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우리는 왜 ‘천사’를 좋아하는가?

朱雀 2010. 11.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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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영화를 보기 위해 여자친구와 함께 왕십리 CGV로 향했다. 왕십리 CGV를 택한 것은 영화감상도 감상이지만, 얼마 전 왕십리로 자리를 옮긴 천사날개 벽화를 찍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 <1박 2일>에서 이승기가 종로구 이화동에 있는 날개 벽화를 소개했고, 이후 많은 이들이 찾으면서 그중 몇몇이 추태를 부리면서, 민원이 제기되어 안타깝게도 사라졌었다. 다행히 왕십리의 요청으로 광장에 새롭게 재단장해서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 관람하기 전, 기분 좋게 날개 벽화를 찍으러 갔다가 그만 인상이 찌푸려지고 말았다. 지난 12일쯤 그려진 것으로 아는 벽화는, 벌써 그 사이 누군가가 낙서를 하고 말았다. 절로 ‘쯧쯧쯧’이란 소리가 튀어나왔다. 모두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좋아할 명소를 이렇게 훼손한 그들의 배려심이라곤 눈꼽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어이없는 장난끼에 속이 상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네 쌍의 날개 벽화 중 가운데 가장 큰 날개 벽화만 낙서가 있단 것일까? 어찌되었든 더이상 낙서가 생기질 않기 바라면서 여자친구와 날개벽화를 배경으로 마치 천사가 된 것처럼 연출해서 사진을 찍으면서 재밌게 놀았다.

 

그러면서 문득 ‘왜 우린 천사를 좋아할까?’라는 의문이 저절로 떠올랐다. 여자친구에게 말하니, “인간의 날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서 천사에 대해 말해주잖아. 세뇌교육(?)덕분에 그럴지도 모르겠네”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답변을 들고 말았다.

 

천사라는 명사를 잠시 잊어버리고, 신화를 찾아보면 일단 이카루스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에서도 날개달린 비범한 인간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조선시대엔 ‘역적’이라 하여, 발견되면 갓난아기 때 죽였단 참혹한 야사가 전해지지만 말이다-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며, 인간은 ‘날고 싶다’라는 상상을 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새의 날개를 가져다가 ‘천사’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의 천사 그림들은 모두 르네상스 이후에 그려졌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이전까지 천사 그림에는 날개가 달리지 않았단 이야기다! 물론 ‘천사’라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그저 ‘영(靈)’의 상태였고, 따라서 신의 계시에 따라 인간 앞에 나타날 때는 거의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취했다.

 

즉,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이전의 그리스-로마신화 등에서 나온 이미지 등을 차용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다. 일례로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어린 천사 이미지를 사용했는데, 이건 (눈치 빠른 이들은 알아챘겠지만) 장난꾸러기 사랑의 신인 큐피트에서 따온 것이다.

 

어찌되었건 천사는 우리에게 신에게 필적하는 존재이거나, 혹은 신의 계시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대리인으로써 절대적인 위엄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순백의 이미지와 평화롭고 성스러운 이미지 등은 우리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포인트라 하겠다.

 

게다가 천사는 단순히 위엄만 있는 게 아니라, 완벽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되거나, 혹은 장난꾸러기 어린 천사들의 이미지까지 갖추고 있어서 현대 문학과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 등에서 활용되면서 다양한 이미지를 지니게 되었다.

 

즉, 비록 기독교에서 ‘신의 대리자’에 불과하지만, 마치 카톨릭의 성자처럼, 천사는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에 따라 선택해서 좋아할 수 있는 ‘다신교’적인 이미지를 갖추게 된 셈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는 ‘9품 천사’처럼 천사의 등급과 여러 이름이 후대에 지어지면서 더더욱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라 하겠다.

 

재밌는 한 가지 반전은 천사의 날개에 있다. 성스럽고 깨끗한, 여하튼 온갖 좋은 미사여구를 다 갖다 붙일 수 있는 천사의 이미지와 달리, 천사의 날개는 독수리와 매 같은 맹금류의 날개라는 사실이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제비처럼 온순한 새의 날개를 보면 밑으로 내려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천사에 사납고 무서운 맹금류의 이미지가 숨어있다는 사실은 한번쯤 고민해 봐도 좋을 대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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