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공연 전시

오구 - 한국판, 죽음에 대한 시크한 고찰!

朱雀 2010. 8.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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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인 티몬(www.ticketmonster.co.kr)에서 ‘오구’ 티켓 51% 할인 판매가 있어서 앞뒤생각없이 구매해서 보게 되었다. <오구>를 보러 가기전까진 ‘오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냅다 구입했다.

 

연극과 공연을 너무나 좋아하는 여친 때문이기도 했고, 주연인 강부자와 오달수 씨가 너무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6일 마침내 호암아트홀에 가서 공연을 보게 되었다.

 

오달수 씨는 극중 아내와 딸과 함께 무대에 올라가 시간이 되기 전까지 관객에게 이야기를 걸면서 친근한 모습과 태도를 보여줬다. 그의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질 정도였다. <오구>가 시작되고 별일 없는 시골 풍경에 예전 기억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댁에 가서 지낸 적이 있었다. 지금은 서울에 살기 때문에, 평상이나 다디미 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다. 허나 어린 시절엔 우리 집에서도 어머니가 그렇게 힘들게 해서 옷을 펴고 말리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 소녀가 고무줄 놀이를 하는 것도, 지금은 보기 힘든 광경이 되어버렸다.

 

마침내 강부자가 등장하고 그와 오달수가 주고 받는 대사를 통해 한없이 가까운 어머니와 아들의 사이를 짐작케 했다. 헌데 ‘오구’가 죽기 전에 이승에서의 한을 풀기 위한 굿이었다니. 한국사람이면서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이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극중 굿판 도중에 배우들이 객석까지 나와 굿보는 값(?)을 받아가는 광경에선 당황스러움이 일어날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저 농으로만 받아들였는데, 실제로 기다린 잠자리채까지 등장해 2층 객석까지 돈을 받아내는 배우들의 모습에선 익살스러움이 묻어났다.

 

<오구>는 도시에선 완전히 사라지고 어쩌면 시골에서도 이젠 사라지고 있을지 모른 ‘오구굿’을 통해 한 어머니의 삶을 재조명해낸다. 남편이 채 서른이 되기 전에 죽고, 두 아들을 떡장사를 비롯한 갖은 장사로 키워내고, 말년에 집까지 마련한 노모의 사연은 이젠 너무 흔한 것이 되어버렸다.

 

<오구>의 힘은 그런 뻔한 스토리를 전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죽을때가 가까워진 노모가 ‘오구굿’을 해달라고 아들에게 조르는 모습에선 입가에 미소가 돌며, 어렵게 시작한 오구굿은 마치 한편의 마당놀이를 보듯 신명나기 이를 데 없다.

 

어렵고 힘들고 기구했던 한 사람의 삶을 때론 눈물겹게 때론 익살스럽게 펼쳐내며 이승의 한을 떨쳐내는 모습에서 새삼 우리 민족의 슬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한풀이’가 된 탓일까? 끝내 노모는 굿이 끝나자 숨을 거두고 만다. 이에 아들은 곡을 하고 상황은 상갓집으로 이어진다.

 

상갓집에선 학교선생이면서도 장례절차를 거의 모르는 오달수를 통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되집어낸다. 이젠 검은 양복을 입고 병원 영안실에서 빈객을 맞이하는 요즘의 풍경과 비교했을 때 좀더 정감이 간다.

 

그러나 모든 곳이 그렇듯, 두 형제는 어머니가 남긴 재산 때문에 싸움이 벌어진다. 이에 보다 못한 노모가 무덤에서 일어나 자식들의 돈을 가져다가 허공에 뿌리면서, ‘화투를 칠 밑천으로 해라’라는 식의 대사를 한다.

 

<오구>는 삶과 죽음에 대해 한국적으로 시크하게 풀어낸다. 오늘날 바쁜 세상을 돌아가는 현대인들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내달리기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에겐 휴식은 1년에 한번 있는 휴가나, 공휴일에 가족끼리 친지끼리 어딜가는 정도에 머무른다.

 

그러다가 덜컥 큰 병에 걸려서 생사의 기로에 임박하면, 우린 무척 두려움에 떤다. 사실 나도 두렵다. 만약 큰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해 죽으면 어떡하냐?하고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사실 죽음은 삶의 반대편일 뿐이다. 우린 흔히 ‘돌아가셨다’라고 표현한다. 태어난 곳을 모르고, 가는 곳을 모른다. 아마 우리가 인간으로 살기전의 세상으로 우리는 죽으면 돌아갈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과연 슬퍼해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살아있는 동안 함께 했던 사람과 헤어지는 것에 대해 슬퍼해야 하는 것인가? 아님 힘들게 어렵게 마련한 것들을 놓고 떠나가야 하는 것들에 대해 슬퍼해야 하는 것인가?

 

<오구>는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음을 말한다. 3일상을 치루는 동안 나타난 세명의 저승사자 중 한명이 지상에서 한 신녀와 이루어지고, 죽은 노모가 승천하는 날 손자가 태어나는 대목을 통해 삶과 죽음은 결코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앞뒤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오구>는 벌써 22년간이나 이어져온 연극답게 해학과 익살이 넘쳐흐른다. 강부자와 오달수의 연기는 이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며, 다른 배우들 역시 제몫을 톡톡히 해낸다. 그러면서 누구 하나 튀는 사람없이 조화를 이뤄 보는 이들을 웃고 울리기를 반복한다. <오구>를 보게 된다면 당신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집에 있는 부모에 대해 새삼 감사하고, 그분들이 혹여라도 돌아가실 때 어떡해야 할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또한 죽음에 대해 막연하게 두려워하던 마음도 어느 정도 가라앉히고, 죽음에 대해 우리 조상님들이 어떻게 시크한 마음으로 대했는지 배우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오구>를 보고 마음에 들었던 점 중에 하나는 모든 극이 끝나고, 한판의 신명나는 마당극이 펼쳐진 것이다!

 

극이 모두 끝나자 무대에서 인사한 모든 배우들은 입구로 나가 관객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거나 춤을 추고 노래하며 신명나는 한판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관객은 돌아가는 순간까지 <오구>의 즐거움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었다.


 

오는 9월 5일까지 공연이 계속된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꼭 한번 찾아가보길 바란다. 그리고 참고로 내가 예매한 티몬(www.ticketmonster.co.kr) 맛집과 50% 할인해 즐길 수 있도록, 매일 한 개씩만 문화상품을 올리는 사이트다. 한번 가보면 요새 왜 장안의 화제인지 알게 될 것이다. <오구>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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