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보영의 재발견, ‘부자의 탄생’

朱雀 2010. 3.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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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탄생>을 보면서 제일 놀란 것은 이보영의 연기변신이었다. 그동안 이보영은 <서동요> <미스터 굿바이> 등에서 청순하고 귀여운 매력을 선보여왔다. 가끔 선머슴 같은 모습도 보여주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현대판 청순가련형’으로 남성 시청자들의 환상을 품게 만들었다.

그런 이보영이 <부자의 탄생>에선 과감한 변신을 했다. 재벌 상속녀 이신미로 분한 그녀는 이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재벌녀들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 인수한 공장직원들이 전 사장의 말을 듣고 파업을 하자,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건을 제시하고 그래도 그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자, 과감하게 자신의 머리를 잘라서 ‘3개월 동안 일해서 성과를 내면 절대 해고하지 않겠다’라는 약속의 징표로 내건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샘플용 마스크팩을 태연히 두 개나 받아서 온다. 이신미가 로열 스위트 룸에 묵는 이유는, 좋아서가 아니라 자신이 관리하는 호텔에서 그곳이 너무 비싼 탓에 항상 비어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돈 새는 것을 참지 못해서 호텔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전등을 끄고, 물이 틀어져있는 수도꼭지를 보며 지적질을 해댄다. ‘돈이 줄줄 샌다’고 보기 때문이다.

엄청난 재벌임에도 불구하고 단돈 500원이 아까워서 팁으로 주지 않으려 하고, 긴 생머리를 자르고 나서 미용실에 갔다와선 아까워서 견디질 못하는 그녀는 가히 ‘생계형 재벌녀’라 할 만하다.

사실 그녀가 맡은 이신미역은 어떤 면에서 ‘오버’하고 있다. 아니 상당히 오버하고 있다. 아무리 돈이 아깝다고 거대 재벌 상속녀가 일일이 그런 작은 돈이 세는 곳을 찾아다닐 리가 없다. 거대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봐야할 서류만 해도 하루에 산더미일 것이고, 관리해야될 일들 때문에 그런 사소한 것에 일일이 신경쓸 틈 따위는 애초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보영이 연기하는 이신미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그녀의 ‘연기력’ 때문이다. 가진 것이 많이 있으면서도 그것이 줄줄 새면 참지 못해하는 캐릭터의 성격을 너무나 그녀가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보영이 연기하는 이신미는 코믹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재벌가의 숨겨진 아들이라고 믿는 최석봉(지현우)와 티격태격하면서 다투는 모양새는 우리에게 계속 웃음을 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신미는 마지막엔 파티를 위해 멋지게 차려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재벌녀와 배우 ‘이보영’에 대한 환상을 키워주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이제 1화 밖에 방영되지 않아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파스타>의 공효진은 막강한 적수를 만난 듯 싶다. 이보영은 <부자의 탄생>에 독한 마음을 먹고 임하고 있다. 우선, 잘 알려진대로 그녀는 자신의 긴 머리를 이번 드라마를 위해 기꺼이 잘랐다. 1화에서 그녀가 가위를 들고 자른 머리는 가발이 아니다. 실제 자신의 머리다.

 

여자에게 머리는 자신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런 머리를 드라마를 위해 과감히 자른다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보영은 오늘날 ‘노출’이 일상화된 드라마에서 독특한 방법을 택했다.


 

바로 비키니가 아닌 전신수영복을 입은 것이다. <추노>를 비롯한 최근 작품들이 남녀 배우들 가리지 않고 훌렁훌렁 벗어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역발상’을 통해 눈길을 끄는 방법을 택했다.

<부자의 탄생>에서 이보영의 연기변신은 사실 예고되어 있었다. 지난주 방송된 <해피투게더>에서 이보영은 ‘속보영’이라 불리며 털털한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되었었다. 그런 모습이 드라마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이전까지 자신의 청순가련함을 벗고, 이보영은 철저히 돈을 아끼는 재벌녀이자, 자신의 일엔 철두철미 하면서 극중 남자 배우들이 그녀에게 반할 수 밖에 없는 향기를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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