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블로거, 알바집단으로 전락할 것인가?

朱雀 2010. 12.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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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포스팅으로 무엇을 올릴지 며칠 동안 고민했다. 요새 읽고 있는 <왜 도덕인가?>를 <정의란 무엇인가?>와 비교해서 올릴까? <20세기 중국사>를 읽으며 얻게 된 몇 가지 가설을 올릴까? 등등 여러 가지 후보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고민 끝에 내가 뽑은 카드는 상업적 포스팅을 올리는 수 많은 ‘블러거’에 대한 포스팅이다.

 

필자 역시 자유롭지 못한 문제이고, 오늘날 블로거들이 쉬쉬하면서 넘어가는 가장 큰 문제인 지라, 2010년을 돌아보는 관점에서 한번 논의가 필요하다고 여겨져 언급하려 한다.

 

개인적으론, 블로거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상업적 이득을 올리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아니, 미국처럼 매월 몇억 단위의 소득을 올리는 블로거들이 나와주길 바란다. 그런 고수익을 창출하는 블로거들이 출연한다면, 이는 어떤 식으로든 질적-양적으로 블로거의 수준을 몇 단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국내 블로거는 열악한 여건상 몇 억은 커녕, 몇천만원 내지 몇백만원 되어도 상당한 고수익이라 평가받고 있다. 현재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대체로 몇 가지로 한정된다.

 

 

 1. 배너를 붙이는 방법 : 여기서 몇십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으려면, 적어도 1일 방문객이 평균 1-2만명을 상회하고, 월 방문객은 50만명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방문자를 받을 수 있는 국내 블로거 중에 아마 채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2. 금전적 이익이나 물건을 받고 리뷰 포스팅을 올리는 방법: 특정 광고 포스팅을 블로그 마케팅 업체 등에게 소개받아 올리는 것으로, 적게는 한 포스팅당 몇 만원부터 많게는 20만원 이상 받는 경우가 존재한다

- 한 개의 포스팅당 1백만원을 받는 소위 파워블로거들이 있지만, 이들은 단순히 포스팅만 올리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있는 까페 회원을 통해 일정 수준의 광고와 유통(?)까지 책임지는 것으로 안다-

 

3. 책을 내고 강연을 병행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다음뷰에 송고하는 다음-티스토리 블로거라면 여기에 더해, 일정 순위에 올라서 매달 일정 금액을 받는 방법 정도가 추가될 것이다. 일단 책을 내는 정도의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전문적인 글쓰기와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다수 블로거들에겐 어려운 일이다. 1번 역시 위에서 지적했지만, 매달 5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받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블로거가 노력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니까-

 

결국 남는 방법은 돈을 받든 그에 해당하는 물품을 받던 ‘댓가’를 받고 특정 포스팅을 올리는 방법이 가장 많은 블로거들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 할만하다. 허나 이 방법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 밖에 없다.

 

그중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방문자의 ‘신뢰’가 깨지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네티즌들이 그나마 블로그를 신뢰하는 이유는, 블로거가 다른 매체보다 전문성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먼저 체험 내지는 써보고 쓴다 생각하여 그나마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이건 내가 의사보다 같은 환자들의 말에 더 솔깃하게 귀를 기울이는 것과 비슷한 심리적 효과다.

 

많은 이들이 블로그에 믿는 것은 이전까지 뉴스와 잡지 매체의 경우엔, 광고주들의 입맛에 맞게 홍보성 기사만으로 채워진 오프라인 잡지에 염증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서툴고 많이 부족하지만, 자신이 느낀 바를 그대로 전달하는 블로그에 신선한 자극을 받고 지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블로그들을 봐보라! 인기 있는 검색어를 쳐보면, 특접 업체나 특정 상품 리뷰 등이 죄다 찬사조인 경우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그중 열에 아홉은 원고료나 해당 물품을 댓가로 받고 쓴 것이라 보면 된다. 물론 개중에는 체험단에 들어가거나, 아예 리뷰 사이트에서 당첨 받아 쓴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자신의 체험담을 솔직담백하게 쓴 이도 있고.

 

몇 달 전 필자는 한 업체로부터 황당한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신생 소셜 커머스 업체인데, 시간이 없어서 그러니 내일 팔 쿠폰의 맛집 리뷰를 보내주는 사진과 자료를 가지고 써 달라’는 것이었다. 듣자마자 황당해서 단칼에 거절했다. 짐작컨대, 아마 누군가는 그 원고를 작성했을 것이다.

 

어떤 블로거가 상업적인 포스팅을 하건 말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모른 척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이건 우리의 존재 이유와 직결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조금만 생각해보자! 우리가 각자의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리는 순간, 그건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필요한 정보가 있어서 검색한 이들이 들어와서 참고할 수 있고, 하루 일정 이상의 방문객이 들어오는 블로그라면 방문자에게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블로거가 이전까지 소위 ‘알바’들과 다른 것은, ‘영향력’ 때문이다. 블로거도 마케팅 업체도 그냥 돈을 받고 포스팅 하는 것을 잡지 기고와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그 이전까지 일찍이 어떤 매체도 가지지 못했던 ‘개인의 영향력’을 사고 팔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엔 미처 계산되지 않는 블로거의 ‘자존심’과 ‘양심’ 그리고 '명예'도 있다. - 물론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블로그를 통해 돈벌이에 나설 정도로 오늘날 많은 이들의 생활은 어렵기 그지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블로그는 운영하는 블로거의 얼굴이다! 그가 지나온 족적 하나하나는 인터넷에 남아서 훗날 어떤 식으로 검색되어 알 수 있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런데 우린 돈 몇 푼에 자신의 블로그 존재 이유와 영향력을 팔아치운 것이 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블로그의 의미와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개개인의 블로거들이 ‘어떤 포스팅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상업적인 포스팅이 홍수를 이룬다면, 블로그 역시 대중의 외면을 받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한때 호기심반 진심반으로 ‘블로그를 통해 수익이 가능한가?’를 놓고 조사해 본 결과, 차라리 블로그보다 다른 방법을 찾길 권하고 싶다. 그편이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블로그를 통한 수익창출은 노력에 비해 벌이가 미미하다-

 

차라리 높은 수준의 포스팅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내고 강연회에 나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것이 블로그의 장기적인 생명력을 보장해준다. 상업적인 블로그를 추구하면 그건 짧은 생명력만 가능하며, 추후 다른 블로그들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블로그를 통한 수익창출은 부가적 차원이 되어야지, 그것이 목적이 되면 블로그의 존재기반이 사라진다.

 

-그런 포스팅을 솔직히 누가 보고 싶겠는가? 댓가를 받는 이상 객관적인 입장에서 쓰기란 매우 어려워진다. 단점은 숨기고 최대한 찬사조로 나열하기 쉽다. 한마디로 광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끝으로, 얼마 전 있었던 2010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한 심사위원이 했던 말을 인용하고 싶다. “...전반적으로 후보들이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넓어진 점은 긍정적이다. 아쉬운 점은 마케팅 콘텐츠가 등장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콘텐츠의 퀄리트 측면에서도 1~2년 전에 비교해 더 깊고 전문적인 후보군들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성규(매일경제신문 편집국)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는 한국블로그산업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주최하고 여러 관련 분야에서 내놔라 하는 블로거들이 후보로 오른 나름 권위 있는 행사로 안다. 그런데 그런 행사의 심사위원에게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더 안타까운 건 그 말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여러분께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상업적인 포스팅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정말 이대로 좋은 걸까? 우리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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