 보고 기사를 쓸만큼 기삿거리를 제공해주는 셈이 된 것이다.

여기엔 분명 현재의 방송계의 흐름도 문제지만, 간미연처럼 예전의 추억(?)을 파는 연예인들이 있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분명 웃으면서 이야기했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했지만, 까닥하면 이는 심각한 사생활침해를 일으킬 소지가 많이 내포되어 있다.

오늘날 발달된 인터넷 문화는 이런 폭로성 가십거리가 터져나오면 다들 우르르 게시판에 댓글놀이를 통해 문제의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또한 간미연과 같이 활동한 시기의 유명 아이돌이라고 힌트를 주면 범위는 불과 몇 그룹으로 압축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정작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욕을 먹고 피해를 보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 초반에 심은진이 말한 것처럼 그녀가 얼마전 <놀러와>에서 고백한 한 남자 연예인의 몹쓸 행각은 곧 범인 색출로 이어졌고, L군은 이천수로 지목되어, 이천수 뿐만 아니라 이전에 사귄 여성들까지 욕을 먹는 일이 벌어졌다.

인터넷은 ‘익명’이란 특징 때문에 은진의 표현대로 ‘도마위에서 회쳐질’정도로 심한 공격을 받는다. 자! 그런데 보자. 물론 심은진을 그 고백을 하면서 그 억울한 사람이 지금의 피해자가 될 거란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나쁜 남자를 이야기를 하는 순간, 강한 호기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상대방 남자는 은진이 나간 사이 다른 여자와 침실에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즉 나쁜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더욱 호기심이 가고 누군지 알아내고 싶어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의 대해 손가락질을 하며 비난질에 동참하고 싶어한다. 웃긴건 심은진이 그런 이야기를 한지 불과 30여분 만에 ‘베이비복스’에서 함께 활동했던 간미연이 비슷한 고백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편 남자 연예인은 너무 어리고 충동적인 마음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특성상 분명 방송이 나간 직후 또 다수의 무리들이 게시판에 모여 댓글놀이를 하면서 누군가를 잡고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욕을 하기 쉽다.

분명 <강심장>의 포맷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강심장> 같은 프로에 나와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당사자들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강심장>이 방송된 지는 이제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따라서 방송이 나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대충은 짐작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나와 가장 화제가 될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연예인은 인기로 먹고 산다. <놀러와>에서 나쁜 남자 이야기를 한 심은진은 화려한 아이돌에서 벗어나 연기자로 변신 중이다. 간미연은 현재 거의 잊혀진 존재다.

그러나 간미연이 <강심장>에 나와 옛사랑의 당사자와 얽힌 강한 이야기를 밝힘으로써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인터넷의 화제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다.

또한 소문의 특성상 안 좋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빨리 더 멀리 퍼져 나가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노이즈마케팅이다! 잊혀진 연예인이, 혹은 조금더 언론의 세례를 받고 싶어하는 연예인들이 있기 때문에 <강심장>의 포맷이 유지될 수도 있단 말이다.

<강심장>에서 그녀들의 이야기는 아름답게 포장되고, 모두들 웃으면서 듣고, 나중엔 나름 멋진 멘트로 마무리지었지만. 여전히 내용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기엔 분명 출연 연예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여겨진다. 또한 그런 방송을 보며 즐거워하고 누군가를 공격하며 좋아하는 우리들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처럼 폭로성 가십이 범람하던 시기는 예전에는 정말 없었던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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