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괜히 채널을 틀었다. 일이 있어서 밤늦게 나갔다가 별 생각없이 나온 <강심장>을 보게 되었다. 마침 그때는 변우민이 6년동안 교제해온 연인과 곧 결혼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훈훈한 이야기를 할때라 마음 편하게 보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탓에 80일간의 크루즈 여행에서 어느 노부부가 함께 춤을 추고, 여행을 끝마치기 며칠전 함께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낭만적이고 로맨틱했다.
그 다음엔 <청춘불패>에서 ‘백지선화’로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선화가 이어받았다. 처음에는 티아라의 효민과 더불어 편집이 많이 되던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최고의 예능감을 보여주며 <청춘불패>의 에이스로 떠올랐기 때문에 토크에 많은 기대가 갔다.
선화는 자신의 신인시절 고영욱이 눈여겨보고 부산까지 찾아와서 오디션을 권유한 일화를 이야기했다. 안타깝게도 주선한 오디션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고영욱은 려원과 김민희 그리고 이민정까지 지금은 톱스타 반열에 오른 여배우들을 자신이 발굴했다며 ‘너도 나중에 반드시 그렇게 될거다’라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고 훈훈한 이야기를 했다.
그때 선화 뒤에 있던 LED가 열리면서 고영욱이 등장해 강심장 출연진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 그런데 이거 최근 <승승장구>에서 많이 하는 것 아닌가? 출연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때까지 기다렸다가 깜짝손님이 출연하는 덕분에 <승승장구>의 시청자들은 ‘의외성’에서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출연자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지인이 등장하는 덕분에 감동과 놀라움이 범벅이되어서 말이다.
-게다가 고영욱이 ‘뒤에서 3시간이나 기다렸다’는 진술은 <승승장구>에서 너무나 쉽게 듣는 이야기라 약간 혐의가 갔다.
물론 <강심장>에서 LED가 열리면서 사람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승승장구>에서 의외의 손님이 나오는 컨셉도 새로운 것은 아니므로 넘어간다치자!
<강심장>은 예의 폭로로 한선화와 고영욱의 뜻 깊은 만남을 ‘희화화’시켜 버린다. 라섹수술을 하고 나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고 출연진과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한 고영욱은 예의 예능순례를 많이 한 연예인답게 재치넘치는 답변을 해서 웃음을 줬다.
‘선화가 지금처럼 스타가 될 줄 알았냐?’란 물음에 ‘그런 확신은 없었다’라면서 그만 말실수로 ‘그땐 성형 수술 전이었다’고 말해버렸다. 당황한 고영욱은 ‘지금보다 더 귀엽고 풋풋했다’고 했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는가?
물론 한선화가 수술한 사실은 그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들은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본인을 앞에 두고 성형수술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실례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 목적이 재미를 위한 희화화라면 더더욱 말이다.
<강심장>은 생방송이 아니다. 녹화방송이므로 얼마든지 고영욱이 말실수한 부분을 편집할 수 있다. 그러나 <강심장>은 재미를 위해 그 내용을 그대로 내보냈다. 물론 한선화는 놀라서 ‘오빠’라고 밖에 하지 않았지만, 속마음은 그다지 좋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웃으면서 말하긴 했지만 선화는 ‘저 대신 성형고백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라며 속끓여했다. <강심장>의 무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예의 ‘포토 강심장’은 한선화의 성형전 사진을 보여주고, 변우민의 경우엔 연극 <풀몬티>에서 팬티만 입고 있던 마지막 장면 사진을 공개했다.
다른 ‘포토 강심장’은 그렇다치자! 그렇지만 두 사진은 아무리 봐도 ‘정도가 너무 심하다’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한선화는 <강심장>을 통해 성형사실이 한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강조되었다. 처음은 고영욱의 입을 통해서, 그와 동시에 5년전 성형전 사진을 보여주고, 그것도 부족해 ‘포토 강심장’으로 다시 보여주었다.
변우민이 연극 <풀몬티>에서 열연한 장면도 논란꺼리라고 본다. <풀몬티>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극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거리가 없지만, 공중파에서 비록 심야지만 나체에 가까운 ‘다소 선정적인 사진’을 그대로 공개한 것은 문제가 있다 본다. <강심장>제작진도 걱정되었는지, 모자이크 처리를 하긴 했지만 애매하게 한데다, 풀샷이 아닌 경우에는 그대로 공개되어 눈살이 찌푸려졌다.
예능의 기본 목적이 시청자를 즐겁게 하고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덴 동의한다. 그러나 출연자들이 밝히기 싫어하는 과거(특히 여성의 경우 치명적이라 할수 있는 성형고백)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변우민이 혼신을 힘을 다해 한 연극 <풀몬티>를 오해의 소지가 많은 마지막 장면만 보여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풀몬티>가 어떤 작품인지 모르는 시청자들은 변우민의 상당히 민망한 복장에 대해 충분히 오해할 수 있었다고 본다.
최소한 지킬 것은 지키면서 웃겨야 하지 않을까? <강심장>에게 이런 이야기는 별로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써 답답한 마음에 몇글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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