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DSLR과 중형차의 공통점

朱雀 2010. 11.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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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GSTAR 2010'에 갔다가 느낀 것이지만, 전국의 DSLR은 전부 모인 듯한 인상을 받았다. -최고는 여의도에서 있었던 불꽃놀이축제였지만- 게다가 단순히 DSLR만 들고 나온 것이 아니라, 백통 렌즈에, 스트로브에 사다리까지 갖춘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놀란 것은 기자가 아닌 평범한 이들이 그런 전문적인 장비를 갖췄기 때문이었다.

 

그런 장비를 보면서 저절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전세 한 채를 들고 다니는군’이라고. DSLR과 중형차는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 우선 둘다 ‘비싸다’. 내가 가진 5D Mark II의 경우 바디만 약 3백만원 정도 된다. 여기에 기본적인 렌즈와 가방 등을 사도 쉽게 4-5백만원에 육박한다. 흔히 말하는 백통 렌즈와 광각 렌즈 등을 풀옵션으로 갖춘다면 2천만 원도 넘는다.

 

두 번째 공통점은 둘 다 ‘무겁고 크다’는 점이다. 5D mark II은 일반 디카보다 최소 3배 이상 크고 무겁다. 중형차 역시 그쯤 된다.

 

세 번째는 위의 이유처럼 비싸고 무겁고 큰데도 사는 이유는 ‘주변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실속보다 겉치레에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GSTAR 2010'에 같이 간 녀석이 계속 내내 툴툴거렸다. 삼성 NX10을 갖고 있었는데, ’모델들이 내 카메라를 안 쳐다봐준다‘는 둥, ’자꾸 인상을 찌푸린다‘는 식이었다. 보다 못해 ’괜한 열등감‘이라고 말했지만, 나 역시 찔리는 구석이 많았다.

 

애초에 초보자인 내가 무리를 해서 오두막을 구비한 이유엔 비슷한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올림푸스 펜을 가지고 몇몇 행사장에 갔는데, 아무래도 카메라를 보곤 (주변의 시선이나 대우가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DSLR을 갖춘 이들은 모델들이 좀 더 성의껏 포즈를 취해주고, 행사 관계자에게도 차별받는 느낌을 받았었다.

 

중형차를 타고 다닐 처지가 아닌데도, 무리를 해서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어디가면 대접이 달라지고, 자신도 왠지 좀 더 높은 계층에 편입되었다는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옳은 것일까? 내가 5D mark II를 사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왠지 사진이 더 잘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림푸스 펜으로 찍을 때보다 결과물이 좋기도 하다. 허나 사실 결과물이 별로인 것은 내가 사진을 잘 못 찍기 때문이다.

 

이웃블로거인 안다님의 경우 캐논 5D와 40D를 사용한다. 그러나 결과물만 놓고 보면, 안다님이 말해주기 전까진 어느 사진이 5D로 찍은 것인지 도저히 알아낼 재간이 없었다.

 

언젠가 안다님에게 뼈있는 충고를 들은 적이 있었다. “주작, 너한테 오두막은 너무 비싸고 무거운 기기인 것 같다. 물론 좋은 기기이지만, 렌즈도 비싸고 관련용품도 너무 비싸. 550D 정도로 샀다면, 지금 들인 돈으로 웬만큼 장비를 갖추고 어디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금이 되었을 거야.”

 

그 말을 들으면서 부끄러워서 얼굴이 얼마나 빨개졌는지 모른다. 다행이라면 밤이라 주변이 어두워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옛말에 ‘목수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라는 했다. 물론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기까진 도구의 도움이 필요하다(안다님의 경운 10년이 넘게 취미로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안다).

 

-만약 550D를 구입했다면 좀 더 가벼운 탓에 자주 꺼내서 사진을 많이 찍었을 것이고, 지금은 비싸서 사지 못하는 렌즈군도 구입해서 여러 결과물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뿐인가? 지금쯤 국내를 벗어나 태국이나 라오스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 등지를 여행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처럼 ‘사진’ 때문이 아니라 주변의 눈이나 허영심 때문에 비싼 5D mark II를 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사진작가 조선희가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본 적 있다. (물론 핸드폰 제조사에서 이벤트성으로 연 것이었지만) 그녀의 내공에 새삼 깜짝 놀라고 말았다. 거짓말 안 보태고 DSLR로 찍었다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5D mark II가 되었건 DSLR이 되었건,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필요에 따른 합리적인 소비와 장비구입이라고 여겨진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아서 중형차보단 소형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 그 길이 보다 원활한 교통 흐름과 적은 대기오염을 가져오는 길이다. 또한 운전자 본인에게도 적은 유지비(주유비와 주차비 등등)로 부담이 적어진다.

 

자신의 필요와 처지를 생각지 않고 DSLR과 중형차를 무조건 선호하는 풍토는 반드시 여러모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필자를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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