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우결’을 보다 기분이 상한 이유

朱雀 2010. 7.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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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결>을 보면서 조권-가인 커플편을 보다가 문득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조권-가인 커플은 얼마 전 <놀러와>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두 사람은 살짝살짝 손을 잡는 모습이 눈에 띠였다. 아무래도 가상이지만,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서로간에 애틋한 마음(?)이 더해진 탓이라 여겨졌다.

그런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이들은 가상커플이 된지 200일이 되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미션’을 수행한 것이었다. <놀러와>에 함께 출연한 김용준-황정음 커플이 즉석에서 제안했고, 두 사람은 시종일관 장난스럽게 미션을 수행하며 즐거운 한때(?)를 연출했다.

 

그런데 <놀러와>를 본 입장에선 왠지 그런 두사람의 모습이 마냥 재밌게만 볼 수가 없었다. 이유는 ‘속았다’라는 느낌이 든 탓이었다. 물론 안다! <우결>에서 연예인 커플은 김용준-황정음처럼 실제 커플이 아닌 경우엔 실제로 애틋해지기 어렵고, <우결>이 아무리 리얼을 표방한다고 해도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예능프로라는 사실을.

그러나 시청자의 입장에선 아기자기한 사랑을 만들어 가는 두 사람이 비록 가상이지만 그 안에선 ‘진실’이길 바라는 ‘모순된 마음’을 품기 쉽다. 특히 조권은 200일이 된 기념으로 가인의 손등에 ‘인증’을 위해 손등 키스를 하고, 가인 역시 답례로 손등 키스를 한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우결>의 진행자들은 김나영이 지적한 것처럼, 모두 축구경기를 보듯이 열광해 마지 않았다. 그들이 열광하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진심도 작용하지만, 프로를 더욱 재밌게 하게 하기 위해서다. 사실 어떤 면에서 두 사람이 정말 사귀느냐? 안 사귀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다. <우결>은 가상 연예프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상 부부생활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서에서 외국처럼 실제 키스라도 하면 오해를 당하기 쉽고, 그렇다면 각자 인기그룹인 2AM과 브아걸의 멤버로서 앞으로 연예활동에 지장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가벼운 백허그나 포옹 혹은 볼뽀뽀 등의 스킨십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자주 하면, 시청자나 팬의 입장에선 두 사람의 관계를 오해하기 쉽게 된다. 이번 <우결>은 마치 지난번 <놀러와>에서 조권과 가인이 한 행동이 ‘200일 기념’을 위한 ‘미션’이었으며, 실제로 두 사람은 ‘사귀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약간 돌려서 설명하는 느낌을 잔뜩 받았다.

 

마치 두 사람이 정말 사귀지 않는다고 친절하게 해명해주는 느낌이랄까? 물론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놀러와>에선 김나영과 진운 등이 보면서 오해하게끔(?) 유도하고, 이번 <우결>에선 그게 단순히 ‘게임’에 지나지 않다고 설명하는 듯한 분량은 보기에 딱히 기분이 좋질 않았다.

그러고나니 두 사람이 <놀러와>에서 ‘<우결>이 끝나고 난후, 정식으로 사귀자고 대쉬하면’식의 질문에 ‘예스’라고 답한 것도, 단순히 프로를 더욱 재밌게 하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 아닐까란 생각에 자연스럽게 도달했다.

조권-가인 커플의 하차설이 계속 되는 이유는 더 이상 보여줄게 없기 때문이다. 남녀간의 관계는 <우결>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항상 흥미진진한 일들로 채워져 있지 않다. 몇 년 정도 사귀면 정말 남녀 사이는 가족처럼 편안해지고,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우결>의 속성상, 이벤트를 계속해서 보여줘야 하는 입장에서 이미 각종 이벤트를 섭렵하고, 더 이상 뺄게 없는 스킨십 진도까지 나간 조권-가인 커플에게서 분량을 뽑아내기란 여의치 않는 일이다. 왜냐하면 뭘하든 ‘식상한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마찬가지로, <우결>에서 절대적인 공헌을 했고, 아직까지 팬들의 지지가 강력한 두 사람을 하차시키는 것도 <우결>의 입장에선 곤란할 것이다.

그래서 <놀러와>처럼 다른 예능에 동반 출연하면 미션을 수행하고, 이를 <우결>에서 다시 설명하는 컨셉까지 등장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까지 든다. 어제 <우결>에서 조권-가인 커플의 분량은 더 이상 뺄 진도가 없는 두 사람의 현재를 보여준 것 같다. 아마 머지 않은 시일내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하차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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