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창조론 대 진화론’은 잘못된 논쟁이다!

朱雀 2010. 11. 23. 07:00
728x90
반응형



-1859년 ‘종의 기원’을 발표해 인류에게 코페르니쿠스적 변환을 일으킨 찰스 다윈. 그의 이론은 여러 대가들에 의해 진화를 거쳐 오늘날엔 거의 모든 영역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위키 백과)

 

흔히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라는 말이 곧잘 회자된다. 아무리 절친한 친구사이라 할지라도, 정치와 종교 중 한 가지 화제를 택하는 순간 얼굴이 붉혀지는 건 물론이고, 철천지 원수가 될 각오까지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순간 ‘돌팔매질’을 당하더라도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바로 자꾸만 과학의 영역을 침범해오는 ‘창조론’ 때문이다. 창조론은 쉽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진화론을 설명하기 위해서 수많은 천재 과학자들이 평생을 바치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요술봉’에 비유할만하다- 다른 종교도 창조론을 주장하지만, 오늘날 기독교처럼 유별나게 ‘과학수업 시간 때 진화론과 더불어 설명해야 된다’고 강요하진 않는다.

 

오죽했으면 진화론의 대가인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을 쓴 것도 부족해 <지상 최대의 쇼>까지 쓰면서 ‘지적 설계론’을 철저하게 부정했을까? 여기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까지 <위대한 설계>라는 책을 통해 ‘신은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라는 말까지 하며 참여해 최근에 더욱 격렬한 논쟁으로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얼핏 보면 당연해 보이기까지 이 말이 왜 이렇게까지 큰 반향을 이끌어내는 것일까?

 

만들어진신신은과연인간을창조했는가?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학의이해
지은이 리처드 도킨스 (김영사, 2007년)
상세보기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학자 중에는 기독교를 믿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종교계를 등에 업은 신실한 믿음의 과학자들은 ‘신이 모든 것을 창조했다’는 이른바 ‘지적 설계론’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애쓴다.

 

비록 비전문가이지만 내 생각으론 창조론과 진화론은 서로 비교해가며 논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이론의 뿌리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창조론은 종교에서 출발했다. 종교가 성립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선으로 필요한 게 있다. 바로 믿음이다! 비록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린도전서 13:13)’이라며 사랑에 밀리긴 했지만(최근에 그 사랑마저 <매리는 외박중>에 출연한 문근영에 의해 ‘의리’에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지만), 종교는 믿음이 없이 성립할 수 없다!

 

가령 목사가 신도에게 “저 하늘에 하나님이 계십니다”라고 이야기 했다고 치자. 어떤 신도가 “그걸 어떻게 증명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목사는 ‘불손한 질문’을 한 그를 째려볼 것이다. 친절한 목사라면 현란한 언어로 그 이유를 설명하겠지만, 결국 그것을 정리하면 “믿쑵니다. 아멘!”이 될 것이다!

 

종교는 애초에 논리위에 집을 짓지 않았다. 동정녀인 마리아가 어떻게 아기 예수를 낳을 수 있단 말인가? 예수가 죽은 지 삼일 만에 어떻게 부활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걸 설명할 수 있는 논리나 증거 따윈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지상최대의쇼
카테고리 과학 > 교양과학 > 교양생명과학
지은이 리처드 도킨스 (김영사, 2009년)
상세보기

 

 

반면 과학의 존재기반은 무엇인가? 난 ‘의심’(대신 호기심이나 이성을 넣어도 상관없다)이라고 본다! ‘왜 하늘에선 번개가 칠까?’ ‘왜 사람은 죽는 걸까?’ ‘왜 태양은 동쪽에서 뜰까?’ 과학은 우리가 늘상 마주치는 시시콜콜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그러나 때론 세상을 바꿔놓을 만한 소소한 사실들을 의심하고 탐구한다. 그리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이나 증명과정을 거쳐 하나의 이론을 만들어낸다!

