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강대국의 비밀 - 로마의 비밀은 병사들?

朱雀 2010. 8. 29. 07:00
728x90
반응형



‘강대국의 비밀’은 부제 -로마 제국은 병사들이 만들었다 -에서 드러나지만, 철저히 전쟁과 병사들에 시각에서 해부한 책이다. 지은이 배은숙 씨는 일반 대중이 읽기에 편하게끔 하기 위해 애썼다.

 

평범한 로마 병사가 입대해서 제대하기 까지의 과정을 통해, 1천년간 세계를 지배한 로마의 병사들의 고달픈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복무기간은 무려 25년에 달하고, 봉급은 쥐꼬리만큼 이며, 그마저도 자신의 식대와 방패-창-칼 등의 비용으로 모두 나가버리는 그들의 삶은 읽는 내내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런 로마병사들이 갈리아-카르타고-그리스 등의 주변 강국들을 이겨나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로마는 엄정한 군기를 세우고 지독하게 훈련을 시켜 강병을 만들어냈다. 봉급은 적은 대신, 승전하거나 전투에서 공을 세운 이에겐 그만큼 확실한 포상을 내려,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용맹하게 싸우게끔 만들었다.

 

로마의 군사들이 적은 봉급을 받고 일할 때는 강병이었다가, 로마가 막바지에 달할수록 병사들의 봉급이 올라가고 군기가 세워지지 않는 대비된 모습은 ‘풍족함’이 오히려 군사에겐 해로울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총 3로 나눠진 챕터는 1, 2부는 병사들의 병역과 제대의 삶을 그리고, 3부에선 로마가 주변국들의 전쟁을 통해 강점을 배우고 흡수하며 군사강국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초기에는 대형이란 것을 모르다가 밀집대형을 익히고, 이내 중대-대대 식으로 편제를 바꾸고, 아우구스투스 황제때는 상비군 체제로 바꾸는 등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했다. 그러나 로마는 오랫기간 동안 안정기를 지내고, 군인황제가 등장하며 내전을 겪고, 고트족을 비롯한 수 많은 야만족이 침입하면서, 기존의 강점을 버리고 ‘분견대’처럼 기병대 위주로 편제를 다시 바꾸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 개혁은 분명 기존 로마 편제의 약점은 속도 측면에서 개선을 시켰으나, 보병에서 나오는 로마의 강점을 버리고, 로마의 약점인 기병 위주로 바꿔 멸망을 재촉했다고 지은이는 분석한다.

 

<강대국의 비밀>은 재미있게 읽으면서, 1천년간 제국을 이어간 로마를 군사적인 측면에서 보게끔 해준다. 물론 <로마인 이야기>에서도 이런 정보들을 얻을 수 있고, <강대국의 비밀>에 없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러나 <로마인 이야기>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넘쳐 흐르고, 평민의 입장보다는 ‘카이사르’처럼 화려한 인물에 시선이 몰리다 보니 ‘로마’를 <강대국의 비밀>처럼 오롯이 ‘군사’적인 측면에서 조명하게끔 해주진 못한다.

 

<로마인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다면, ‘로마’를 군사적인 측면에서 알고 싶다면 <강대국의 비밀>처럼 좋은 선택은 없다고 본다. 이 책을 통해 로마 병사들이 어떤 훈련을 받고 어떤 병영생활을 했으며, 제대 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울러 로마가 주변국과 어떤 이유에서 전쟁을 치르고 어떻게 영토를 확장하고 성장해나갔는지 쉽게 조망할 수 있다. 자신의 약점을 버리고 적의 강점을 하나씩 흡수해가며 성장해나가는 로마의 모습은 흡사 ‘진화하는 생명체’를 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진화’가 꼭 좋은 방향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이루어지며 때론 자신의 장점을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또한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강대국의 비밀>은 부록으로 ‘로마의 전쟁사’를 요약해서 서술하고 있어, 로마가 어떤 전쟁을 벌이며 성장했고, 나중엔 패망해 갔는지 알 수 있게끔 해놨다. 로마를 ‘군사’라는 키워드 하나로 올곧게 풀어낸 명서라고 생각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