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인현왕후역의 박하선이 안타까운 이유

朱雀 2010. 7.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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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동이>를 보면서, 가장 의외의 인물은 인현왕후역의 박하선이었다. 그녀의 이전출연작을 본 적이 없었던 나로선 인현왕후역의 그녀가 너무나 낯설었고, 과연 이전의 인현왕후역의 여배우들이 보여줬던 것에 다만 1/10 수준이라도 보여줄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그건 철저한 편견이자 선입견이었다. 그녀는 짧은 출연분량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현숙하고 인자한 인현왕후의 이미지를 너무나 멋지게 소화해냈다. 덕분에 네티즌들은 <동이>에서 그의 연기분량은 물론이요, 예전 출연작 정보와 이전에 시상식등에서 뽐낸 멋진 드레스 사진까지 찾아내 올릴 정도였다.

허나 장희빈의 음모로 인해, 궁권에서 쫓겨나 서인으로 지내면서, 가뜩이나 적었던 그녀의 출연분량은 형편없이 줄어버렸다. 1화에 1분 남짓 등장하던 그녀는 이번주엔 월요일엔 아예 출연분량이 없고, 32화에서 승은상궁이 된 동이가 괴질로 인해 위기에 몰리자, 늘 그렇듯 서인의 대표격인 인물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역시나 1분 남짓 출연했다.

물론 박하선은 그 짧은 분량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역시 너무나 짧은 분량 때문에 임팩트를 주기엔 무리였다. 개인적으로 이병훈 PD의 지나친 한효주 사랑에 불만이 많다.

승은상궁이 되어 궁에 돌아온 동이를 눈에 가시처럼 여길 인물은 당연하지만 장희빈이다. 따라서 장희빈이 음모를 꾸미거나 동이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장면이 나와야 극의 긴장감을 더하고, 이야기도 재밌어지는 건 일반상식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31화에선 궁에 돌아오자마자 숙종과 때아닌 사랑놀음을 벌여 극의 긴장감을 일순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왜 그렇게 개그욕심을 부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29-30화 때의 긴장감을 어느 정도 유지해도 한창 재미있을 판에 말이다. 덕분에 동이를 향해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해야 할 장희빈의 분량이 너무나 적어져, 이소연의 존재감이 희미해질 지경이었다. 다행히 이소연이 특유의 멋진 연기력을 발휘해주어 32화에서 멋지게 악녀로서 컴백했다. 덕분에 간만에 손에 땀을 쥐어질 정도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현왕후-장희빈-숙빈 최씨는 묘한 삼각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관계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은 정적이다. 그리고 숙빈 최씨는 인현왕후의 복위를 도왔지만, 결국엔 숙종의 총애를 받아 훗날 영조가 될 연잉군을 낳는다.

아무리 부처님 가운데 토막인 인현왕후라지만, 이래선 질투가 나지 않을래야 안날 수가 없다. 그런 미묘한 심리들을 그려내기 위해선 최소한의 출연분량이 확보되야만 한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동이>에선 한효주의 분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동이>의 주인공인 물론 동이지만, 그녀 혼자선 모든 이야기를 진행해나갈 수 없다.

천민 출신으로 뒷배가 없는 그녀로선 장희빈이 음모를 꾸미면, 아무래도 영락없이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인현왕후가 비록 서인이지만, 서인들의 힘을 모아 그녀의 뒷배를 봐주는 식의 설정을 넣어준다면, 훗날 그녀가 복귀했을 때 더욱 이야기가 빛을 발하지 않을까?

 

물론 <동이>의 주인공은 동이역의 한효주다. 그러나 그녀에게 모든 분량을 몰아주는 것은 <동이>라는 드라마의 재미와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으로는 좀더 장희빈의 이소연과 인현왕후역의 박하선에게 출연분량을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이젠 1화에 1분도 아니고, 2화에 1분 남짓 출연하는 박하선을 보고 있자면, 답답함을 넘어서서 짜증날 지경이다. 이 정도 연기력을 갖춘 배우를 이렇게 홀대하는지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그저 이해하기 힘들고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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