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인현왕후의 재발견, ‘동이’

朱雀 2010. 4.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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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동이> 12화에선 우리가 알고 있던 인현왕후에 대해서 반기를 들어올렸다! 바로 현숙하고 어질다 못해 다소 바보스러울 정도의 이미지에서 한발자국 벗어난 것이다.

동이가 감찰궁녀로 임명되자, 감찰부 최고상궁은 인현왕후를 찾아 부당함을 호소한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일이 벌어진다. 인현왕후는 자신이 ‘재가한 일이다’라며, 조리있게 하나하나 대답하고, 끝내 유상궁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끔 만든다. 심지어 명성대비가 찾아왔는데도,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다.

특히 아직 희빈이 되기전의 장옥정이 찾아왔을 때는, 그녀와 서로 보이지 않은 칼로 합을 주고 받는다.

 이번 일을 윤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마.

 감사라니 당치 않네. 나 또한 그 아이가 충분히 자격이 있다 여겨 결정한 일이네

 하오나 어찌 되었든 내명부가 큰 소란에 빠졌으니 송구합니다. 이일은 소인이 반드시 수습하겠습니다.

 자네가 수습을 한다. 어떻게 말인가?

우선 궁인들의 마음을 달래고, 감찰부가 속히 안정이 되도록 해야겠지요. 소인 마음에 두고 있는 복안이 있으니, 너무 심려치 마세요.

역시 자네는 내명부를 아끼는 마음이 남다르네, 허나 그럴 필요 없네 장상궁. 내명부를 소란에 빠뜨린 건 날세. 자네가 아니야. 그 아이를 궁녀로 들이겠다고 결정한 건 나고, 내명부에서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오직 중전인 나뿐일세. 헌데 어찌 그 소란을 자네탓이라 할 것인가? 내가 안타까운 것은 자네가 그 아이를 천거했다는 말이 돌면서 자네가 내명부일에 나선다는 당치 않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라네. 난 장상궁 자네가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을 원치 않네. 허니 이번 일의 수습은 나에게 맡기고 자넨 조금 물러나 있는 것이 어떻겠는가?

 소인 질책을 들을까 걱정했는데, 마마께서 이렇게 걱정해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소인 또한 내명부의 윗전으로서 이 일을 모른 척 할 수만 있겠습니까? 내명부 일에 나선다는 소문은 마마께서 이미 오해인 것을 아시는데, 어찌 저한테 문제가 되겠습니까? 허니 소인은 소인의 자리에서 또한 해야할 일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장옥정과 인현왕후의 불꽃튀는 대결구도로 이어지는 대화신은, <동이>의 재해석에 대해 새삼 다시금 생각하며 흥미롭게 만들었다. 위의 대화를 보면 알겠지만, <동이>의 인현왕후는 우리가 알고 있던 현숙하고 한없이 자애롭던 인현왕후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그녀는 물론 현숙하고 자애롭고 부드럽긴 하나,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고집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말은 상당히 부드럽고, 돌려서 말하고 있으나 장옥정을 향해 ‘비록 임금의 총애를 받고 있지만, 내명부를 관할하고 실질적으로 최고책임자는 나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내고 있다.

 

물론 장옥정도 희대의 여걸인지라, ‘당신의 말은 잘 알겠지만, 나 역시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 뜻은 없다’라고 애둘러 표현하고 있다. 이런 대화신에 곧장 연결되는 상궁과의 대화에서 역시 인현왕후의 또 다른 면이 더욱 분명히 포착된다.

‘동이를 감찰부에 넣어 내명부를 흔들려한다’라고 이야기하자, 인현왕후는 ‘자신을 바보로 안다’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인현왕후는 숙종의 정비가 죽은 후 1년 뒤 계비로 들어가, 폐서인이 되어 안국동 서가로 내쳐질때까지 약 9년간 궁중 생활을 했다. 또한 혼인 전부터 숙종이 장옥정을 총애하는 것을 보고 이를 견제하고자 후궁을 보게 만들만큼 나름 치밀한 구석도 보였다.

인현왕후는 ‘비운의 왕비’다. 그는 결국 왕자를 생산하지 못해, 원수나 다름없는 장희빈의 왕자 균을 키워야 했다. 가례전부터 죽을 때까지 그녀는 숙종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여인이다. 게다가 중전으로서 가장 중요한 왕자생산을 하지 못했고, 희대의 여걸 장희빈 때문에 폐서인이 되어야 했고, 그녀가 밀려나자 숙빈 최씨가 성은을 입어 왕자 금을 생산하는 것을 보아야 했다.

물론 숙빈 최씨는 사료에 의하면, 인현왕후와 친했던 것으로 여겨지지만, 한 사람의 여인으로써 그녀는 숙빈 최씨를 질투하지 않았을까?

어제 방영된 <동이>에선 우리가 알던 인현왕후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냄새를 풍겼다. 장옥정이 부족해서 한낱 천비인 동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숙종을 떠올리며 인현왕후는 뭔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훗날 자신을 쫓겨나가게 만드는 장옥정을 보고는 ‘중전’으로서 위엄을 보이려 한다.

감찰부 최고상궁이 찾았을 때는 조리있는 말과 주장으로 나름의 카리스마를 보였다. <동이>의 인현왕후는 (지적이고 착한 장희빈을 초반에 그려냈듯), 궁중 권모술수와 질투를 보이는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낼 듯 싶다.

 

또한, 인현왕후역의 박하선을 다시 보게 하기에 12화는 충분했다. 이전까지 다소 어색한 듯한 그녀의 연기를 보면서 ‘미스 캐스팅이 아닐까’ 싶었는데, 어제 방송을 보면서 그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또한 놀라운 것은 그녀는 87년생으로 24세라는 사실이다. 물론 문근영-가인-한효주와 동갑이긴 하지만,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그녀가 중후한 매력을 풍겨야 하는 중전역에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에서, 새삼 그녀의 연기력과 그녀를 눈여겨 보았을 이병훈PD의 심미안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한다.

여하튼 12화는 인현왕후에 대한 재해석과 장희재와 자천수(배수빈) 등의 활약으로 한층 재미와 흥미도가 높아진 방송분이었다. 앞으로가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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