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볼수록 애교만점’의 다소 불편한 설정

朱雀 2010. 7.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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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연히 <볼수록 애교만점>을 보게 되었다. f(x)의 크리스탈이 출연한 것을 아는 탓이었다. 처갓집살이를 하는 김성수의 조카로 등장한 그녀는, 어제 방송분에서 외숙모인 임지원(예지원)에게 용돈을 받았으나 옷을 사는 것으로 모두 날려버렸다. 그리고 마침 길거리에서 만난 어리숙한 이선호에게 덮어씌우기로 한다.

 

이전에 이선호에게 ‘입양아’로 속여 2만원을 받은 적이 있었던 정수정(크리스탈의 극중이름)은, 이를 핑계로 밥을 사고, 같이 헤나를 해서 그를 옭아맨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정수정은 외숙모 임지원에게 ‘남자친구랑 놀다가 다 썼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 증거로 함께 헤나를 했다고 제시해 이선호를 곤란하게 만들 수작이었다.

 

그런데 그 대목에서부터 문득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극중 정수정은 아직 ‘고등학생’인 탓이었다. 이선호의 극중 설정 나이는 30세다. 물론 아직 두 사람은 정식으로 사귄 것도 아니고, 딱히 문제가 될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도 종종 고등학생이 10살 차이나는 성인 남자와 사귀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동시에 결혼하는 사례도 있긴 하다.

 




허나 우리가 10대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10대와 성인이 사귀는 것을 금기시하는 것엔 아직 사회적인 약자인 그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가 클 것이다.

 

물론 <볼애만>에서 아직 두 사람은 사귄 것도 아니고, 그런 뉘앙스만을 풍긴 것이며, 그런 뉘앙스마저 진행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10대가 포함된 걸그룹이 스포츠 브라를 입고 선정적인 댄스를 추는 것을 자주 목격하는 입장에선 이런 설정이 내내 불편했다.

 

왜냐하면 ‘10대 여고생’을 향한 환상을 자극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10대 걸그룹에 대해 ‘삼촌팬’은 발명된 것이고, 그들은 사회통념상 금지된 욕망을 ‘삼촌팬’이란 이름으로 정당화(?)시켜 보게끔 되었다.

 

나는 그런 식으로 금지된 욕망이 TV에서 구체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오늘날 TV에는 이른바 ‘막장’ 코드가 난립하고 있다. 불륜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점점 막장 코드에도 둔감해지기 쉽다. 그렇다면 다름 취할 방법은? 뻔하다. 더욱 강한 충격을 주기 위해, 사회적 금기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처음엔 물론 약한 단계로 시작하겠지만, 그 이후엔 더욱 강해질지 모른다.

 

부디 나 혼자만의 망상이길 바라지만, 시절이 하 수상하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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