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한니발을 물리친 스키피오를 재조명하다!

朱雀 2010. 8. 1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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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한니발을 물리치고 로마를 세계제일의 제국으로 우뚝 세운 사람. 군사전략가들이 위대한 명장을 꼽을 때 다섯손가락에 꼭 드는 사나이 바로 우리에게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로 유명한 스키피오 장군을 지칭하는 말들이다. -참고로 스키피오의 본명은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다-

 

허나 스키피오는 안타깝게도 한니발의 명성에 밀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는 천년제국 로마를 거의 멸망직전으로 몰아넣은 한니발만을 기억한다. 그가 갖은 어려움과 고난을 이겨내고 알프스산맥을 넘어 로마로 진격한 이야기는 그의 조국 카르타고는 몰라도 한니발의 업적에 대해선 누구나 다 알만큼 유명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가 자마회전에서 스키피오와의 한 한차례 격돌로 무너진 것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덜 알려져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승리자인 스키피오는 잊혀지고, 오직 한니발만이 기억되는 ‘더러운 세상’으로 인식되게 한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그런 작금의 현실에서 ‘스키피오에 대한 정당한 재평가’를 내세운 책이다. 그의 역사적인 등장부터 한니발을 물리치고 최전성기를 거쳐 로마에서 사실상 추방되어 이국땅에서 쓸쓸하게 죽을 때까지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하나씩 살펴나간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서 만나는 스키피오의 놀라운 점은 그가 우리의 예상과 달리 본국 로마의 거의 별다른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한니발을 물리쳤다는 점이다.

 

흔히 ‘로마는 병참으로 이긴다’는 말이 있을 만큼, 로마는 병참을 중시 여긴다. 또한 로마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투쟁의 연속이다. 따라서 로마의 원로원의원이나 유력한 가문의 이들이 스키피오를 시기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인간이란 원래 이기적인 존재이며, 조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도 시기와 질투를 해서 영웅을 끌어내리는 존재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키피오는 참으로 불행한 존재였다. 그는 비록 약관이 조금 지난 나이에 집정관으로 선출되어 한니발을 위기에 몰아넣으며, 오랫동안 질질 끌어온 2차 포에니 전쟁을 결정지은 장본임에도 그가 진정으로 행복한 시기는 휘하의 부하들을 이끌고 전장을 누빌 때였다. 스키피오가 전쟁을 마무리하고 돌아왔을 때, 그를 기다린 것은 반대파의 더러운 정치적 음모와 행동 뿐이었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스키피오의 재평가’에 알맞게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스키피오가 한니발에 비해 얼마나 불리한 여건이었느지 알게 된다. 그러나 그런 상황속에서도 스키피오는 스스로의 재능과 능력으로 전장을 최대한 자신의 목적에 맞게 변화시킨다. 그는 전략과 전술을 세우는 데 있어서 최고의 장수였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장군으로 손꼽히는 한니발과 격돌하여 그를 꺾은 최고의 장수다! 그의 업적과 무용은 거대한 제국을 세운 알렉산드로스 제왕이나 로마의 실질적 황제였던 카이사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기 쉽다.

 

그러나 전쟁에 대해 무지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아시아 적들과 마찬가지로 갈리아 지방에서 수월한 원정을 했던 카이사르와 격이 다르다! 그의 적은 로마를 멸망직전까지 몰아넣은 초일류 한니발과 그의 휘하장수들이었다. 그들은 스키피오를 비롯한 로마의 신진장군들이 전략과 전술을 배운 희대의 명장들이었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를 통해 우리는 스키피오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된다. 그가 고결한 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승리에 들떠 자만에 빠지기 쉬운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속에서도 냉정하게 미래를 생각했다는 점에 탄복하게 된다.

 

예쁜 여자가 공물로 바쳐졌음에도, 약혼자를 찾아서 돌려보내는 그의 행위는 훗날 그의 편에 많은 이들이 기꺼이 충성과 군사를 보내옴으로써 충실한 보답을 받게 되는 역사의 교훈을 남겨준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한 가지 아쉬움은 스키피오에 대한 과도한 애정 탓에 정치적으론 성공하지 못한 스키피오의 일면마저 과대포장하는 데 있다. 물론 상대편이 스키피오를 저열하게 내리깎긴 했으나, 원래 정치세계에서 그런 더러운 음모는 흔히 있는 일이다. 물론 그런 정치적 함정에 빠졌다고 해고, 스키피오의 위대함은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 그가 한니발을 꺾은 이후, 로마는 지중해를 지배하는 패자로 등극하게 되고, 로마는 이후 500년을 이어나갈 초석을 단단하게 쌓았기 때문이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한니발에 가려 잘 조명되지 않은 스키피오에 대해 알 수 있는 최고의 선택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한니발의 무용담에 쏠려있는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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