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한류의 인기는 조공 때문이다?

朱雀 2011. 1.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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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말하려는 ‘조공’은 요즘 팬들이 자신의 스타에게 바치는 선물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바로 속국이 사신을 통해 황제국에 공물을 바치던, 옛 의미(?)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니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 ^^

 

최근 중국에 대한 자료를 찾고 있는 가운데, 몹시 흥미로운 글귀를 본 적이 있다. 바로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이 예전처럼 초강대국이 될 경우 ‘조공을 요구할까봐 두렵다’면서 어떻게든 중국을 빼고(혹은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새판을 짜보려는 한다는 것이었다.

 

일례로 ‘아세안+3’에서 ‘동아시아 정상(EAS)’회의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데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러시아의 계산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아세안과 일본 등의 노력도 가세하고 있단다.

 

얼핏 들으면 ‘에이. 설마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서 초강대국이 된다고 해서 옛날처럼 조공을 요구하겠어?’라고 하면서 손사래를 칠지 모르겠다. 허나 최근 필자 나름대로 중국에 대한 자료를 모아놓으니, 미국을 대신하는 초강대국이 될 경우 중국은 충분히 “니네 예전에 우리한테 조공 바쳤잖아? 이제부턴 우리가 짱이니까 조공 바쳐”라고 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조공은 단순히 신하국이 황제국에게 공물을 바치는 행위가 아니다. 이는 황제국이 신하국의 왕을 인정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내정간섭이 이루어진다. 공물의 경우, 황제국의 체면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선물을 받으면 더욱 큰 선물을 하사해서 거래론 ‘손해’다. 허나 다른 면에선 황제로서 영향력을 막강하게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모름지기 황제라면 누구나 꿈꿔봄 직한 일이다.

 

그런데 동남아시아는 역사적으로 중국대륙이 혼란기를 끝나고 통일되면 늘 침략을 당하거나 내정간섭을 당해왔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남만의 왕 맹획을 7번 잡았다가 7번 놓아준 ‘칠종칠금’의 무대도, 바로 지금의 동남아시아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동남 아시아인들은 중국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일본도 좋아할 수 없다. 우리가 일제강점기에 겪었던 자원수탈-민족 탄압-강제 노동-위안부 착출 등등을 같은 시기에 똑같이 당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맹주’로서 위세를 떨치지 못한 것은 이런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없어서였다. 반면 우리는 아세안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식민지였다가, 6.25 같은 전쟁을 겪고도 일본과 맞설 만큼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었기에 동남아시아국가들에겐 ‘워너비’ 모델이 되어버렸다.

 

베트남이 한국식 경제모델을 택하고, 대만의 마잉주 총통이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을 본딴 ‘633 공약(연 6% 경제성장, 국민소득 3만 달러, 실업률 3%이하)’으로 선거에서 이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우석훈 교수는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 우리 역시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과거에 제국이 될 수 있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동의하는 대목이다. 한 마디로 우리의 노력이 아니라 '운'이 좋은 거다.-

 

게다가 너무 빠른 발전으로 인해 중성화된 일본의 남성상과 아직은 너무 무식할 정도로 거친 중국의 남성상에 비해, 한국의 남성상은 ‘짐승남’이긴 하지만, 여성에게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벤트를 할 정도로 로맨틱한 면이 적절히 갖춘 이상적인 모습을 드라마와 노래 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 드라마의 완성도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다곤 할 수 없다. <대장금>처럼 완성도 높은 작품들도 물론 있지만(그건 예외적인 경우고), 한류가 한두 해도 아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이처럼 지속적으로 한류가 인기를 끌어온 것은 이렇듯 숨겨진 요인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자국을 침략한 적도 없고, 아직 유교적 문화가 남아있고, 적당히 세련된 정치적-사회적 모습 등은 동질감과 더불어 ‘우리도 하면 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배우를 앞세우거나, 우리 드라마가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한류의 인기’에 대한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한류의 생명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의 남성상은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일본처럼 중성화 되버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 경제적-사회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우리 사회가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워너비’ 모델에서 언제든 내려올 수 있다.

 

즉, 한류의 지속성은 물론 관계자들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가수와 기획사가 좀 더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해야겠지만, 우리의 노력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적 요인이 상당부분 작용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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