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심각한 도덕불감증에 빠진 블로거들

朱雀 2011. 1. 3. 07:00
728x90
반응형



 

반에서 1등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얼굴도 잘 생겼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친구들에게 잘하는 그야말로 멋진 친구다. 덕분에 그 친구의 인기는 무척 높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은 그 친구가 부정행위를 통해 반에서 1등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가끔 다음뷰를 통해 송고되는 포스팅 가운데서, 엄청난 ‘검색최적화’ 기법을 통해 어떤 검색어를 쳐도 상위에 걸리게 하는 방법이나, IP 조작등을 통해 다음뷰 추천이 100번이나 가능하다는 등의 글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블로거들의 ‘도덕불감증’에 좌절감을 느낀다. 많은 경우 이런 종류의 해킹(?)은 개발되고 난 뒤, 일정 시간이 지나서 몇몇 의식 있는 블로거들을 통해 알려지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는 (적어도 그 시간동안) 부당한 이익을 보았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방법을 알려준 블로거들은 ‘시스템의 개선’을 촉구한다(물론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이 말을 보태고 싶다. ‘무엇보다 (블로거의) 양심 불량이 개선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다음뷰는 ‘열린 시스템’을 추구한다. 다음뷰 추천 버튼을 로그인 하지 않은 상태에서 클릭할 수 있다. 추천버튼을 다른 사이트나 게시판에 옮길 수 있는 것은 보다 가치 있는 글이, 보다 쉽게, 보다 많은 이들이 ‘추천’을 통해 많이 볼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자! 생각해보자! 다음뷰의 추천 버튼은 기본적으로 ‘가치 있는 글에 추천을 눌러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있다. 여기서 추천은 ‘한 사람의 성숙한 인격체로서, 당신의 추천을 믿습니다’란 전제가 깔려 있다.

 

물론 오늘날 다음뷰는 애드박스를 통해 전체순위 500위까지 차등적으로 활동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견물생심이라고 그런 당근이 이런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자.

 

다음뷰의 열린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네티즌의 참여를 바탕으로 그들의 판단을 높이 평가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즉,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네티즌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깔고 있다.

 

그런데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시스템의 허점을 찾아내고, 이를 자신에게 유리한 부정한 방법을 개발해서 자신의 순위를 높이고, 활동지원금을 가져가려 한다면? 이는 반칙이며 명백한 ‘사기’다! 컨텐츠의 질적 향상이나 다른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 손쉬운 부정한 방법을 통해 사회적-경제적 이익을 누리려 했다는 것은,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시도 그 자체만으로 황금보다 귀한 도덕을 몇 푼 안 되는 돈과 맞바꾸려 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다음뷰 추천은 내가 나를 추천할 때가 아니라, 내 글을 읽고 다른 네티즌이 눌러줄 때 비로소 ‘가치’가 발생한다. 내 글의 추천수가 다른 이보다 낮다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내 글의 완성도 떨어지거나, 다른 이와의 소통에 부족했구나’라고 반성해야 한다. 굳이 어려운 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부끄러움 없이 자신의 추천버튼을 그것도 부정한 방법을 통해 무려 100번이나 눌렀다면, 그것은 ‘양심불량’을 넘어서서 ‘도덕불감증’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 목적이 돈이라면 더더욱-

 

다음뷰에는 현재 약 25만명의 블로거들이 글을 송고하고 있다. 그들은 베스트가 되기 위해, 메인에 뜨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글을 올리고 있다. 거기에는 명예를 위해, 혹은 활동지원금을 타기 위해 블로거의 수만큼 다양한 목적이 존재할 것이다.

 

여기엔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중요한 몇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 이런 부정한 방법을 가지고 누군가가 이득을 취하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상위권을 지킨 대다수의 블로거들에게도 ‘혹시 저 사람도?’라는 의심이 시선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일정 등수에 들지 못한 수 많은 블로거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하게 될 것이며, 상위권 블로거들도 억울할 것이다.

 

즉 몇몇 도덕불감증에 빠진 블로거들 때문에 대다수의 선량한 블로거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는 최악이 상황이 도래하게 된다. 아니, 이런 이야기도 필요 없다. 부정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길가던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누구나 ‘안 된다’라고 답할 것이다.

 

도덕이 우리에게 통용되는 것은 그것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황금률’이기 때문이다. 도덕은 다른 이유 때문에(어떤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 평판을 위해, 명예를 얻기 위해) 지켜져선 안 된다. 그것은 ‘마땅히 그러한 것’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주인이 되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본바탕이다.

 

우린 그동안 서브 프라임 사태를 통해 미국 월가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비난해왔다. 부정부패를 해온 공직자들을 향해서도 혹독한 비난을 퍼부어왔다. 그러나 우리 블로거들 사이에는 인정하기 싫지만, 분명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블로거들이 존재하며, 그런 시도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부끄러운 일이다.

 

어떤 시스템을 만들고 개선해도 결국 그걸 운영하는 것은 ‘인간’이다. 비록 엉성한 제도라 해도, 구성원이 제대로 운영한다면 더 없이 훌륭한 시스템이 된다. 아무리 완벽한 제도를 만들어도 구성원이 거기서 허점을 찾아내 자신만의 이익을 취하려 한다면, 그것은 인류 최악의 시스템이 될 것이다.

 

도덕은 앎이 아니라, 행동이며 실천이다. 도덕이 입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켜지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면, 우선 우리가 있는 블로그 세계부터 선한 의지와 노력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