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인터넷이 전보보다 못하다고!?

朱雀 2010. 12.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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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위키리크스 홈피 캡처


2008년 7월 국방부는 23권의 ‘불온서적’을 지정했다. 그중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있었다. 시대를 역행한 ‘불온서적’ 지정은 오히려 23권의 저서들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주었고, 한홍구 교수는 “왜 내 책은 불온서적으로 지정되지 않은 건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최근 재밌게 읽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장하준 교수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저서로, 우리가 자본주의에 대해 ‘상식’으로 알고 있는 23가지가 사실은 잘못된 것임을 증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중에는 알고 있던 것도 있었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가 뒤통수를 한 대 맞는 충격을 느낀 것도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4번째 챕터였다. 제목은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였다.

 

제목을 읽는 순간, 반발심이 크게 일어났다. 평소에 오늘날 인터넷이 가장 세상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과대평가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책에 따르면 전기, 수도, 가스와 더불어 가전제품의 등장으로 여성은 가사부담에서 벗어나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단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1890년대 말까지만 해도 35-44세의 기혼 여성 중에 일하는 여성은 불과 몇%에 지나지 않았으나, 오늘날에는 거의 80%에 달한다는 증거를 내세웠다.

 

또한 ‘인터넷, 전보에게도 지다’에선 전보가 기존 소식이 전달되던 속도를 2500배나 높인 것에 비해, 인터넷은 겨우 100배 정도 밖에 빨라지질 않았다는 예를 들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인터넷이 그렇게 ‘혁명적’이진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는 너무 생산성을 앞세워, 인터넷을 과소평가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본다. 물론 인터넷은 숫자로 표기할 수 있는 생산성만 놓고 보자면 그다지 혁신적이라 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허나 다른 면에서 봐도 그럴까? 개인적으로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이자 혁신은 ‘권력이동’이라고 본다! 이전까지 방송과 신문-잡지 등의 매체가 모든 정보를 거머쥐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불행한 순간인 5.16, 12.12 쿠테타 당시, 군인들이 방송국을 먼저 점령한 것은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효율적인 통치를 위한 선점작업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런 언론의 독점적 지위는 많이 낮아졌다.

 

무엇보다 인터넷 시대의 폭발은 ‘집단지성’과 ‘1인 미디어’의 출현이라고 본다. 블로그는 개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해 글을 올릴 수 있는 1인 미디어가 되었다. 트위터는 140자 단문 서비스지만, 네티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정보에 대해선 리트윗을 몇 번 하는 것으로 (이론적이지만) 전 세계 네티즌에게 한꺼번에(거의 빛의 속도로)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특정 언론의 입맛에 맞게 왜곡된 기사가 아니라, 좀 더 사실에 가까운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위키피디아로 대표되는 집단지성은 또 어떤가?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열린 위키피디아의 백과사전 작업은 비록 완벽하게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좀 더 열린 정보에 다가가고 편집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었다. 위키피디아를 보고 만들어진 위키리크스는 끊임없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국가들의 비리를 고발함으로써 전 세계인이 ‘불편한 진실’을 알게끔 해주는 시대의 양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물론 블로그-트위터-위키피디아-위키리크스 등의 서비스는 아직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집단지성의 출현은 전문가들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과 비전을 제시하며, 블로그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는 1인 미디어를 통해 기존 언론이 제공하지 못한 다양한 시각과 정보를 제공해주어 대중이 ‘깨어있는 세계시민’이 되도록 도와주고 있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따져봐도,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약 410억 달러, 구글은 1,929억달러, 애플은 약 211억 달러 등으로 대단히 높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중 페이스북의 경우 소셜 네트워크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약 5억명에 달하는 이용자수와 이들의 개인취향을 비롯한 세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시스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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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황우석 사태’는 어떤가? 당시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한국과학기술인연합(SCIENG), DC인사이드 과학갤러리 사이트에서 과학자들이 황우석 박사팀의 문제점을 용기있게 제기해서 그냥 넘어갈 뻔한 사실이 폭로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브릭은 또한 최근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과학자끼리 서로 토론을 하며 문제제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인터넷이 없었다면 아마도 제기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터넷은 어떤 의미에선 그저 기존에 있었던 컴퓨터들을 하나로 묶은 ‘단순한 기술’일지 모르겠다.


앱스토어는 또 어떤가? 애플 앱스토어에만 약 30만개가 넘게 있는 어플은 사
용자가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해서 쓸 수 있게 해줬다. 게
다가 개발자들이 70%를 가져가게 함으로써, 이전까진 거대 업체에게 80% 이
상을 뜯기고 이익을 창출하지 못했던 소규모의 업체나 개개인에게 ‘부의 재분
배’를 이루어 주었다. 또한 이런 마켓은 안드로이드 마켓을 비롯한 다른 곳에서 따라하게 만드는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전까진 한 대였던 컴퓨터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면서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서비스와 기술들이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현재 나와 있는 서비스나 기술은 아직 ‘초기’단계를 지났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안다! 장하준 교수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인터넷’을 걸고 넘어진 것은, 우리시대의 거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고자 한 의도라는 것을. 하여 개발도상국가에 컴퓨터와 인터넷 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우물을 파고, 전기를 넣어주고, 학교를 세워주는 것이 더 절실한 것임을 일깨워주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또한 인터넷은 분명히 어떤 면에선 세탁기나 전보보다 인간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거나 자유롭게 해주지 못했다는 시선은 무척 참신하다. 그러나 “경제학은 경제학자를 먹여 살리는 수단으로 유용하다”라는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경제학자의 인용구를 들어 신자유주의 학파를 공격하고, 경제를 정밀하게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책에서 인정한 그가 ‘인터넷’에 대해선 비슷한 오류를 범하지 않았나 싶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인터넷이 위키피디아와 위키리크스 등의 집단지성 등을 탄생시켜 쌍방형 커뮤니케이션과 더불어 전 세계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해결책을 모색하게 만들고, ‘내부고발자’ 역할을 하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 등의 소셜 네트워크는 기존이 언론 권력이 독점하던 정보를 일반 대중이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시키는 과정을 통해 ‘권력이동’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것 외에도 앱스토어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 역시 이제 막 궤도에 올랐다는 사실(이들의 막대한 경제적 가치) 역시 말하지 않았다.

 

인터넷은 물론 아직 개선시켜야할 문제점이 많고,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지만, 단순히 ‘생산성’뿐만 아니라 우리가 깨어있고 행동하는 세계시민 역할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본다. 세상엔 단순히 경제만으로 따질 수 없는 부분이 꽤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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