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라마레라 섬주민들은 왜 고래와 사투를 벌이는가?

朱雀 2011. 4.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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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밤 9, <롤러코스터>로 우리에게 친숙한 tvN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바로 익스트림 다큐 2부작인 <인간 VS 고래>를 방송한 것이다. 처음 제목과 메인 화면을 보는 순간 선입견이 생겨났다. ‘액션다큐 맞짱이란 타이틀과 물속에서 고래가 피를 흘리고, 인간이 칼을 들고 있는 듯한 화면은 자칫 선정적인 작품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생기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막상 본편을 감상해보니, 그건 필자의 철저한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케이블 방송에서 제작했다곤 믿기지 어려울 만큼 높은 완성도를 갖춘 다큐물이었다. <인간 VS 고래>는 이정준 감독이 혼자서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라마레라섬에서 3개월이나 머물면서 찍은 작품이다.

 

여기서 그는 섬주민의 생활을 선견이나 편견없이 보여주고자 많은 애를 썼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촬영내내 섬주민과 동화되서 살아가며 그들과 함께 밥먹고 이야기하고 잠자며 함께 생활했다. -덕분에 이 정도로 완성된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라마레라 섬주민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은 고래잡이!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포경선을 끌고 다니면서 포획하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들이 가진 무기라고는 오직 6미터 길이에 장대위에 걸린 작살 하나뿐이다! 그들은 500년전부터 오직 작살 하나만을 가지고 작게는 6미터 정도의 파일럿 고래부터 크게는 20미터의 향유고래를 잡아왔다.

 

보통 선원 여섯 명이 한팀이 되어 나서는 고래잡이는 몹시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다. 평균 10시간 이상 바다에 나가서 고개를 잡기 위해 애써야 했으며, (당연한 일이지만) ‘현대문명의 이기없이 오직 그동안의 경험과 작살 하나에 의존하는 그들의 사냥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허다할 정도였다.

 

 

그러나 TV화면을 보면서 놀라운 것은 허탕을 친 것도 부족해, 고물엔진이 고장나서 망망대해에 조난한 그들이 희희낙락하며 노를 저으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이었다. 아마 필자였다면 몹시 분해하면서 바다를 향해 화풀이를 했을 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섬주민 특유의 낙천성을 발휘했다. 보다 못한 이정준 감독이 내준 휴대폰으로 섬과 통화해 구조선을 요청하면서도 내내 미소를 띄고, 구조선이 오면 왔다고 행복해하는 그들의 모습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바닷속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정준 감독은 외지인들이 라마레라 사람들이 고래잡이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기 위해 수중 카메라를 들고, 바다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바다 속에서 정상적인 어업이 이곳에선 불가능하단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화산지대에서 생겨난 섬의 특성상 라마레라 섬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어서, 작품을 심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 라마레라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고래잡이 외엔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런 탓일까? 지난 1974년 이곳을 실사한 세계식량기구가 고래잡이를 허가하고, 그린피스 또한 용인하고 있을 정도였다. 화면에서 내내 웃음을 짓던 이들이 마을에 모여 심각하게 회의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바로 해외 동물단체에 의해 인도네시아의 고래잡이가 금지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이었다. 그들은 배로 여섯 시간이나 걸리는 지방의회로 가서, 다시 한 시간을 걸어가 의회 및 정부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행히, 정부관계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했고, 몇 시간이 넘는 토론 끝에 조업을 허가했다. 라마레라 사람들은 기뻐하면서 다시 섬으로 돌아와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 <인간 VS 고래>에선 고래와 인간의 사투가 날 것 그래도보여진다. 6미터의 장대를 들고 인간이 직접 바다위로 점프해서 곧장 고래의 몸에 작살을 꽂는 광경은 묘기이며, 선홍빛 피를 뿜어대며 살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하는 고래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 그 자체를 위한 싸움이기에 단순히 오락거리로 비치지는 않는다. 고래를 잡아야지만 주식인 옥수수를 비롯하여 생필품을 구할 수 있기에 라마레라 사람들 역시 처절하다.

 

세 개의 작살을 꼽고도 다시 한 시간이 넘게 고래와 사투를 벌이는 그들의 모습은 저도 모르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서로가 살기 위해 원시적 승부를 벌이는 <인간 VS 고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저런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지난 15일 밤 9시에 방송된 <인간 VS 고래>1전사들이었다. 오늘 밤 9시에 방송되는 2출정, 발레오에선 최고 20미터에 달하는 향유고래와 라마레라 사람들의 사투가 담길 예정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동물인 만큼,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고래는 아무리 노련한 라마레라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예고편에선 1년에 몇 번 없는 향유고래 사냥에 나갔다가 다리를 잘리거나 심지어 죽는 상황까지 생긴다는 섬주민의 증언이 이어졌다. 마을 성인 남성들이 전부 동원되는 고래잡이에선 어떤 상황이 또 연출될지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써 흥미진진하기 이를 데 없다. 벌써부터 라마레라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착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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