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시도때도 없이 등장인물을 죽이는 ‘추노’

朱雀 2010. 2.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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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추노>의 오프닝 액션신을 정말 입이 쩍 벌려질 정도로 멋졌다. 되새김질 해보자. 우선 송태하는 혜원을 죽이려 달려드는 자객 윤지를 상대로 하다가 그만 자신의 이마를 가리고 있던 머리띠가 잘리고 만다. 그래서 남에게 죽기 보다 싫었던 ‘노비’ 표식을 그것도 혜원에게 들키고 마는 최악의 상황에 몰린다.

대길도 마찬가지다. 송태하를 쫓아가던 대길은 자신을 막아서는 백호의 칼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느라 묘기를 부린다. 대호는 자신을 거둬준 김성환(큰놈이)의 명을 받아 죽이려고 한다. 몇 차례 손과 발을 섞는 멋진 합을 보여준 두 사람의 싸움은 갑작스럽게 백호가 혜원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대길은 혜원의 난데없는 혜원의 그림에 놀라 그저 멍하니 있고, 그 틈을 노려 백호는 대길을 단칼에 죽이려 한다. 이때 어디선가 창이 갑자기 날라와 백호의 몸을 뚫고 지나간다. 그야말로 하드보일드 그 자체랄 수 밖에 없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백호역의 데니안이 이렇게 훅~하고 죽는데, 지난주 <해피투게더>에서 스포일러가 알려져서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근데 <추노> 제작진은 그런 김빠지는 시청자의 마음을 미리 예견했는지, 또 한명의 등장인물을 인정 사정 없이 죽여버린다.

바로 윤지역의 윤지민이다. 명나라 패망이후 조선으로 흘러들어온 내시부 소속 고수중 하나로 알려진 그녀는 변장에 능하고 암기를 잘 쓰는 철저한 자객형 인물이었다.

팜므파탈역을 자주 맡는 윤지민이 맡아 앞으로 <추노>에서 날이 갈수록 활약을 보여줄거란 기대와 달리, 그녀는 송태하의 약점을 가장 보이기 싫었던 혜원에게 보였다는 이유로 결국 송태하의 손에 죽고 만다.

 

정말 윤지민이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줄은 몰랐다.

<추노>처럼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선보인 작품에서 ‘하드보일드’를 확실하게 풍기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등장인물을 죽이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추노>를 그동안 등장인물을 아끼지 않고 그런 식으로 죽여왔다.

 <선덕여왕>이 죽은 상황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훗날 다시 등장하는 것과 달리 <추노>는 어떤 식으로든 죽는 설정이 나오면 이후 등장하지 않았다.

 업복이에게 죽은 양반이 그러했고, 송태하가 노비가 되는 치욕을 감수하게 만든 장본인인 임영호 대감이 역시 그러했다. 그뿐인가? 지난주 방송에선 <선덕여왕>에서 비담의 스승으로 나와 큰 인기를 끌었던 문노 정호빈이 등장했으나, 황철웅(이종혁)과 몇 번 합을 주고 받고는 그만 허무하게 한칼에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 목숨을 가벼이 사라지는 <추노>의 양상은 9화 내내 계속되었다. 태하를 배신하고 제주도에서 이석견을 감시하는 포졸로 지낸 곽한섬은, 사실 알고보니 밀명을 받고 일부러 배신을 한 것이었다. 그는 비밀편지를 받고 그동안 알고 지낸 포졸들을 모조리 죽이고, 이석견을 데리고 도망친다. 아마 예고편을 봤을 때는 내일 황철웅의 손에 죽는 모양이다.

 

그뿐인가? 천지호의 수하들은 모두 9화에서 죽고 말았다. 두명의 부하는 한양으로 보고하러 갔다가 남겨준 음식에 독이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먹다가 죽었다. 늘 함께 다니던 부하 역시 황철웅의 칼날아래 목숨을 잃고 말았다. 예고편에서 그는 죽은 부하를 묻어주며 복수를 다짐했다. 아마 황철웅의 목숨이 끊어지는데, 그는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9화 마지막에서 대길은 자신의 얼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큰놈이를 다시 만나고 말았다. 예고편을 봐서는 죽이진 않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겨준다. - 아마 살아 생전에 제대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도록 하려는 모양이다.

 

TV드라마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죽어가는 작품이 있었는지 새삼 돌이켜보는 만드는 작품이다.

<추노>는 이렇듯 피가 튀고 사람들이 줄줄이 죽어 나자빠져가는 하드보일드한 상황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명분을 위해, 누군가는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기 위해, 누군가는 사랑을 위해 각기 다른 목적으로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싸우고 물고 물리는 이런 관계들은 <추노>를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뭔가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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