 

과학은 증명과 실험의 반복이다. 또한 ‘절대적으로 옳은 이론’이나 학설 따윈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다윈이 주창한 진화론이 오늘날 과학계에서 거의 정설로 인정받는 것은 그것이 거의 생명의 기원과 변화에 대해 가장 합리적인 대답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진화론은 완벽하지 않다. 아직까지 유인원에서 인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완벽하게 설명해줄 만한 화석이 많이 빠져 있다. 인간 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들에서 아직 찾지 못한 이러한 부분들을 우린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라고 부른다.

 

무엇보다 과학의 위대한 점은 만약 ‘진화론’을 뒤집을 만한 혁신적인 이론이나 증거자료가 제시된다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데 있다. 이건 과학이 증명과 실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성적 학문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위대한설계
카테고리 과학 > 교양과학 > 교양우주 > 우주/UFO
지은이 스티븐 호킹 (까치, 2010년)
상세보기


그러나 종교는? 종교에선 어제까지 믿던 신이 ‘가짜’라고 판명될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만약 그런 종교가 있다면 그건 단언컨대 절대 종교가 아니다!

 

과학과 종교의 차이가 이토록 확실한데, 왜 기독교는 ‘창조론’을 과학의 반열에 올려놓고자 애쓰는 것일까? 이건 한마디로 과학에게 빼앗긴 헤게모니를 다시 찾아오기 위함일 것이다.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내놓으며 ‘진화론’을 주창했고, 이는 당시 진보적인 지식인들 사이에서 마치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다윈의 의도와 상관없이 진화론이 당시 신학자들을 비롯한 종교계의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지지를 얻은 것은 ‘신 중심 사회’에 신물이 났던 당시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진화론에선 ‘신’이 끼여들 틈이 없다. 진화론은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물로 변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연도태설을 시작으로 최신의 유전학까지 동원해 우리에게 설명해준다.

 

우린 진화론을 통해 왜 공작새 수컷은 화려한 깃털을 가지게 되었는지, 매미는 천적들에게 위치가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우렁차고 큰 울음소리를 내는지, 불나방은 불을 향해 달려드는지 등등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진화론은 의도와 달리-심지어 찰스 다윈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성공회 신학을 배운 사람이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신에게 매어있던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우린 신의 피조물인 이상 신의 섭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면? 우린 신의 간섭에서 자유롭게 된다. 비록 21세기의 화두는 ‘잘 막고 잘 살자’는 표어로 대표되는 ‘경제’지만, 20세기를 지나 오늘날까지 우린 과학맹신주의라고 할 만큼, 과학이 또 하나의 미신으로 자리 잡는 시대까지 왔다.

 

세계에서 제일 많은 교회가 지어지고, 국민 네명 중 한명이  기독교를 열심히 믿는 우리나라조차 이제 서서히 파산해가는 교회들이 나오면서 종교계는 긴장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제 신을 믿는 이들이 점점 사라지는 요즘에 창조론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는 것은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된 게 아닐까? 그러나 진화론을 빈틈을 꼬집으며 ‘그러니까 신이 모든 걸 창조한 거야!’라는 식의 설명은 문제가 많다고 본다.

 

대담인문학과자연과학이만나다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학의이해
지은이 도정일 (휴머니스트, 2005년)
상세보기


우리시대의 문학평론가인 도정일이 <대담>에서 지적한 것처럼, 종교와 신화는 ‘왜?’라는 질문에 절대 답을 줄 수 없다. 물론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엔 그리스 신화나 성경 등이 좋은 대답이었을 것이다. 이제 화성까지 인간을 보낼 정도로 과학이 발달한 상황에서 종교는 더 이상 ‘왜?’라는 질문에 합리적인 답을 줄 수가 없다.

 

그보다는 “세계와 신과 인간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신화들을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 비논리성은 논리가 도달하지 못하는 진실의 차원으로 우리를 인도한다”라는 도정일의 말이 종교와 신화가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유효한 이유를 적절히 설명했다고 본다.

 

나는 종교가 과학까지 지배했었던 중세시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그렇지 못한다면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에서 인용한 것처럼,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양치기 소년에게 다가오는 신부를 보곤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쳐!”라고 한 외침이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유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