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블랙 아이스 - 전편을 뛰어넘는 후속편!

朱雀 2010. 8.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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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마이클 코넬리의 데뷔작 <블랙 에코>를 읽고 나서, 너무 인상이 강하게 남아 다음 편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쉽게도 <블랙 에코>를 내놓은 랜덤하우스 코리아에선 해리 보슈 시리즈 2편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도서관에서 1996년에 국내출간된 2편 <블랙 아이스>를 찾아 보게 되었다.

 

해리 보슈 형사는 이번에도 의문의 변사체를 발견하게 된다. 마약전담 형사인 칼 무어였던 시체에선 ‘나는 내가 누구인지 발견했다’라는 쪽지만이 남아있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고 무어 형사를 경찰장으로 지내려 한다. 사건에 의문을 품은 보슈가 사건을 파헤치면서 놀라운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

 

<블랙 아이스>는 작품에선 멕시코에서 만들어서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마약의 이름이다. 또 다른 의미는 아스팔트 도로위에 얇게 얼음이 얼어 잘 보이진 않지만, 치명적인 자동차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도로를 의미하기도 한다.

 

전편 <블랙 에코>는 베트남전을 참전한 주인공의 아픈 과거를 더듬는다. 이번 <블랙 아이스>에선 더욱 아픈 그의 출생을 건드린다. 보슈는 매춘부의 아들로 태어나 뒷골목을 전전했다. 그가 만약 베트남에 참전하고 경찰이 되지 않았다면, 그는 분명 뒷골목의 쓰레기인생으로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나름 올바른 선택은 그가 범죄자가 아닌 악과 맞서 싸우는 인생을 살게 해주었다.

 

허나 사람의 인생은 모르는 것. 만약 다른 사람은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작품은 무더운 LA시내와 퇴폐적인 LA 경찰서 내부의 추악한 권력관계 그리고 멕시코와 미국까지 이어지는 마약거래의 실태를 낱낱이 이끌어낸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아들의 눈물겨운 투쟁기처럼, 현대인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반영웅적 서사시 같은 외양도 포기하지 않는다.

 

마이클 코넬리의 범죄 스릴러가 탁월한 것은 비록 작품에 쓰인 트릭등은 시간이 지나 식상한 것이 되었지만, 인간의 내부심리 및 사회와 인간관계에 과감히 메스를 들어 해부하는 것에 있다. 일본 범죄소설이 인간의 심리를 무서울 정도로 파헤쳐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면, 마이클 코넬리는 비록 퇴폐하고 타락해서 어쩔 줄 모르는 다소 무기력한 상황에서도 최대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애쓴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해리 보슈’ 시리즈는 허무함이 가득한 작품이다. 결국 그는 사랑도 진급도 사회정의도 실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억울한 사람이 한두명 정도 적게 하고, 사건이 범죄자가 의도한대로 흘러가지 않게 하는 정도 뿐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수사에 수사를 거듭하는 그의 모습은 현대판 고독한 영웅의 표상으로 부족함이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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