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김수현 작가는 왜 ‘파스타’를 싫어할까?

朱雀 2010. 4. 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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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니 김수현 작가가 또 <파스타>를 비판하신 모양이다. 읽어보니 지난 25일 <인생은 아름다워> 방송분에서 난데없이 "예 셰프‘라는 대사가 나온 모양이었다. 김수현 작가는 얼마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제중원>은 호평하고, <파스타>는 악평을 한 전력이 있다.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제중원 보고 있어요. 가당찮게 칼라풀한 한복이 날 끔직하게 했지만 그래도 순수하고
 점잖고 진지한 대본이 괜찮아 의상은 포기하고 챙겨보네요. 근데 말이에요. 왜 이 드라마를  많이 안보죠?

덮어놓고 아무때나 악을 쓰는 셰프가 미친 놈같아서, 셰프한테 당하는 이들 보는게 불편하고 화가 나서, 볼수가 없었네요. - <파스타> 관련해서 http://twitter.com/Kshyun



그렇다면 왜 김수현 작가는 <제중원>을 호평했을까? <제중원>은 구한말을 배경으로 세브란스 병원의 전신인 제중원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제중원>은 각기 양반 도양- 중인 유석란-천민 황정 등을 내세워 구한말의 혼란한 사회에서 들어온 ‘서양의술’을 통해 당시의 시대를 보여주고자 애쓰고 있다.

작법적인 형태로 보자면 <제중원>은 매우 잘 써진 작품이다. 따라서 글쟁이 김수현 작가의 눈에는 ‘왜 이런 작품이 시청률이 안 따를까?’란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제중원>은 어렵고 진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제중원>은 시기상으로 구한말 극히 혼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른 사극과 달리, <제중원>은 우리에게 다분히 생소한 ‘제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당시 혼란한 시대상에 대해 따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드라마를 보기 힘든 난점이 있다. - 게다가 당시에 대해선 자료가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지도 못했다-

 

이점은 요즘처럼 편하게 드라마를 보길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어려운 진입장벽에 속한다. <제중원>의 대본이 매우 치밀하고, 박용우의 놀라운 열연에도 불구하고 별로 호평받지 못하는 것엔 이런 이유가 따른다.

반면 <파스타>에 대해 김수현 작가의 반응은 직설적이다! <파스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며, 21세기 감수성에 잘 맞는 작품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파스타>는 김수현 작가가 보기에 ‘기본’이 안된 드라마로 여겨질 수 있다. 물론 <파스타>는 이태리 식당을 배경으로 요리에 대해 이것저것 조사한 티가 나지만, 여성을 지극히 혐오하는 셰프를 무작정 좋아하는 서유경의 좌충우돌이다. 거기엔 여성으로서 자신의 꿈을 펼치거나, 누군가를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보다는 적당히 남성권위주의적 사회에서 타협하고 기대는 방식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측면도 있다. 물론 서유경은 극중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긴 하지만, 과연 그녀가 '여성'이란 인격체로서, 한명의 ‘요리사’로서 치열한 자기 반성등이 뒤따랐는가? 하는 점은 의문점이 남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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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보기에 따라선, 치열한 작가정신 없이 대충 ‘트랜드’에 맞춰서 인기를 끌기 위해 썼다고 <파스타>에 대해서 평할 수도 있다.


 

반면 <제중원>의 삶은 치열하기 이를 데 없다. 당시는 서양열강과 일본이 호시탐탐 조선을 넘보던 시기였다. 격변기에 양반인 도양과 천민인 황정을 내세워 계급과 가치관의 첨예한 대립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여러모로 치열한 작가정신이 내비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글쟁이 김수현 작가가 <제중원>에 호의를 보내고, <파스타>를 몹시 불편하게 보는 것은 나름대로 타당하다고 본다. 물론 김수현 작가의 의견이 전적으로 옳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6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여전히 ‘탑’ 작가로서 활동을 하고, 트위터등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그녀의 의견 개진은 나름대로 의미가 높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드라마는 그녀의 전문분야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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