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가수 하춘화의 재발견, ‘해피투게더’

朱雀 2010. 8.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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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해피투게더>는 간만에 드라마나 영화 홍보가 아니라 예능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하춘화-김영철, 이계인-김신영이 성대모사 커플로 나와 <해피투게더>의 4MC를 넉다운 시킬 정도로 웃겨진 탓이었다!

 

가령 하춘화와 김영철은 우리가 김영철의 성대모사를 통해 알고 있는 하춘화의 특이한 발성법과 표정으로 ‘세월이 야속해~’라는 식의 대사를 쳤다. 그냥 해도 웃긴 것을 오리지널과 개그맨이 함께 하니 웃겨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게다가 <주몽>에서 모팔모로 인기를 끈 이계인의 ‘주몽왕자님 강철검을 만들었습니다’라는 대사를 이계인과 김신영이 각각 할 때는 누가 원조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방송을 보면서 점점 하춘화에 대한 존경심이 커지게 되었다. 박미선이 언급했지만 개그맨들이 특정 연예인을 성대모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희화화’하는 것이다. 즉, 비슷하게 따라하긴 하지만, 개그맨의 목적은 ‘원래 대상을 얼마나 잘 따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웃기냐?’가 키포인트인 것이다. 막말로 별로 안 닮았어도 웃기면 장땡인 것이다. 게다가 김영철은 여자도 아니고 남자다! 따라서 여자의 입장인 하춘화로 보자면, 그다지 잘 생긴 사람도 아닌 김영철이 자신을 웃기게(?) 성대모사하는 것은 얼마든지 기분 나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평소에도 재밌게 보고 있다’라고 말을 하고, 오히려 김영철이 자신을 따라하는 것을 자신이 다시 따라하고, ‘최근에 보아를 따라해서 섭섭했다’라는 식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선 그저 노가수의 따뜻한 마음에 숙연해질 정도였다.

 

그뿐인가? 김신영과 이영자의 성대모사도 상당히 비슷하게 해내고, 소녀시대의 <GEE>와 카라의 <미스터>의 엉덩이춤까지 제법 그럴싸하게 추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감탄사는 놀라움을 넘어 경탄의 경지에 오르고 말았다.

 

하춘화가 누구인가? 불과 6살에 데뷔한 이래 벌써 50년이 넘도록 가수활동을 해온 그녀는 국내 가요계의 역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취입곡만 약 2.500여곡이며, 2006년 철학박사 학위까지 취득하며 국내 최초의 박사학위를 소지한 가수다.

 

그런 가요계의 ‘전설’이 기꺼이 시청자들을 위해 망가지기로 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나이가 들수록 좀 더 격식을 차릴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여성은 누구나 예쁘고 우아하게 기억되길 원한다. 그러나 하춘화는 오히려 거꾸로 갔다. 그녀는 ‘가요계의 전설’로 모두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망가지는’ 것을 택했다.

 

자신을 웃기게 만드는 개그맨 김영철과 함께 무대에 올라 서로가 서로를 흉내내는 모습을 연출하고, 오히려 후배 개그맨들을 흉내내고, 틈날때마다 스스로를 과장되게 연출해 웃음을 줬다. 그뿐인가? 후배 김영철에게 자신이 상품으로 탄 야식을 먹여주고, 같이 출연한 이계인 등에게 상품을 나눠주는 모습에선 그녀의 넉넉한 마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요새 MBC에서 새로 시작한 일요일 오전 9시 25분에 하는 <꿀단지>에선 가수 하춘화가 고정출연하는 <하춘화의 시>라는 코너가 있다. 여기서 하춘화는 시작법 교양강좌를 들으면서 일상에서 느낀 점들을 코믹하게 시로 옮기는 것인데, 예를 들자면 집으로 회사사람들을 부른 남편과 부하직원이 서로 술에 취해서 넉다운되자 ‘원샷투킬’로 적는 것으로 웃음을 주는 것이다.

 

여기서도 하춘화는 예의 김영철에 의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자신의 성대모사를 과장되게 하고,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애쓴다. 처음 하춘화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해가 되질 않았다. 우리 사회의 통념상 존경받을 수 있는 분이 ‘왜 굳이 저런 망가지는 길’을 택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심지어 ‘혹시 요즘 살림이 좀 어려우신가?’라는 실례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어제 <해피투게더>를 보면서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 하춘화씨는 가수로서 자신이 무대를 통해 받아온 팬들의 사랑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망가지는 것도 남들이 자길 조금 우습게 아는 것도 별 다른 상관이 없는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한명이라도 즐거워 질 수 있다면, 누군가 오늘의 근심과 시름을 덜어내고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인생관인가? 이 얼마나 대단한 연예인인가? 난 항상 미국의 찰리 채플린 같은 인물을 보며 부러워했었다. 그러나 고 이주일 선생도 그랬지만, 가요계의 전설 가수 하춘화를 보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정말로 하춘화는 그녀가 가수로서 여태까지 이룩한 것으로 존경받을 만하고, 이제 충분히 대접받고 우아하게 살 수 있음에도 스스로 망가짐을 택하는 그 자세에서 오히려 더욱 존경하고 곤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새삼 ‘하춘화를 재발견’하게 된 <해피투게더>라 아니할 수 없다! 가수 하춘화 선생께서 앞으로 건강하게 오래오래동안 우리 곁에서 노래와 웃음을 보여주시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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