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살사댄스에 대한 어이없는 편견들

朱雀 2010. 11. 20. 07:00
728x90
반응형



나는 개그맨 이혁재를 싫어한다. 그가 일으킨 사건 때문이 아니다. 그가 우리 사회에 ‘살사 댄스’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한참 방송에 출연할 시기, 그는 ‘살사’라고 하면서 양손을 이리저리 흔들고 특유의 느끼한 표정과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했다. 개그맨이란 그의 직업에서 보면 이혁재는 충분히 잘했다! 허나 그 후폭풍이 너무 거셌다!

 

필자가 어디 가서 취미로 ‘살사 댄스를 췄다’고 하면, 일순간 그 자리에서 웃음이 ‘빵’ 터진다! ‘아! 이혁재가 이렇게 춘거요?’라며 몇몇은 그 행동을 따라한다. 그러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매우 난감해져 버린다.

 

어떤 이는 ‘이혁재 덕분에 살사 댄스가 알려져서 좋은 거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첫 번째 살사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희화화만 되었기 때문에 ‘살사 댄스는 우스꽝스러운 춤’으로 굳어졌다.

 

두 번째로 이혁재가 춘 춤은 ‘살사가 아니다’ 댄스스포츠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어떤 춤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춤은 댄스스포츠의 한 종류라는 건 확실하다. 따라서 살사 댄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살사 댄스는 단어외엔 대중에게 알려지질 못했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언급했지만, 당시 이혁재의 이미지는 버터를 넘어서서 식용유를 잔뜩 바른 이미지라 ‘살사 댄스’ 역시 '느끼하다'란 오해에 이르렀다.

 

내가 개그맨 이혁재의 ‘살사 댄스’의 희화화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아직까지 ‘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가득한 우리사회에 그걸 몇 배로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살사의 남녀성비는 지난번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평균 남자 1: 여자 3의 비율이다. 여기에는 모든 파트너 댄스가 남자가 배우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남자가 ‘취미로 춤을 춥니다’라고 하면, 주변에서 쳐다보는 시선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제공: 맥팬(www.macpan.co.kr)

실제로 살사를 배우는 동호인들 가운데 직장에서 ‘살사를 춘다’라고 말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그 옛날 ‘강남갔던 제비와 놀고 있는 사모님’을 연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남하당도 아닌데, ‘춤? 남자가 어디서?’이라고 눈썹을 치켜뜨며 바라보는 시선도 아직 적지 않다.

 

여성의 경우는 그나마 남자보다 낫지만, 역시 사회적 편견이 만만찮다. ‘취미로 살사 댄스를 춘다’라고 하면, ‘거기서 남자 꼬시게?’라는 반문이나 되돌아오지 않으면 다행이다.

 

살사댄스를 추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에는 ‘잘 논다’부터 ‘문란하다’라고 까지 다양하다. 덕분에 보통 살사를 추던 여성들이 살사를 안 추는 남성과 교제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살사와 멀어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다가 그 여성이 다시 살사바에 출입하게 되면, 누구나 알게 된다. ‘아! 그 남자랑 헤어졌구나’하고.-

 

한번은 살사 최대 커뮤니티인 ‘오살사’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초급 발표회를 준비하고 있던 여성에게 남자친구가 ‘발표회를 하지 말라’고 했던 경험담이 캡처되어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일이었다. 여성이 그 이유를 물으니 답변이 가관이었다.

 

“발표회 하려면 남자 파트너랑 자야한다며”. 여성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누구한테 그 이야기를 들었는지 (당연히) 물었다. 남자친구는 당당하게 “내가 아는 선배가 있는데, 그 분이 살사댄스를 췄는데 그렇다던데”라며 ‘카더라’통신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었다.

 

살사인들은 게시물을 보고 광분했고, 사회의 일부 잘못된 인식에 대해 개탄해마지 않았다. 물론 <무한도전>에서 ‘댄스스포츠’편이 방송되고, 댄스스포츠를 비롯한 춤들을 많이 이들이 즐기게 되면서 예전보다 인식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말도 안 되는 편견과 선입견으로 ‘살사댄스’를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물론 살사 댄스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중후반까지 결혼 적령기의 미혼남녀들이 많이 즐기다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맞아 교제를 하고 결혼까지 이르는 커플들이 많다. -물론 결혼에 이르지 않고 만나고 헤어지는 커플은 더욱 많다-

 

그러나 살사 댄스를 즐기는 이들도 대한민국 사람이다. -무슨 이상한 사이비 종교 집단이 아니란 말이다!- 춤을 추며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풀며, 때때로 남녀가 사귀기도 한다. 그러나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남녀간의 연애는 이루어진다. 물론 남자나 여자가 춤을 출중하게 추면,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남녀가 사귀는 것은 ‘춤’을 넘어서는 문제다. 더군다나 단순히 사귀는 사이를 넘어선다면, 역시 ‘현실’을 고려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살사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바람이 하나 있다면,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로 별 다른 편견과 선입견 없이 ‘살사 댄스’를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 물론 여기엔 살사인들도 노력해야 될 부분이 있겠지만, 대중들도 색안경을 끼지 않고 바라봐주길 부탁드린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