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방송된 <청춘불패>를 보면서 ‘식상하다’란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곰태우가 콘서트로 인해 잠시 빠지게 되자,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노유민과 신동이 투입되었다. 신동은 자신의 이상형으로 ‘현아’를 꼽았고, 이후 두 사람 사이엔 다정스런 대화가 오고가고 신동은 현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부러 나무짐을 많이하고, 새총을 만드는 등의 모습을 연출했다.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는가? 그렇다. SBS 예능 프로에서 어떤 식으로든 남녀연예인들을 핑크빛 커플 맺어주기를 했던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물론 신동이 실제로 현아에게 호감을 가질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방송을 재밌게 하기 위한 설정이란 생각이 너무나 든다.
두 번째는 나무짐을 하러 간 노촌장과 아이돌들은 배고파서 짜짱면을 시켜먹게 되는데, 그냥 먹으면 재미가 없다고 내기를 하게 된다. 두팀으로 나눠 각기 짜짱면을 먼저 비우는 팀이 승리하는 것으로 했다. 해서 이긴 팀은 탕수육을, 진팀은 꽁꽁 얼은 시냇물에 발을 담그기로 했다. 이것도 어디서 많이 본 설정 아닌가? 그렇다! <1박 2일>의 ‘복불복’게임과 너무 방식이 흡사했다. 물론 얼마전 <1박 2일>팀이 얼어붙은 시냇물을 깨고 입수한 것보다는 그 강도가 낮았지만, 자사의 인기 프로그램을 따라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다고 보기 어려웠다.
마지막은 백지선화의 과한 설정이었다. ‘백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화는 요즘 기초상식을 공부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IT는 인터넷이요, FTA는 FIFA라고 답변하는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유발했다. 거기에 더해 자막으론 ‘초철정 백지’가 나갔다. -따져보면 이런 식의 바보 설정도 <1박 2일>에서 자주 써먹는 설정중에 하나다.
정말 선화는 몰라서 그런 대답들을 한 것일까? 구구단등은 평상시에는 잘 해도 퀴즈형식으로 낸다면 당황해서 틀릴 수도 있다. 혹은 구구단에만 약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쓰는 용어들을 정말 몰라서 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무래도 이 장면은 최근 ‘백지 선화’로 인기와 호응을 얻고 있는 선화가 의욕이 너무 과해 ‘일부러 틀린 게 아닐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모른다고 하기엔 너무 우리 일상과 밀접한 것들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론 <청춘불패>를 지지하고, 왠만하면 보려고 애쓴다. 유치리에서 유치리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그녀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춘불패>는 예능으로서 방송분량을 뽑아내려고 애쓰는 모습들을 보면, 이번처럼 때때로 ‘과하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요즘 예능엔 거의 어김없이 아이돌들이 조금씩 구성이 바뀌어서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돌이 없으면 예능이 안된다’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까지 도래했다면, 최소한 <청춘불패>는 다른 예능과 확실히 구분되는 다른 식의 전개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청춘불패>는 당연한 말이지만 <패떴>도 아니고, <1박 2일>은 더더욱 아니다.
다른 예능을 따라한다는 것은 ‘식상함’을 주고, 해당 프로의 수명을 좀먹을 뿐이다. <패떴>이 한때 일요일 예능의 강자로 군림하고, 오늘날 <1박 2일>의 일요일 예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것은 출연진의 노력과 제작진의 치열한 고민이 있는 덕분이라고 본다. <청춘불패>도 비록 동시간대의 예능 프로와 경쟁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생명력을 이어가고 싶다면 좀더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길만이 <청춘불패>가 시청자들의 지지속에 오랫동안 사랑을 받으며 시청률을 올리는 길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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