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가격과 품질만으로 물건을 팔던 시대는 지났다!

朱雀 2011. 2.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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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위키백과

2003년 3월 삼성SDI는 최대거래업체중 하나인 필립스로부터 여태까지 받아보지 못한 요구를 받았다.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보고서를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삼성SDI는 급하게 전담팀을 만들었고, 그것이 국내 기업의 사회책임과 관련한 첫 번째 보고서가 되었다.(출처: <한겨레 21> 847호)

 

여태까지 우리는 물건을 살 때 주로 가격과 품질로 평가했다. 아무래도 가격은 싸면도 품질이 좋은 제품을 사는 것이 대다수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행동이자 심리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여기에 다른 것이 하나 더 붙기 시작했다. 바로 ‘사회책임’이다.

 

얼핏 들으면 감이 잘 안 올텐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다. 예를 들면 원재료는 생산국가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구입했는가? 직원들에게 휴식시간과 복리 후생등을 제대로 해주고 있는가? 작업환경은 깨끗한가? 등의 항목이다. 비슷한 말로는 ‘공정무역’이나 ‘착한 소비’도 들 수 있겠다.

 

최근 우리 사회에선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참상이 알려지면서 ‘공정무역 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커피보다 20%이상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기꺼이 초과지불을 감수한다. 공정무역커피는 다른 커피보다 맛이 좋지 않다. 똑같은 품질의 커피를 20%이상 싸게 살 수 있는데도, ‘공정무역 커피’를 사먹는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선 ‘바보짓’으로 보일 수 있다.

 

 

 사회책임경영 안 하면 수출길 막힌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같은 유럽 국가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2009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제품을 선택하는 첫 번째 우선순위가 가격이 아니라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로 바뀐 것이다.

 

출처: <한겨레 21> 제 847호


 
 

 

그러나 선진국을 비롯해서 어느 정도 ‘삶의 질’이 보장된 나라의 국민들은 기꺼이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세상이 더 이상 ‘더 싼 가력과 높은 품질’로만 승부하는 시대가 지나갔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시민단체등을 결성해서 기업들에게 사회적인 압박을 가한다. 이를테면 군사독재가 이루어지는 나라에서 생산되는 철광석이나 커피, 면화, 코코넛 등의 재료를 구입하지 말아 줄 것을 다국적기업에게 요구한다. 단순히 시민단체 뿐만 아니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연금을 관리하는 정부부서에선 투자사를 찾을 때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여부’를 체크한다.

 

이들은 ISO26000로 대표되는 검증을 요구한다. 국내 기업은 이에대한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을까? 안타깝게도 국내 100대 기업 가운데 7개 항목의 ISO26000을 모두 만족하는 기업은 불과 2-3곳에 불과할 정도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에게 희생을 요구하거나,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부분 무시해온 상황이다.

 

따라서 21세기의 요구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앞에서 몹시 취약한 상황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삼성의 ‘무노조 방침’은 유럽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합을 만들고 활동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의 시선으로 봤을 땐 ‘기본적인 권리를 억압당하고 있다’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사의 경우 사회책임보고서를 요구 및 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시민단체들의 압력이 매우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런 압력은 애플의 폭스콘 노동장 사건이나, 포스코의 버마 유전 개발 등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소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우선 소비자들이 물건의 질을 넘어서서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즉,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높아진 시민의식은 기업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관련소식을 쉽게 알게 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된데도 큰 원인이 있을 것이다.

 

다른 시각에선 선진국이 무섭게 쫓아오는 중국-한국-인도-베트남 등을 따돌리기 위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늘날 제조업에서 선진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사회책임경영’ 여부로 넘어가면 문제는 달라진다. 아직까지 아시아 국가의 기업들은 이런 면에선 매우 둔감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동자를 비롯한 다른 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비슷한 문제로 내부진통과정을 겪어온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를 (오래전에) 상당 부분 해결했기에 상대적으로 꽤 유리한 유치에 있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에 밀려 파산위기에 처했던 선진국 국가의 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 때문에 되살아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즉 사회책임경영은 ‘덤핑’조치와 더불어 가장 무서운 선진국들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이런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발빠르게 대처할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미국과 유럽은 무시할 수 없는 커다란 시장이며, 동시에 통큰 투자사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우리 기업들은 수출을 위해서라도 인권과 책임의식 등을 점검해봐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2010년 11월 확정된 ISO26000은 조만간 전세계적으로 퍼져서 우리를 전방위로 압박해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품질과 가격만으로 물건을 파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들은 ‘내가 쓰는 물건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에 관심을 두는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했다는 사실을 국내기엄들이 꼭 명심해주었으면 한다.

 

 

참고: <한겨레 21> ‘사회책임경영 안하면 수출길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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